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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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유 작성일 : 21-04-05 22:33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흙수저 출신의 높아짐
子謂仲弓曰 梨牛之子 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
자위중궁왈 리우지자 성차각 수욕물용, 산천기사저.



『논어』 「옹야장」의 계속이다.

공자가 중궁에 대하여 말했다. “얼룩말의 새끼가 붉고 뿔이 있으면 비록 사람들은 (희생물로) 쓰려고 하지 않겠지만 산이나 강의 신들이 그를 버리겠는가?”


중궁은 공자의 제자다. 대화의 내용으로 보면 공자가 중궁을 앞에 두고 직접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성(騂)’은 붉은색(赤色)이다. 주나라 사람들은 붉은색을 숭상했다. 그래서 붉은 짐승으로 희생을 드렸다. ‘각(角)’은 뿔이 두루 바르게 난 것으로 이런 짐승들이 희생물로 쓰이는 데 적합하였다.
‘리우(梨牛)’는 쟁기질을 하는 소다. 얼룩말로 번역했으나 그 뜻은 그저 밭을 개간하는 데 쓰이는 한갓 동물에 불과하다. 그 새끼라면 밭 가는 데 쓰이는 것 외에 달리 쓰일 수가 없다.
공자가 중궁에 대하여 ‘리우지자’라고 한 것은 그의 아버지가 미천한 인물이었음을 말한 것이었다. 중궁의 아버지는 천한 사람이었으며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었다(仲弓父賤而惡行). 그런데 자녀인 중궁은 훌륭하였다. ‘리우지자’는 마치 얼룩말의 새끼가 아무리 희생물의 조건에 맞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희생물로 쓰지 않듯이 중궁 역시 사람들에게 쓰임을 받을 수는 없는 처지임을 말한 것이었다.
공자는 중궁이 처하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궁에게 이 사실을 말한 것은 중궁 역시 이 상황을 받아들일 것을 교훈한 것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중궁을 가신 등과 같은 중요 인물로 등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의식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스승으로서 공자는 산천의 신들만은 반드시 중궁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준 것이었다. 중궁이 장차 자신을 희생물로 삼아서 산천의 신들에게 바친다면 그 신들이 그의 희생을 기꺼이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중궁에게 심어준 것이었다. 이것이 스승으로서의 공자의 훌륭함이었다.
공자는 중궁에게 두 가지 교훈을 하고 있다. 하나는 아버지의 악행을 본받지 말고 그 악행을 뒤집어 버려서 자신을 바르게 하여 효도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마치 순 임금이 고수라는 악한 아버지를 두었으나 그에게 효도를 다 했듯이 중궁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설령 중궁이 일생을 사는 동안 사람에게 차이더라도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하늘(天)의 뜻을 기다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을 살 것을 교훈한 것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이 공자와 중궁의 인간관계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필자는 정확한 상황파악과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전의 제시라고 본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제(弟, 아우들)와 자(子, 자녀)들에게 삶의 실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알려 주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구체성이 없이 세상이 어떻고 사람들이 어떻고 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먼저 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자신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실제적 체험을 가지고 제와 자들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다른 사람의 출신성분 곧 지역이나 경제적 정치적 직업적 수준 등을 기준으로 해서 한순간에 평가해 버리는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악한 일이다. 그리스도인은 사람 자체를 보려 해야 한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직접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나쁘면 바르게 되도록 고치려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일에 그 사람이 계속 악한 일을 행하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관계를 갖지 않으면 된다. 핵심은 그 사람의 됨됨이가 악하든 훌륭하든 그들에게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이 있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이 세상과 사람에 대하여 관심과 신뢰를 가지셨기 때문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그들의 천한 출신들을 바꾸고 일구어가게 해서 마침내 하나님의 희생 제물로 쓰임 받을 수 있게 하는 삶을 살아가자. 그리스도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몸으로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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