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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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06 21:3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두 신학자 : 아버지와 딸


박윤선 박사는 한국 보수주의 교회의 상징인 인물이다. 신학자와 신앙인의 사표(師表)로, 목회자와 교육자의 모범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러한 박 박사의  명성(名聲)과 인망(人望)에 치명적인(?) 비판서가 발행되었다. 그분의 친딸 박혜란 목사가 쓴 『목사의 딸』이라는 책이다. 아버지라는 단순한 가족 관계 이상의 인물로 항상 설정되어 온 박 박사에 대한 비판적 평가였기 때문에 생존의 활동했던 소속 교단은 물론이거니와 보수 교계 전체에 그 파장을 가져왔다.
저자 박혜란 목사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아버지는 “매우 단순한 분이셨기에, 사람이 상당히 복합적인 존재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고 평가한다. 아버지의 지적 능력과 인품을 연관시킨다. “암기력이 뛰어나고 집중력이 있어 늘 훌륭한 학생이고 스승으로 인정받으셨지만, 성격이 급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회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딸은 남편으로서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이다. 어머니를 대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주의 종에 맹목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권위 자체였다고 한다.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딸의 진술에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아버지는 손찌검까지 한 적이 많으며,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는 말도 한다.
아버지로서 박 박사에 대해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별세 후 재혼한 아버지는 전처의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책임이 없는 인물로 묘사한다.
신학자인 아버지 박 박사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신·구약 전권 주석’에 대해서도 “외국어에 능통하셨지만 주석은 한글 성경으로 하셨는데, 당시 한글 성경은 히브리어·헬라어 원문을 번역한 게 아니라 몇 가지 언어로 중역된 성경이었다.”고 하며, 아버지의 주석은 “참고할만한 것이 없고 빈곤하다.”는 평가도 숨기지 않는다.
신학자로서 자신의 아버지는 “유교적 칼빈주의자”이며 여기에는 남존여비와 충효사상 그리고 영육의 이원론이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딸은 “한국교회가 이렇게 큰 결함이 있는 분을 칼빈주의 대학자로 숭상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지적도 한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박사는 당대 명문 평양숭실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화란 자유대학에 유학한 당시 한국 신학을 대표하는 학자임에는 틀림없다. 딸의 비판으로 인해 그의 제자들과 후배 목사들의 박 박사에 대한 존경은 이번 계기로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는 평가도 한다.
인간적인 약점이 없는 자는 없다. 이론의 미숙함과 취약점을 지니지 않은 학자도 없다. 딸에게 기쁨과 만족으로 존재하는 아버지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더욱 희귀하다. 해방 전후의 어머니들 세대에게 남편은 두 번은 다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비판한 딸 역시 ‘목사’라는 사실이 자꾸 생각의 걸림돌이 된다. 사유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인간적 평가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목사인 아버지와 목사인 딸의 관계가 갖는 신앙적 의미가 성경의 진리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될 때에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한 ‘동역자’ 관계의 가치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에는 아직 살아있는 박혜련 목사가 너무 말을 한 것일까?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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