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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21 19:5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부치는 편지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부치는 편지
엊그제가 어버이날이었어요. 아이들이 예쁜 꽃을 사 들고 찾아왔어요. 넷째 아들인 저도 며칠 전 온 가족과 함께 오래전 고향 마을 뒷산에 편히 잠드신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답니다. 덮고 있는 잔디를 손질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님의 생전 모습을 되새겨 보았지요. 생전에는 면전에서 떳떳하게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이 매우 후회스러웠어요. 하나님께서 저를 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훌륭하며 존경스러운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달았기 때문이랍니다.

제 어린 시절, 6·25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공산당의 폭격기가 공중에서 퍼부어대는 포탄과 기관총알이 맹위를 떨치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해가 서산에 기울고 밤이 되면 폭격기의 공습은 더욱 기승을 부리곤 했었지요. 어머니는 방 안에 켜놓은 호롱 불빛이 밖으로 새 나가지 못 하도록 담요로 방문을 모두 가리셨어요. 아버지는 희미한 호롱 불빛 아래서 온 가족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주셨지요. 온 가족이 조용한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할머니의 대표기도가 끝이 나면, 아버지께서는 온화한 목소리로 성경을 읽고 가르쳐주시곤 하셨거든요. 요란한 폭격기 소리에 가족들이 놀라고 두려워하면 “하나님을 믿으니 두려워 말라.”고 타일러주셨어요. 아버지는 두렵지도 않으셨나 봐요. 저는 정말 무섭고 두려웠거든요.
공산당들은 아버지를 교회 주모자라고 너무 미워한 나머지 붙잡아다 죽이려고 했잖아요. 날이 어두우면 아버지는 담요 한 장을 가지고 산으로 피하여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으면 돌아오시곤 하셨지요. 어느 날 산으로 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마을 공산당원에게 발각이 되었을 때, 얼마나 놀라셨어요. 그 후 대청마루를 뜯고 바닥에 땅굴을 파서 밤이면 피신처로 삼았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답니다.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오래 견디지 못하고 급기야 공산당원에게 붙잡혀 감옥에 투옥되셨잖아요. 다음 날 새벽에는 아버지를 대창으로 찔러 사형에 처한다는 거였어요. 아버지! 얼마나 놀라고 두려우셨어요. 온 식구들은 울며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 거예요. 한밤중에 인민군들이 모두 북쪽으로 줄행랑을 치는 거예요. 알고 보니,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인천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다음 날 이른 새벽, 아버지는 출옥하여 집으로 돌아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을 위로해주셨거든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기에 꿈만 같이 느껴졌어요. 온 가족이 하나님께 감격에 넘치는 감사와 찬송을 드렸던 일이 새삼 기억이 났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로 매일 저녁이면 가족들이 호롱불 밑에 둘러앉아 성경에 대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성경말씀이 제 뇌리에 각인이 되어 십대 후반에는 저 스스로 성경을 읽고 연구하게 되었답니다. 이것이 얼마나 귀하고 복된 일이었나를 나이가 많이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좀 미련한가 봐요. 이제라도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해보지만, 이미 잠들어 계시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온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보물창고와 같은 성경을 가르쳐주신 거예요. 아버지! 어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이제라도 들으시고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뵙고 싶어요. 지게를 어깨에 메고 곡식 단을 나르시던 아버지, 앞치마를 두르고 텃밭을 가꾸시던 어머니, 저는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답니다. 만일 제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해도 꼭 아버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릴 거예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귀하게 가르쳐주신 성경,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리의 보고를 아버지 어머니께서 잠드신 후에도 잘 간직하고 살았답니다. 창고 문을 열어도 보물은 보이지 않았어요. 훗날 죄인의 눈으로 보물이 보이기 시작했었지요. 얼마나 귀하고 값진 보물이 가득히 채워져 있는지 너무너무 놀라워 울어버렸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는 자주 눈물이 고여요. 정말 엄청난 대박이거든요. 제비가 흥부에게 가져다준 박 씨 열매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지금도 살아 계시다면 제일 먼저 가져다 보여드리고, 가슴에 예쁜 꽃도 달아드렸을 거예요. 이 값진 보물을 어떻게 혼자서만 가지고 있겠어요. 주 안에서 참으로 사랑하는 지체들과 아낌없이 나누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며 살아요. 많은 지체들도 너무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좋은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저를 태어나게 하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와 찬송을 드릴 수밖에 없답니다. 참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존경스러운 좋으신 아버지! 어머니! 정말 보고 싶어요. 이제 아버지 어머니 곁에서 잠들 때까지 여한이 없는 은총을 베풀어주신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만을 찬양할 거예요. 그리고 만방에 자랑하고 선포하며 일념으로 살기를 소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그렇게 살고 있기도 하답니다.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고이네요. 오늘은 이만 줄일래요. 아버지, 어머니, 편히 주무세요. 꿈에라도 한번 보여주시고요.


2020년 어버이날을 맞아, 넷째 아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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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윤 선생님께
여호와 스스로가 작정하신 뜻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