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7-02-07 21:2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자신이 다른 사람을 몰라줄까 근심하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논어 학이장의 마지막 글이다.

“공자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몰라주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자신이) 다른 사람을 몰라줄까 근심하라.”

이 말은 공자가 한 특정한 제자나 몇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교훈은 넓은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잘난 면을 보아주지 않을 것을 근심하기에 십상이다. 자신에게는 이런저런 능력이 있는 것 같다거나 혹은 자신의 능력이 스스로 보기에 좀 부족하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 부족한 능력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누군가를 섭섭해하거나 비판할 때에도 그 배경에는 그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섭섭함이 있을 때가 많다. 그만큼 사람은 모두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공자가 보기에 배우는 사람은 이러한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였다. 배우는 자가 아무리 많이 배운다 하더라도 여전히 모르기는 사실 배우기 전과 매한가지라 할 수 있다. 우주의 광대함이나 인류의 전 역사의 과정 등과 비교할 때 누군가가 배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이겠는가. 오히려 배운다는 것은 저 광대한 우주 만물과 끝없이 이어져, 온 인류의 생활현장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배웠다고 해봐야 일부에 지나지 않는 지식이나 행실에 불과하겠거늘 그것을 가지고 배우는 자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도대체 자신의 무엇을 알아달라는 것인가. 
공자가 보기에 배움의 길은 이와는 반대로 다른 사람의 배운 것을 인정하는 법을 익히는 것 이었다. 배우는 자가 자신이 배운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배운 것을 먼저 인정하는 자세를 배울 때 어느 순간에 그 자신도 무언가 배우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 배움의 도리라고 본 것이다. 진정 배움의 길이란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많이 알아서 누구보다도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든지 자신이 배움의 어려움을 통해서 먼저 익힌 다른 이의 배움을 존경하고 인정하는 자세다.
세상을 사는 자는 모두 배우는 자이다. 배우지 않고는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 모든 인생은 배움의 길을 피해갈 수 없다. 그 배움은 생의 시작단계부터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배움을 익혀가는 것이다. 동시에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않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고 가르치셨다(눅6:31). 또한, 예수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말씀하셨다(마6:33).
그렇다. 선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자신은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고 세상에 알리기를 힘쓰는 대신에 먼저 자신을 훈련해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고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을 보고 하나님의 자녀라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대신에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먼저 그들에게 대접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선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유익과 평안을 구하기 전에 다른 이의 유익과 평안을 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생활 모습이 먼저 하늘나라의 생활처럼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기를 기도하는 대신에 하나님이 자신을 먼저 인정해 주셨음을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다른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복 이전에 이웃이 받는 복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모두 이렇게 살아야 한다.

선한 그리스도인들이여! 우리가 먼저 다른 이의 의로움과 축복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신앙인이 되어 보자. 정말로 마음으로 행동으로 우리의 배움이 하나님을 인정하고 다른 형제자매를 인정하는 과정이 되게 하자. 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믿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자.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이나 영적 능력을 인정하지 않음을 염려하지 말자. 대신에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며 우리의 형제자매를 먼저 인정하고 대접하기로 하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니체의 신화-예술론, ‘야벳’ 문화의 종결
공자와 자공이 시를 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