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22-03-30 10:3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신학(神學)은 충동의 산물:세계를 지배하는 목적은 없다!


신(神) 등등의 관념들은 충동에 의해, 즉 욕구에 의해 산출되었다. 여기에서 오류는 거의 필연적이다. (……) 욕구를 통해 욕구를 근절하는 일이 관건이다. (……) 군중 속에서의 모든 정치적 노력의 미흡함과 열정이 (……) 신학에서도 사정은 비슷한다. (……) 위대한 ‘이념들은’ (……) 혼돈스러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크고 작은 착상들의 약화된 반영들이다. (……) 통일적인 목적론적 세계는 없다.

바젤 대학 고전문헌학 젊은 교수 니체를 사로잡은 확신은 인간의 생존 욕구와 자기 보존의 충동들이 신(神)과 같은 종교적 관념들을 교묘하게 조작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거짓과 허구와 오류들의 원인들이다. 의식 없고 맹목적인 떼거리 군중들을 정치꾼들이 기만술을 통해 적절하게 이용하듯이 신학(神學)에서 진리라고 사용하는 교리들도 무지렁이 신도들을 선동하려는 종교 권력자들의 조작질의 산물이다. 거창하게 보이고 절대진리처럼 행세하는 이른바 거창한 이념들의 대잔치는 단지 크고 작은 착각의 산물들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부평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니체는 세상을 볼 때 어떤 통일된 하나의 원리나 역사의 최후에 만나게 된다는 목적 설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 이렇게 니체 사상 전체를 지배하는 그 바탕에는 세계와 역사와 인간을 위한 하나의 절대 불변의 원칙과 법칙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세상과 인간을 지배한다는 불변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이른바 인간을 인간으로서 차별화하는 속성 즉 ‘이성(理性)’과 같은 원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니체는 목적론이란 알 수 없는 미래 전망을 듣기 좋게 조작한 낙관주의 환상에 불과하다.(576) 자연과학적 인과법칙마저도 단지 수학적 판단의 한계 내에서만 이해되는 협소한 관점일 뿐이다. 인과법칙도 그 바탕에는 어떤 객관적 원리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욕구가 과도한 일반화를 요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순리(純理)의 법칙이 아닌 인간의 인식 요구가 인과론을 지배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보편적 상식처럼 보인다는 수많은 개념들과 명제들이 인간 욕구가 조작한 산물임을 숙고한다면, 자연과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 법칙이라는 그 시작부터 조작이요 허구가 그 진실이다.

이렇게 니체는 청년기부터 세계와 자연, 역사와 인간을 지배하는 통일된 법칙은 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을 더해가면서 유럽 지성을 근본에서 초토화한 모든 가치들의 해체 원리 ‘허무주의(虛無主義, Nihilismus)’의 등장과 확산을 예고하고 있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객관적 법칙이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욕망이 과도하게 분출한 결과이므로 객관성은 곧 허구로 전락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생존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 내지 의욕과 욕망이 힘의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분출한 것이 이른바 객관적 법칙이라는 허구다. 니체가 “의지가 운동의 주체, 의지를 움직이는 것은 동인(動因)”(584, 강조는 원저자에 의함)이라고 할 때 움직이게 하는 힘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이나 자연을 움직이는 ‘거대한 손’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삶의 욕구와 생존 의지가 뒤얽히며 빚어내는 힘들의 작용일 뿐이다. 그리고 니체는 이 힘의 작용들에 대해 ‘탐구할 수 없는 영역’(585)이라고 한다.

‘신의 죽음’을 자기 철학의 핵심 명제로 끌어올 수밖에 니체의 사상은 이미 초기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각도로 말해보면 니체의 의식 세계를 시종 지배했던 ‘힘’은 그의 생존 욕구의 세계 내에 객관적이며 초월적인 요소는 결코 허락하지 않도록 몰아갔다고 할 수 있다. 자기 운명을 자기 스스로 선택했다고 할 수는 없을 터,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분출하기 시작하는 24~5세 젊은 지성인을 정신병으로 붕괴되는 날까지 평생 사로잡은 ‘힘’은 하나님과 같은 초월적 법칙이나 영원한 불변의 목적을 부정하고 거부하도록 만들었다. 니체의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의 본질은 절대자 신의 죽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교만과 가증의 ‘힘’이 그를 신의 죽음을 폭로하는 길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을 가게 했다.

악인은 그 교만한 얼굴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이를 감찰(鑑察)치 아니하신다 하며 그 모든 사상에 하나님이 없다 하나이다(시 10:4);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저희는 부패하고 소행이 가증하여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시 14:1)

<223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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