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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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13 19:2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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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에서 도시로 갓 전학을 왔던 필자는 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 무서웠던 담임 선생님에게 슬리퍼로 뺨을 맞은 적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 다음 시간에 공부할 책을 펴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뺨에 선명하게 배어버린 신발 자국이 아프기도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모욕감이 들어 흐르는 눈물을 겨우겨우 참아 넘겼다. 하지만 그 일이 무의식적으로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는지 필자는 학창시절 내내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에 대해 두려움과 더불어 심한 반항심을 가지고 살았고, 누군가 꿈이 무엇인지 물어볼 때면, “굶어 죽어도 선생은 안 해”라고 엉뚱하게 대답하곤 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입학 후엔 갓 취임식을 한 당시 대통령(김대중)에게 한이 섞인 장문의 편지를 써 보낼 정도였으니 당시 필자 안의 분노는 합리적인 설명으로 이해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랬던 필자가 지금은 이국땅에서조차 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성경신학을 통해 성경을 만나고, 성경을 통해 참 교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교회를 통해 가장 권위 있는 선생님들이 가장 낮아진 모습으로 어린 성도들을 대하는 모습을 경험하며 필자가 가진 기존 교육에 대한 편견들이 충격적으로 무너져 내린 결과였다. 이번호에서는 필자가 속한 교회(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에서 그리스도를 닮은 선생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날 필자가 속한 교회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2주 후 당회원이 모여 2016년 계획을 짜는데(Council Planning Day)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오 마이 갓! 이 모임은 교회의 어른들이 교회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였기에 필자는 그날이 오기만이 손꼽아 기다려 참석했다. 작년까지는 당회원들만 참석하여 진행해왔는데 올해부터는 각 부서의 리더들도 참석해서 의견을 듣기로 했고, 필자는 리더는 아니지만 의견을 듣고 싶어서 초대했다고 하며 참석에 고마워한다. 필자를 포함해 총 17명의 지도자가 모여 시작된 회의는 30분 단위로 매우 짜임새 있게 진행이 되었다. 짧은 지면에 모든 순서를 소개할 수가 없어서 필자가 느낀 핵심적인 사항들만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먼저, 대표 장로님이 나오셔서 내년도부터 새롭게 바뀔 교회사역의 큰 목표와 변경될 조직 구조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교회가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제자를 길러낼 수 있는 제자를 기르는 것”(Making disciples who make disciples)이기에 주요 내용은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2. 다음으로 필자가 관심 있게 보았던 것은 JP 목사가 담당하고 있는 ‘텐트’(TENT)학교와 ‘도제식 교육제도(Apprenticeship)'에 대한 발표였다. 텐트스쿨은 매주 수요일, 지역의 가난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성경해석 및 교육방법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이며, 도제식 교육 프로그램은 이 년간 소수의 학생에게 교회 사역의 전반을 경험하게 해주고 교육해주어 미래의 사역자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남아공 소식 6호 참고) 교회는 이 프로그램의 교육대상을 더 확대하고자 의견을 모았고, 확립된 의견 중 하나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일 년짜리 어프렌티스쉽 제도를 마련하여 대학에 진학하기 전 건전한 신학과 성경 전반을 가르쳐주고 교회사역을 경험하게 한 후에 대학에 보내자는 것이었다.
3. 회의는 올 한 해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진리의 말씀을 융통성 있게 전하기 위해 다들 주변 환경(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가 양육하고 있는 어프렌티스쉽 학생들의 수준에 대한 변화, 교회 내에 새로 입교한 중요한 인적 자원들로 인한 교인 구성 및 분위기의 변화, 최근 끊임없이 발생하는 데모로 인한 지역사회 내의 갈등, 동성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 등등.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파악한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나열하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4. 다음으로는 교회 내에서의 소외된 영역들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갔던 초신자, 어린이, 노년층, 외국인 사역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소수인 흑인 성도들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었다. 한 가지 필자에게 큰 관심을 끌었던 결정은 백인 성도들의 수가 대다수인 교회에서 인종 문제에 대한 결단을 위해 흑인 목회자를 청빙해오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백인이었지만 모두 아무런 이의 없이 적극적으로 환영하였고 앞으로는 우리 안에서 흑인 지도자를 키워낼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5. 이후엔 그룹을 넷으로 나눠 자기가 속한 부서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등록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필자에게도 발언의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졌고, 모두 진지하게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담임목사와 같은 조에 속하게 된 필자의 조에선 담임목사가 서기를 담당하여 나오는 모든 의견을 받아 적고 있었다. 4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조에서 나온 의견은 종이 두 장을 가득 채웠고 이렇게 나온 의견들은 두 가지 큰 카테고리인 ‘줄기’(Vine)이슈와 ‘가지’(Trellis)이슈로 다시 분류되었다. ‘줄기’ 이슈는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과 일차적으로 관련된 사항들을 말하고, ‘가지’ 이슈는 그 외의 제반 문제들을 말한다. 다시 말해, 교회는 모든 것을 다 다룰 수 없기에 말씀 사역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나눈 것이다. 그 후 조별로 나뉘어 정리된 의견들은 다시 전체가 모여 큰 카테고리별로 묶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길고 활기찼던 토의는 기도로 막을 내렸다. 집으로 돌아와 회의를 돌이켜 보니, 지난 호 기사에서 언급했던 ‘차드'를 만나 교회 체제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한 번도 체제개혁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은 적도 없고, 성경신학을 접한 적도 없지만, 체제개혁의 아이디어에 놀라고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 친구의 반응을 보며 필자는 매우 궁금해졌다. 왜일까? 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친구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없이 듣고 또 들었던 많은 이들은 배척하는 것일까? 회의 가운데서 교회의 지도자들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 이들도 차드와 같이 체제개혁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은 교회를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려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닮은 선생들로 인해 만들어질 2016년 행복한 교회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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