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21-07-01 21:4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오직 은혜의 사람, 칼빈_20


칼빈은 자서전을 쓴 일이 없다. 더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철저히 절제하여 기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설교나 그의 편지를 통해서 그의 신앙의 깊이와 넓이는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칼빈의 갑작스런 회심도 몇 마디 뿐이었고 구체적인 언급은 아예 찾기가 어렵다. 도대체 칼빈이 갑작스런 회심을 하고는 무엇을 깨닫고 무엇이 변화되었던 것일까? 그의 깨달음은 기독교강요나 로마서를 집필하면서 더 크게 확산되었을 것이다. 당시 로마 가톨릭은 인간의 자력 구원이 강조되었을 뿐 아니라 복음의 본질이 의식과 전승 (Tradition)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칼빈은 교황권의 전횡과 사제들의 복음에 대한 무지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미 칼빈보다 30년 전에 종교 개혁을 했던 마틴 루터의 가르침, 개혁의 동지들이 내어놓은 종교 개혁의 본질을 읽고 있는 칼빈은 이미 인문주의자의 세계관에서 성경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칼빈이 비록 갑작스런 회개였다고 했지만 칼빈의 엄청난 독서량이 그의 회심에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어거스틴과 크리소스톰의 저서, 히브리어와 헬라어 성경, 개혁의 선배들을 통해서 번개같이 칼빈의 머리와 가슴을 때린 것은 바로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총이었다. 칼빈의 시편 주석 서문에 기록된 회심 고백을 보면 그는 “처음 나는 로마 교회의 미신에 너무 완고하게 성실하였기 때문에 쉽게 이 깊은 진창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갑자기 나를 회심시 켰다. 하나님은 이 회심을 통해 내 마음을 정복하시고 교훈할 수 있는 마음을 심으셨다”고했다. 맹목적으로 잘못된 종교를 따르며 자기의 의로 구원을 얻고자 했던 칼빈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부르신 은혜을 깨닫게 되었던것이다.


칼빈은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총의 신학을 세웠다

그 후 칼빈의 모든 저서, 칼빈의 모든 설교, 그의 편지에 흐르는 핵심 사상은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의 주권이었다. 무엇보다 인간은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죄인이지만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총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되었다는 내용이 지배적이었다. 실로 칼빈의 은총의 신학과 신앙은 어거스틴 이후 1,200년 만에 다시 햇볕을 보게 된 것이다. 신구약을 흐르는 메시지가 하나님의 은혜이며 특히 바울서신에서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성경에서 멀어진 로마 가톨릭은 모르고 있었다. 로마 교회는 믿음으로 의롭게 되고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가 아니고서는 살수 없으며, 성경만이 신학과 신앙과 삶의 유일한 표준이라는 개혁자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그러한 주의 종들을 불에 태워 죽였다.

칼빈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은혜의 결과이다”(이사야 3권, p.474) 정확히 말하자면 은혜는 하나님 안에 있고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은혜의 결과이다”(로마서 p.115)라고 했다. 그런데 칼빈은 인간이 개인적으로 구원받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교회의 회복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다고 했다(이사야 2권, p.420.) 사실 종교개혁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며 칼빈 자신이 로마 가톨릭의 몽매한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와 확신과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다. 더구나 걸어 다니는 병원이라고 할 정도로 병약한 환자인 그가 일생 동안 교회 개혁의 지도자로서, 목회자와 설교자로서 그리고 성경주석가로서, 가톨릭과 이단들과의 논쟁을 위해서 그리고 교수와 설교와 저술가로 그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감내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주님의 교회를 건설하고 그리고 복음 증거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칼빈의 신학은 오직 은혜(Solagratia)의 신학이다

칼빈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아가 받은 구원은 하나님의 비할 데 없는 은혜의 역사이며 영원히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창세기 1권, p.178) “요셉에게 그리스도의 형상이 생생하게 나타났다. … 하나님은 단순히 그의 은혜로 그 소년에게 특별한 은혜를 부여하여 주셨다. … 그는 하나님의 선한 뜻에 의하여 총리로 임명되었다”(창세기 2권, p.261) “애굽으로부터의 하나님의 선민 구출은 하나님의 은혜의 원형이요 원본이다”(시편 1권, p.269) “거룩한 백성은 중보자의 은혜를 통해서만 복을 받는다”(창세기 1권, p.349고) 했다. 그리고 칼빈은 “순수한 은혜만이 믿음에 선행하고”(로마서, p.94) “믿음 자체는 은혜의 일부”(로마서, p.217) 라고 했다. 칼빈의 신학은 말 그대로 “오직 은혜”(Sola Gratia) 그 자체이다. 그래서 칼빈의 신학은 은혜의 신학이며, 신구약66권을 관통하는 위대한 광맥은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의 은혜! 그것이 바울과 어거스틴과 칼빈을 잇는 정통 신학의 맥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정성구 목사 (총신대학교 명예교수 / 전 총신대학교 총장)

오직 믿음의 사람, 칼빈_21
성령의 신학자칼빈_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