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라이프

 
작성일 : 16-08-01 21:3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이 모습 이대로


중국의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는 싱겁게 웃어넘긴 말이다.
반듯하고 짱짱하게 허리를 세우고 걷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다. 괜한 속담이 아니었다. 덜컥 또 탈이 났다. 응급상황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의사가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옴짝달싹 못하는 틀 안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잦은 병원생활이라 내키지 않고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리하지 못했다. 왜 내게 그토록 많은 훼방에 부딪히게 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주는 걸까? 짜증부터 났다.어쨌든 수술만은 피하고 싶었다. 마음을 정리하니 살 것 같았다.
“척추관 협착증 두 번째 수술이 잘못된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이 모습 이대로 고통을 덜 수 없을까?
이름있는 큰 병원 의사의 말이 “척추 수술을 많이 하고 성공률이 어떻다고 자랑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명의 존칭이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 귀가 쫑긋해졌다.
어쩌면 그 말이 나에게 불신의 결과로 작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수술을 권한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새로운 증상이 왔다. 어깨와 다리가 뒤틀리고 혈압상승의 가혹함은 온 가족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협심증의 재발이 아닌가 했다. 지금까지 나는 몇 번의 수술을 하였나 손가락을 꼽아보니 일곱 번이었다. 곱게 늙지 못하면 체면 불고하기가 십상이다 생각하니 콧등이 시큰해졌다.
나를 깨닫게 하시려는 시련이라면 달게 받을 일이었다. 매운맛 쓴맛 보게 하시면서 무엇이 소중하고 가치인가를 진정으로 교훈하시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한여름 내리쬐는 불볕더위를 나무 그림자로 길게 드리워 그늘이 되어 주는 자비하신 하나님의 보호 속에서 오늘도 하루 해가 저문다.

일찍이 모세가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고 앞으로 하나님이 이루실 약속을 내다보면서 노래하듯 오늘 나에게도 여호와 이름 하나만 의지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

나의 생각을 살피시고 내 마음을 읽으면서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 하신다. 쉬지도 않으시고 졸지도 않으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라! 가르쳐 알게 하시는 하나님! 길가의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서 나타나는 그 아름다운 향기를 잡초 아닌 꽃으로 볼일이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다. 공기, 햇살, 빛, 물, 바람, 흙처럼 옆에 있어 줄 좋은 사람들과 부르면 대답할 가까운 사람들과 같이 걷고 싶다. 이 모습대로.

고급스럽고 가치있는 진리이기에 기쁨의 샘터가 되고 힘겨운 세상살이 속에서 이제야 수줍은 모습으로 어울리지 않게 당당한 고백을 담아본다.
내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치며 살아온 지난날이 지혜의 말씀인 것을.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권사 강미정 (광주 산수서광교회)

이사 하던 날
사람들은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