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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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16 23:1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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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교회 체제는 무엇일까? 2015년 4월 29일, 수요일 저녁 필자가 소속된 ‘크라이스트 처치’에는 직분을 맡아 봉사하는 모든 교인과 교회를 사랑하는 모든 성도가 한자리에 모였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AGM(정기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일 년간의 재정과 행정에 대해 보고를 하고, 교회에 소속된 은사 단체들이 나와 자신들의 일 년간의 행적을 보고하며 같이 기뻐하는 시간이다. 필자에게는 이 모습이 기독교 지도자 협의회의 모습과 흡사하여 나눠준 책자를 정독한 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끊임없이 성경 앞에서 자기를 돌아보는 아름다운 개혁교회의 유산을 간직한 이곳의 문화를 지켜보며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느낀 이들의 강한 교육열에 대해 전달해 보려고 한다.

필자가 소속된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아공의 서부 지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성공회 교회이다. 교회는 처음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필자의 소속 대학교 바로 옆에 설립되어 학생들을 복음으로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재정을 학생들 교육에 투자하고 수많은 양육그룹을 운영하며, 주일저녁예배와 같이 학생들이 많이 오는 모임엔 주위의 같은 교단 내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목회를 일찍 끝내고 이곳으로 동원되어 사역을 돕는다. 그들의 발표를 듣다보니 마치 전 교인이 어린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소개하고 싶은 그룹들이 매우 많지만 그중 대표적인 양육그룹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목요 성경공부
사경회를 통해서 성경공부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 필자는 목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남아공!! 목요일이 되어 교회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정전이 된 것이다. 남아공에 겨울이 다가오면서 전력소모가 많아지자 하루에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까지 정전이 되는 본격적인 정전 시즌에 돌입한 것이다. 암흑 속에서는 성경공부를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필자는 실망감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교회를 지나칠 무렵 필자의 눈앞엔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발전기를 통해 돌아가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 교육관이 꽉 차서 들어갈 자리조차 없어 학생들이 교육관 밖에서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진리를 사모하여 모인 이들을 보는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어두운 밤 진리의 빛을 발하는 별들이 땅 위에서 은하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교회의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 소속교회와 관계없이 성경공부를 위해 모인 학생들은 남녀가 구분되어 10여 조로 나뉘어 있었고, 필자도 한 그룹에 소속되어 빌립보서 공부를 시작했다. 모두들 성경을 보기 위해 손전등, 양초, 전구가 달린 모자, 휴대전화 불빛 등을 이용해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한자 한자 성경을 정독해 나갔다. 이런 모습을 보니 초대교회 당시 핍박을 피해 지하 묘실에 숨어 성경을 보았던 우리의 신앙 선배들의 진지한 얼굴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마치 내가 그 당시로 돌아간 것처럼 감옥에서 쓴 바울의 눈물어린 편지가 필자의 마음속 깊이 배달되어왔다. 비가 오면 발전기조차 돌릴 수 없지만, 이 모임은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고 한다. 찬란한 빛이 환히 비취고 있는데 감히 어둠 따위가 문제가 되랴! 오직 눈뜬 소경들에게만 문제가 될 뿐!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빌 3:7-8)

2) TGIF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모임은 TGIF(Thanks God it’s Friday)라는 모임이다. 우리나라에선 스테이크를 먹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름이지만, 이곳에선 영양가 있는 말씀을 먹는 그리스도의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 주 금요일 오전 7시에 열리는 이 모임은 학생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하기위해 기획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월 남아공 내에서(혹은 세계적으로) 자기 분야의 최고라 불리는 기독교인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고 질의 응답시간을 가진다. 3월에는 유명한 영화감독을 초청했고, 4월엔 미국에서 기독교 세계관 논의를 열었던 ‘프랜시스 쉐퍼’를 통해 전도를 받고 그와 더불어 ‘라브리’ 공동체를 일궈냈던 ‘엘리스 포터’라는 스위스의 문화사역자를 초청했으며, 지난달에는 남아공에서 기도에 관한 책을 출판해 화재가 된 ‘세르지오 밀란드리’라는 사역자를 초청했다.
필자는 지난달 처음으로 참석을 해보았는데, 강의 후 일종의 소요가 발생했다. 강사의 강의 내용이 지나치게 인본주의적인 심리학적 접근으로 치우친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역시나,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많은 학생이 하나같이 손을 들고 따져 묻는다. “당신의 강의에서 성경에서 말하는 기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분을 초청해온 목사까지도 가만있지 않고 강사에게 바울의 기도를 인용하여 질문을 던지고 강의는 그렇게 논란 가운데 종결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도 의도한 것이었을까? 오전 수업이 있는 친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은 남아서 강사가 던진 기도란 주제에 대해 그룹을 지어 토론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된 강사의 강의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성경적인 기도에 대해 토론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성경뿐만 아니라 성경적 세계관까지 심어주려는 교회의 노력은 장소 선택에서도 돋보인다. 교회가 대학교 바로 옆에 있음에도 TGIF는 교회에서 진행되지 않고 학교 근처의 큰 커피숍을 대여해서 진행된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교회에서 하면 다른 교회의 학생들이나 믿지 않는 학생들이 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고 “학생들에게 더 친근한 분위기에서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3) International Students Mission
이들이 양육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비단 남아공 학생들만이 아니다. 스텔렌보쉬 대학에는 약 4,000명의 국제 학생들이 재학 중인데, 교회는 이들을 그리스도의 군사로 양육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말씀으로 양육된 국제 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교단에 상관없이 남아공에 학위를 위해 들어오는 개혁파 선교사들과 합력하여 그들로 하여금 국제 학생들을 섬기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매주 목요일에 있는 국제 학생 예배는 ‘제이 스톰스’ 선교사에 의해 학교 건물 내에서 진행된다. 말라위에서 선교를 하다가 학위를 위해 남아공으로 들어오게 된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매주 성경공부 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준비해서 학생들을 대접하고 성경을 가르친다. 인종차별이 심한 이방 땅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로하고 더불어 진리의 말씀으로 교제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대부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온 학생들은 교회가 제공한 편안한 자리로 인해 공짜로 마시고 공짜로 성경공부를 하고 공짜로 더불어 기뻐한다. 복음에 빚진 자로서 교회가 베풀고 나눈 조건 없는 은혜로 인해 그들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밝힐 복음의 빛으로 양육-무장되고 있다. 

이외에도 서술하고 싶은 수많은 양육그룹들이 존재한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어떻게 적은 수의 목회자로 그 많은 그룹들을 다 담당 할 수 있냐고.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양육그룹들을 리드하는 이들은 목회자들이 아니다. 그냥 서로 이름을 부르기에 집사인지 장로인지는 모르지만 평신도들이 학생들의 밥을 챙겨주는 일부터, 가르치고 돌보는 일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담당한다. 우리가 체제개혁을 통해 추구하려 했던 모델이 말씀교육 중심의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다시 총회의 마지막 토론 시간. 새로 교육관을 짓기로 작년에 결정된 상태에서 5억짜리를 지을지 8억짜리를 지을지에 대한 토론이 중심 주제였다. 장로에 해당하는 한 분이 나와서, “청년들이 많이 오지만 교회가 그 만큼을 수용할 수 없어 떠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라고 말하며 8억짜리 설계가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기에 적합할거란 주장을 하셨다. 그때 한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 질문을 한다. “장로님, 학생들이 교회를 들렀다가 떠났다면 그게 과연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장소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말씀을 잘 전할 수 있는 교육의 질과 양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5억짜리 계획으로 진행하고 나머지 돈이 있다면 교육의 내용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교회체제란 무엇인가?’ 아니, 필자는 이제 질문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이상적인 교회체제는 어떤 곳에서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필자는 남아공 형제들을 보며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상적인 교회체제는 확고한 신령한 교회의 진리위에,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거는 선한군사들이, 한 뜻으로 뭉친 곳에서만 이루어진다”고...
결국 많은 학생들의 설득에 따라 새 건물은 5억짜리로 결정되었다.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회학교 교사 /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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