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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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25 19:3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 대안 없는 기념식이 아니길


국내외 곳곳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가 연잇는다. 무엇보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년)의 후예 독일개신교회(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EKD)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루터 10년’(Luther-dekade) 프로젝트는 이미 2008년부터 진행했으며 올해 종교개혁 주일에 맞추어 종결지을 예정이다. 한국 교회와 신학계, 신학교와 학술원들도 앞다투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를 염두에 두었는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라는 교회도 건립되었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유산으로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는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회자되는 ‘타이틀’일 것이다. 개혁 정신을 외치는 빈도수로 보면 당장 개혁과 관련된 일이 한국 교회에 벌어질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목사와 교회들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구호로 그칠 확률이 많다.
루터의 종교개혁 발상지 비텐베르크를 비롯한 독일 중북부 지역의 종교개혁 관광 특수는 분명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시 루터를 비롯한 많은 개혁자들이 목숨을 걸고 로마 가톨릭의 비진리와 사악한 교권에 맞서 싸웠던 사실을 기억하면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개혁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종교개혁의 핵심은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 권위’다. 성경만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권위가 확립될 때, 하나님 자녀가 된 사건은 인간 공로가 아닌 오직 은혜로만 가능함을 알고, 이것은 인간의 어떤 행위도 배제한 오직 믿음만 신앙의 토대임을 확신하게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종교개혁은 곧 성경 권위 회복’이라는 말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종교개혁자들은 무엇보다 ‘원전으로 돌아가라(ad fontes!)’고 역설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국 교회를 비롯한 독일 및 세계 개혁 교회의 500주년 기념행사를 지켜볼 때 우리는 과연 ‘원전의 권위’를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반드시 되짚어야 한다. 지난해 말 2015년에 실시한 신학대학원생 여론 조사가 나왔다. 그런데 충격적이다. 일주일에 성경을 세 시간 미만 읽는 신대원생이 57%를 넘었다. 다시 말해 미래 목회를 준비하는 후보생들이 10명 중 대략 6명이 평균 하루 30분도 성경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졸업과 함께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자로 갔을 때 ‘성경 권위’를 확신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사실 신학대학원 교과과정이 성경을 중심으로 수업하는 과정이 아니다. 신학대학원 교수들은 성경관이 제각각이다. 성경에 대해 알고 믿는 것이 하나로 통일된 성경적 토대 위에서 성경 중심적 목회와 신학적 논의를 발전시키며 성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은 그대로 신대원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신학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더욱 견고해져야 할 ‘성경 권위’에 대한 확신이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교회의 유일한 표지가 하나님의 말씀 성경인데 사역지에서 ‘오직 성경만’으로 평생 말씀 전파와 진리 수호의 사역자로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성경에는 분명히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이 있다. 문서설이 제기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본 상의 지적뿐 아니라 문법적 해석, 역사적 해석 그리고 신학적 해석의 단계까지 특별계시 기록으로 성경 권위를 변증하고 수호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3년 신대원 과정에 이것에만 몰두하기에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성경은 일점일획도 더하거나 덜 할 수 없는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다’는 말은 현재 구호로만 존재한다. 그런데 성경의 논리적 통일성, 구조적 완벽성, 의미의 단일성을 통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수 천 가지의 사건들이 모두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 확증의 증거임을 입증할 수 없다면 어떠한 신학과 신앙도 허술할 뿐이다.
‘성경의 논리적 통일성’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창조-타락-구속’이라는 틀로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선명하게 확정할 수 없어서 문서설에 의한 개혁파 신학의 좌경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인간 자유의지 문제의 혼선은  ‘성경 권위’ 확증 없이는 철학적 논쟁만 낳을 뿐이다. 세상 어떤 지식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논리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확고부동한 유일한 진리 체계가 성경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 없는 ‘성경 권위’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올 뿐이다. 역사적 연대기처럼 시간 순서로 편집된 것도 아닌 수천 가지의 성경의 사건들이 논리적으로 어떤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신구약 성경이 상호 근거 역할을 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확증해 주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목회의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창세기 다음에 ‘왜’ 출애굽기가, 출애굽기 다음에 왜 민수기가, 또한 에스더 다음에 왜 욥기가, 그리고 마태복음 다음에 왜 마가복음이, 요한1·2·3서 다음에 그리고 요한계시록 앞에 왜 유다서가 배열되었는지 등등 성경 본문의 배열과 관련된 문제를 ‘하나님 여호와의 특별계시’로서 ‘정확무오한 진리 체계’임을 확정해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원전으로 돌아가서 풀어야 할 종교개혁 500주년이 남겨준 반드시 해명해야 할 과제다. 왜 천지창조가 제일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창1:28에 복주는 사건이 나오고 하나님이 안식하시는 내용이 등장하며 선악과 금식령이 나온 후 옛 뱀에 의한 타락으로 에덴동산 추방 이후 아벨이 가인한테 돌에 맞아 죽는 사건이 나타나는지 등등 성경에 나타난 수천 가지 사건들의 배열에 대한 논리적 연관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문제가 첫 장부터 나타난다. 

앞서 제기한 문제를 간과한 채 벌어지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는 핵심이 빠진 껍데기 기념행사로 남을 것이다. 문서설로 무너진 개혁파의 성경권위를 우선 분명하게 회복하지 않는 한 어떤 기념행사도 종교개혁 정신을 수호하는 시도라고 할 수는 없다. 루터와 칼빈 등 수많은 개혁파 신학자들이 진리의 원천으로 삼았던 성경 권위는 서구 교회 중심의 500년의 기독교 역사를 지나는 동안 자유주의 신학의 문서설에 좌초했다. ‘성경만 하나님 말씀이다’는 주장과 동시에 쏟아지는 문서설자의 본문 비평에 대해 개혁파 교회는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더욱 훼손하는 자기모순을 범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성경 권위 회복의 구체적 대안을 앞으로 전개할 것이며, 독자들은 성경의 논리적 통일성을 확증하면서 성경신학(The Bible Theology)을 주창한 ‘기독교지도자협의회 성경신학학술원’ 소속 박용기 원로연구원의 성경신학총서(The Bible Theology Series) 강의를 참조 바람. www.tbtlogos.com/경동성경강좌>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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