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6-04-24 20:0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티베리우스 황제와 빌라도 총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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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폐위를 도모하던 날, 반정 세력은 진성대군(중종)의 사저를 삼엄히 에워쌌다. 연산군이 보낸 군사로 단정한 대군은 가혹한 고문이 두려워 자결하려 했지만, 부인 신 씨는 ‘군사의 말 머리가 우리 쪽으로 향해 있다면 미련 없이 자진할 것이나, 그 반대라면 필시 공자를 호위하려 함일 것’이라 만류하며 밖을 살피도록 했다. 그러나 정분이 깊던 지혜로운 부인은 연산군의 처남인 관계로 척살 당한 신수근의 딸이었으니, 보복을 염려한 반정 공신들의 압력에 남편은 끝내 출궁 조처를 내리고 만다. 조강지처가 그리울 때면 중종은 높은 곳에서 그녀의 본가 쪽을 바라보았고, 이를 듣게 된 폐비 신 씨는 인왕산 바위에 올라 붉은 치마를 펼쳐 두고 먼발치나마 아련히 마주했다는 치마바위 전설은 그렇게 덧없이 전해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기간은 2대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디베료)의 통치기(14~37)에 해당한다. 말년의 공포정치로 매도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카이사르(7월, July)나 아우구스투스(8월, August)처럼 9월의 명칭을 티베리우스로 고치자는 건의를 사양한 그를 공화적 전통을 존중한, 건전한 재정책으로 제국을 반석 위에 올린 인물로 평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어린 티베리우스 외에 둘째까지 임신한 유부녀 리비아를 아내로 취해 평생 해로했으나 둘 사이의 자녀는 없었다. 카이사르의 양자였던 아우구스투스는 혈연에 집착했고, 전처와의 유일한 혈육 율리아를 오른팔 아그리파와 결혼시켜 얻은 외손자를 세울지언정 자기 씨 아닌 티베리우스는 후계로 고려치 않았다. 모든 핏줄이 죽은 후에야 아우구스투스는 계승자(양자)의 조건으로 티베리우스가 사랑했던 빕사니아와 이혼하고 율리아와 재혼할 것을 요구해 온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멍하니 서서 길 끝을 바라보았다던, 본래 침울하고 내성적이던 티베리우스는 율리아가 간통죄로 유배된 뒤 독신으로 살았고, 26년부터 푸른 동굴의 휴양지 카프리 섬에 은둔하며 문서정치를 시행한다. 황제가 원거리에서도 로마를 능숙히 통치하던 때에 5대 유대 총독(26~37)으로 파견된 이가 본디오 빌라도였다. 진위 논란에도 최근 모노드라마로까지 상연된 『빌라도의 보고서』는 그가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올린 서한의 형식을 띠는데, ‘자신들의 지위와 호사로움을 위해서라면 어머니라도 배신할’ 유대 종교지도층의 위선에 대한 묘사로 글은 시작된다. 고대하던 메시아라 환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죽이라 아우성치는 유대 군중의 광기를 빌라도는 또한 어떻게 해석했을까.

‘나는 진실로 이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다’는 독백으로 끝맺음 되는 서신 전체에서 감지되는 빌라도의 부담감은 예수가 갈릴리 출신임을 확인하고 헤롯 안티파스에게 보냈던 복음서의 사실로도 확인된다. 교활한 헤롯은 예수를 돌려보냈고, 빌라도가 종교적 잣대에 근거해 세 번에 걸쳐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했다(눅 23:22) 말하며 예수를 풀어주려 하자, 유대인들은 이 사람을 놓으면 황제의 충신이 아니라는(요 19:12) 정치적 논리로 맞받아친다. 민란으로 확대되어 문서가 카프리 섬으로 날아간다면 정치생명을 장담키 어려웠을 빌라도는 결국 손을 씻으며 의인의 피와 나는 무관하니 너희가 당하라 선고했고, 백성은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라(마 27:25) 외친다.

이사야 53장의 속죄할 메시아의 언약은 대적들에게 정죄를 당하는 십자가 제물의 모습, 곧 제사장 직임을 성취한 예수의 사역으로 완성되었으며, 그 예수를 죽음으로 내몬 만용의 맹세는 예루살렘 파괴 이래 1900여 년을 떠돈 피눈물도 모자라 600여 만이 학살된 홀로코스트의 참상으로 갚아졌다. 역사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떠난 인간의 모든 수고가 어떤 허무인지를 끊임없이 밝혀주나, 목이 곧은 인생들은 고집스레 나의 바벨탑을 위해 자존의 공로를 세우려 한다. 이러한 근본적 죄성의 내가 과연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있을지를 불안해하던 인생에게 칼빈은 다음의 위로를 전했다. ‘당신을 위해 피 흘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자. 그 십자가를 바라며 우리는 예정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 자유기고가

역사비평학(성서고등비평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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