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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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11 11:1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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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필자가 남아공의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의 오전 예배에 참석했을 때, 성경 강해 형식의 설교를 접하고는 이 교회에서 진행될 주일 오후 프로그램이 기다려졌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모임이 주일에 진행되었기에 필자는 자연스럽게 오후에 진행될 모임들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예배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는 모두 흩어지는 것이었다. 급기야 30여 분이 지나자 교회는 문을 걸어 잠갔고 필자도 더는 머물 수가 없어 도서관으로 향했다.
 청소년 시절 ‘주일성수’라는 명목으로 주일은 피곤함에 절어 집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던 필자에게 이곳 교회의 첫 번째 주일예배는 필자를 많이 당황케 하였다. ‘이곳 성도님들은 대체 언제 성경을 공부하고, 언제 속회 모임 등을 가질까?’ 알고 보니, 이곳의 교회문화에서는 주일은 편안히 쉬며 가족과 보내는 대신, 주 중에 수많은 양육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앞서 연재한 남아공 소식들 참고) 특히나 휴대전화의 발달로 인한 메신저의 사용은 주 중에도 늘 안부를 묻고 교재를 나누는 ‘주중 교회’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러한 주중 교회의 문화 속에서 필자는 매우 신선한 프로그램을 마주하게 되었다. “질문주간”. 대학교 옆에 위치하여 학생들이 유달리 많은 크라이스트 처치는 기독교에 대해 질문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한 학기에 한 주를 아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Big questions and Concise answers) 주간으로 정해놓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필자는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이번 ‘질문주간’ 동안 진행되었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질문 주간을 위해 배포했던 유인물
 1. 이번 질문주간에는 네 번의 큰 질문의 장이 열렸다. 이 행사는 비기독교인들에 대한 전도까지 염두에 둔 중요한 행사이기에 교단 내의 기독교 변증에 정통한 목회자들이 대거로 참여해 도움을 주었다. 각 질문의 장에는 서너 명의 목회자들이 기독교에 관해 제기되는 핵심적인 질문들(예, 성경은 과연 믿을 만한 책인가? 등)에 대해 7분씩 발표를 한 후에 관련 답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식 질문에 관련한 토론이 끝난 후엔 자유로운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한 장면
2. 총 네 번에 걸쳐 열린 질문의 장 중 두 번은 오직 학생들만을 상대로 한 장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장이었다. 첫 번째로 학생들 대상의 행사를 열 때는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유인물을 돌리며 선전을 하였고, 행사 당일인 화요일엔 학교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펍(Pub, 식사와 술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의 한 층 전체를 통째로 빌려 참가학생들에게 음료 및 음식 쿠폰을 제공하여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때 목회자들이 준비한 공식 질문 세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1) 기독교인들은 가식쟁이들이 아닌가? 2) 성경이 그렇게 명확하다면 왜 기독교인들조차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은가? 3)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선 교회에 다녀야 하는가?” 흔히 제기되는 기독교에 대한 편견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행사는 세 시간이 넘도록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테이블마다 교회에서 파견(?!)한 학생 리더들이 앉아서 대화를 이끌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질문과 대화 속에서 택함을 받아 구원을 받을 많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참된 진리를 알아가게 되었다.
3. 두 번째로 진행된 행사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던 질문의 장이었다. 교회 성도 중 남아공 내에서 유명한 화가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이 행사를 위해 자신의 저택을 무료로 개방해 주셨고 와인까지 제공해 주셨다. 학생 리더들은 미리 와서 식사와 차를 준비하며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이번 행사엔 약 15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다양한 질문을 가지고 오신 손님들은 시작 전 무료로 제공한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며 전시된 예술품들을 감상하였다. 이번에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세 명의 목회자들이 나와서 7분씩 발표를 하고 이어서 이에 대해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자유롭게 제시된 질문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그리스도만을 구원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기독교는 오만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마태와 누가에서 나타난 족보가 왜 다른가?’라는 질문까지 다양한 질의응답이 두 시간가량 이어졌고 앞에서 질문을 유도한 세 명의 목회자들은 각자 전문 영역에 따라 성심성의껏 답을 해주며 참가자들을 기독교의 핵심 진리로 인도해갔다. 그리고 끝날 시간이 되자, 사회자는 딱 한 번 다음과 같이 교회에 대한 소개를 한다. “기독교에 관하여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질문이 있으실 땐 크라이스트 처치로 오세요. 언제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4. 나머지 두 번의 행사는 주일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오전에는 ‘신약성경은 과연 믿을 만한 책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영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는 분이 오셔서 ‘구원’에 관련한 강의를 한 후에 질문을 받았다. 오후 강의에서 강의자는 ‘행위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라는 내용으로 본당을 가득히 메운 학생들의 이성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비기독교인들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강의자는 이를 예상한 듯 많은 예화와 성경 본문을 이용해 청중을 설득해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많은 청중들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열심으로 말미암는 구원의 은혜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 전화번호를 화면에 띄어두고 문자로도 질문을 받는 강의자
질문주간이 끝나고 일주일 후, 선교보고를 위해 잠시 귀국한 시리아 선교사를 돕기 위해 그와 함께 오순절 계통 교회의 오전 예배에 참석했다. 불행히도, 찬양 스피커의 바로 앞자리에 앉게 된 필자는 한 시간 동안이나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크기의 찬양을 바로 앞에서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더욱 듣기 힘들었던 것은 찬양 내용이었다. 뚜렷한 내용도 없이 ‘여호와’의 이름 세 글자만 한 시간 내내 외치는 것이었다. ‘여호와’로 인해 귀가 먹고 영혼이 말라버리는 것만 같았다(^^;;) 필자는 이러한 ‘여호와’에 대한 찬양과 크라이스트 처치의 질문 주간을 연이어 겪으며 누구보다 성경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의 모습과 진리를 수호하고 전파해야 하는 교회의 역할 사이의 깊은 간극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보다 성경을 잘 안다고 자랑하지만 한명의 형제도 전도하지 못하는 나의 부끄러운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경을 잘 안다고 자신에 차 있는 모순이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는 이들의 모습과 닮아있어 마음을 괴롭힌다.
여호와를 여호와 되게 하는 교회의 사명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그것은 여호와의 이름을 의미 없이 외쳐대는 나의 입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 사명은 영혼의 고민으로 밤잠 설치던 형제가 전해진 진리로 말미암아 확신을 얻어 미소를 띠는 너의 입술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디모데후서 4:2)

변도근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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