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라이프

 
작성일 : 20-07-23 19:5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옛 친구에게


친구야! 너무 오랜만이다.
1947년, 3월 초등학교 일학년 같은 반이었으니까,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 내가 많이 늙었으니 너도 늙었겠지! 졸업 후엔 너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네가 어디서라도 이 서신을 본다면 놀랄 것이야. 나는 네가 잊히지 않고 때때마다 기억나곤 한단다. 아마도 내가 이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너에게 주먹으로 머리를 얻어맞았기 때문이기도 할 거야. 나는 가만히 서서 맞기만 했잖아. 교회초등부 선생님이 친구와 싸우면 지옥에 간다고 하셨거든.
너는 내 이웃 동네에 살았잖니, 학교에서는 바로 내 뒷자리에 앉았었고. 나를 좋아하면서도 가끔 시비를 걸곤 했거든.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의 사랑도 독차지한다고 질투하며 때로는 싸움을 걸어오곤 했었잖아. 나는 싸우는 것이 아주 싫어서 가끔 나를 사랑해주는 선생님이 싫어지기도 했단다. 그때 나는 학교에서 네가 친구로 좋으면서도 선생님보다 제일 무섭기도 했었지. 너와 싸운 후에는 얼마나 괴로웠는지 너는 모르고 있을 거야. 나는 너와 싸웠으니 틀림없이 지옥에 간다는 생각이 얼마나 내 마음을 괴롭혔는지 네가 알 수 있겠니?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남모르게 많이 울기도 했었단다. 
한 번은 네가 나에게 ‘너 하나님 믿는다며?’라고 시비를 걸었잖아. 그때 나는 지기라도 할세라, ‘그래 믿는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었지. 너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너 하나님 봤어?’라고 또 시비를 걸었잖아, 나는 솔직하게 ‘못 봤다’라고 하니까, 너는 기세가 등등하여 ‘그런데 어떻게 믿니 이 바보야’라고 핀잔을 했거든. 나는 할 말을 잃었지만, 네가 마귀처럼 보였단다. 하루는 내가 사용하는 연필을 달라고 하기에 거절했잖아. 그러니까 또 붙들고 싸우려고 시비를 걸기에 뿌리치고 달아나니까, 너는 주먹만 한 돌을 들고 엄포까지 하더라고. 나는 너에게 공격을 당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졌단다. 과연 하나님은 살아계실까?! 정말 천국은 있는 것일까? 있다면, 친구 너는 지옥에 갈 것이고, 나는 천국에 갈 거야. 그러나 없다면, 너는 승자가 되고, 나는 패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분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괴로워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단다.
어느 여름날 가뭄이 들어 논에 벼들이 계속 타들어 가고 있을 때야. 나는 논길을 걸어 학교에 가면서 이렇게 기도했단다. ‘하나님! 정말 살아계시면 친구네 논에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고, 우리 논에만 비가 많이 오게 해주세요.’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였지. 솔직히 너에게 당한 분풀이를 하려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단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비는 오지 않고 벼들이 다 타죽어 가는 거야. 나의 갈등과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잖니. 학교에 갈 때마다 다른 친구들이 보면 조롱을 할까 봐 주저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단다. 책상에 풀어 놓은 책 보따리 위에 이마를 얹고 쉬는 척하면서, 너에게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는 증거를 설명해줄 수 있도록 ‘지혜를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지. 그러면서 너를 만나게 될까 봐 피해 다니곤 한 거야. 또 ‘너 하나님 봤어?’라고 물어 볼까 봐.

친구야!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 내가 너에게 편지 쓰는 까닭을 짐작하겠니? 너와 헤어진 후로도 네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 내 뇌리에 깊이 뿌리를 내려 좀처럼 사라지지 않더라고. 결국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단다. 십 대 후반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고 연구하기 시작했어. 하나님 살아계신 사실을 알고 싶어서였단다. 십대후반에 성경학교를 거쳐 신학교까지 가서 4.5년 동안 공부를 했어도 확실한 답을 얻을 수가 없더라고. 한마디로 실망뿐이었지. 십여 년이 지나 다시 신학 공부를 5, 6년 동안 했어도 결과는 여전했단다.
교의신학 교과서에 ‘신 존재 증명’ 이라는 명제가 있더라고. 드디어 한을 풀게 되는 줄 알고 흥분했단다. 모두가 철학자들의 상상에 의한 가설에 지나지 않았어. 솔직히 실망할 수밖에 없잖니. 그때부터 너의 질문은 인류의 최대 난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어린 네가 어떻게 그 엄청난 질문을 나에게 던져 주었는지 너무 궁금했어. 알고 보니 세계적인 철학자나 과학자 또는 신학자들도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문제인 거야. 어떤 자는 신이 있을 거라고, 어떤 자는 없을 거라고, 어떤 자는 있어도 없어도 알 수 없다는 거야. 알면 알수록 너무 괴롭더라. 너무 괴로워 많이 울기도 했단다. 수십 년 동안 괴로워 몸부림쳤던 사연들을 어떻게 지금 다 말할 수 있겠니.

친구야! 내 나이 사십을 바라볼 때까지 온갖 의혹만 싸여 갔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살아계신 하나님이 성경에서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더라. 너무 놀라울 수밖에 없잖니. 기쁨과 감동이 밀려오고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더라. 
그 후, 수십 년간 네가 던진 문제의 해답을 수십 권의 책으로 수록했단다. 인류의 최대 난제가 완전히 풀린 셈이야. 너 지금 ‘이 자식 제 자랑만 늘어지게 하잖아!’ 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지만….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더라. 나는 네가 없다고 생각하는 하나님 앞에서 분명히 말한다. 정말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야. 내 자랑은 ‘여호와 이름’에 따른 예수님의 ‘십자가’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단다. 다만 네가 시비 걸기 위해 던진 질문의 명쾌한 해답이 명명백백히 밝혀졌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이란다. 제발 오해는 하지 말아다오. 거듭 부탁한다.

오랫동안 성경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친구 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겠니?. 너는 나를 괴롭히려고 질문을 했지만, 내가 경외하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 내 일생의 최대 난제를 너를 통해 주신 거란다. 친구야! 정말 고맙고 감사해. 진짜 진심이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값진 보화를 너와 공유하고 싶을 만큼…. 생각해보면, 내가 5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수십 권의 책은 너의 질문에 대한 답변서인 셈이야. 그러니 너와 공저로 볼 수도 있잖아. 그래서 보고 싶어 자판기를 두드리게 된 거란다. 지금은 만나도 두렵지 않고 도리어 따뜻하게 포옹해 줄 것만 같아. 어디에 살고 있니? 한번 만날 수 있다면 네 질문의 답변서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고맙다. 친구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세상 떠나기 전에…, 부디 안녕.

 2020년, 피해 다니던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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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시는 할머니께
김 전도사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