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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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12 10:4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김 학장님께


학장님! 퇴임하신 후, 주안에서 평안하신지요. 저는 1974년 3월부터 3년간 학장님의 문하에서 신학 연구에 몰두했던 제자예요. 솔직히 제가 학장님의 근황을 모르고 있어요. 불충한 제자라는 방증이죠. 사실 학장님에 대한 유감이 없지 않거든요. 마땅히 학장님의 가르침에 적극적으로 수긍하고 따라야 했겠죠. 그러지 못하고 학장님을 싫어하고 멀리만 했던 어리석음을 돌이켜보는 심정으로 공개서한을 띄우게 된 거예요. 이 서한을 보시게 되면 화내지 마시고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현대교회는 ‘성경관’과 ‘해석학’의 견해차로 인해 신앙과 신학의 혼돈시대를 맞이하고 있거든요. 교파나 교단 또는 교회마다 설교내용도, 집회 분위기도, 운영방식도 제각각이잖아요. 성령의 조명 없이는 불가능한 성경해석을 교황이나 개인이 마음대로 하다 보니 그 결과 역시 제각각일 수밖에 없거든요. 반석 위에 세워져야 할 교회가 모래 위에 세워졌잖아요. 신학교에서 배운 것은 목회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교리에도 어긋나게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개신교는 성경의 절대 권위를 기초로 개혁한 교회이므로 하나뿐인 성경을 누구나 똑같이 해석해서 가르쳐야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잖아요. 성경은 오직 하나의 의미만 있으니까요. 문제는 성경의 올바른 의미를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데 있어요.

학장님께서 구약학 시간에 신명기 내용을 설명하시면서, 구약시대 ‘안식일’이 신약시대 ‘주일’로 바뀌었다고 하셨지요. 제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안식일이 주일로 바뀌었다는 성경적 증거가 없잖아요?’라고 질문을 하는 순간, 교실은 긴장감이 돌면서 학장님의 얼굴은 굳어지셨고 학생들의 시선은 저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죠.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어요. 한국 교회가 이른바 헌법적 예배 모범에도 없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순박한 성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어처구니없잖아요?! 신약시대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을 ‘안식 후 첫날’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주의 날’ 곧 ‘주일’이라 해서 구약의 율법적 ‘안식일’로 포장했거든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초대교회 시대는 날마다 모였는가 하면 모이기를 폐하는 자들도 있었거든요. 모이는 날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떤 의식이나 형식 및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졸업 후, 안식일 문제로 이단 시비에 걸려 곤욕을 겪은 바가 있어요. 신약시대는 날이나 절기 또는 제도를 지키는 것이 아니잖아요. 구원받은 성도가 언제든지 어느 장소와 관계없이 모이면 기도와 찬송과 함께 성경을 상고하고 사랑의 친교를 다지며, 각자 받은 은사를 따라 선한 일을 도모하고 실천에 옮기는 삶의 제사 곧 영적 예배가 있을 뿐이거든요. 한국 교회는 구약시대 의식이나 형식 및 제도를 답습하는 방향으로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허우적이고 있어요. 돌이켜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몸 된 순수한 교회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은 성경으로 돌아가 실체적인 모습으로 회복돼야 하잖아요. 이런 말을 하면 ‘무교회주의자’라고 비아냥거리는 자들이 있더라고요. 신학적으로 ‘무형교회’와 ‘유형교회’에 대한 잘못된 교리에 기인한 착각에 불과하거든요. 성도가 모여 당회를 조직하고 지정된 건물, 이른바 성전에서 제사(예배)하고 각 하위조직을 통해 봉사하도록 목사가 지휘 감독하는 집단을 ‘유형교회’로 생각하는 오해지요. 교회론에서 교회를 ‘무형교회’와 ‘유형교회’로 양분한 것은 서구학자들의 미숙한 신학적 사고의 한계로 인한 결과거든요. 인간의 영과 육이 양분되면 육이 죽는 것처럼, 교회가 무형과 유형으로 양분되면 유형교회는 죽은 교회가 되잖아요. 성령의 교통하심에 의해 그리스도의 몸 된 신령한 교회가 견고히 세워지면 반드시 실체적인 모습으로 형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거든요.

학장님은 지금 ‘네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무엄하게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라고 책망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졸업을 얼마 앞두고 학장님의 강의내용이 크게 문제가 되었잖아요. 교단뿐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가 문제에 휩싸이기도 했으니까요. 바로 ‘문서설’에 대한 문제였지요. 학장님께서 구약학 강의 시간에 모세의 율법이 고대 ‘함무라비’법전에서 인용한 것도 있다고 주장하셨어요. 학생들은 물론 교단 목사님들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지요. 바꾸어 말하면, 구약의 율법은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거든요. 학장님! 화내지 마세요. 당시는 학장님의 문하생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 창피스러웠어요. 학장님의 ‘문서설’ 주장으로 인해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기도 했으니까요,
모든 것을 접고 오래 몸담았던 농촌 계몽운동에 다시 투신하려고도 했어요. 그동안 성경을 절대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으니까요. 졸업하고 강도사 시험에 장래를 걸었죠. 합격하면 성경을 연구하며 목회를 하고, 불합격하면 농촌으로 돌아가 계몽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요.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강도사와 목사 시험에 무사히 합격해서 안수까지 받았거든요. 교회도 개척했고요. 그런데 웬일이에요. 이른바 보수로 자처하던 교단이 분열되고 말았잖아요. 바로 말하면 학장님은 그리스도의 몸을 찢어버린 당사자가 된 셈이죠. 어떻게 학장님을 존경할 수가 있겠어요.

성경은 문서가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증하려고 연구를 계속했지요. 성령의 조명에 의해 성경 66권이 하나의 주제 아래 일관된 논리체계를 갖춘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의미분석에 의한 신학적 해석에 그 열쇠가 있더라고요. 학장님! 제 자랑이 절대 아니에요. 정말 사실이에요. 너무 분명한데 믿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성경을 깊이 깨닫고 보니 하나님께서 교회를 찢기도 하시고, 다시 싸매기도 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께서 여로보암을 통해 남쪽 유다와 북쪽 이스라엘로 찢으신 후, 고레스를 통해 다시 싸매어주셨잖아요. 학장님의 ‘문서설’ 덕분에 제가 성경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되었거든요. 그 결과 성경이 하나님 여호와를 계시하신 말씀이라는 확증을 얻을 수 있었어요. 하나님은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잖아요. 학장님의 ‘문서설’ 주장 역시 그렇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학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어디에 계시든지 주님의 평강을 기원합니다.



2022년, 편협했던 문하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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