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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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12 20:2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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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부활절 기간 대학생 및 젊은 직장인들이 주축이 된 사경회(EQUIP, 남아공 소식1, 2호)가 있다면, 12월 성탄절을 앞두고는 필자가 속한 행정구역의 중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크로스워드 청소년 캠프’(CROSSWORD YOUTH CAMP)가 열린다.
올해는 약 삼백 명가량의 학생들이 참가했고 필자도 교회(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에서 6~7학년의 교사를 맡고 있기에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을 인솔하여 참석해보았다. 필자는 두 번의 지면에 걸쳐 일주일간 경험한 청소년 성경 캠프에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나누어 보고자 한다.


캠프는 일주일간 진행이 되었고 학생들을 교육할 리더와 리더훈련생(Trainee)들은 사전에 요구된 과제를 들고 하루 일찍 모여 캠프를 준비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약 60여 명의 리더와 리더 훈련생들이 참석했고,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캠프를 도왔다. 필자는 10만 원이라는 큰돈을 내고 리더로 자원한 이들의 숫자에도 놀랐지만, 이들이 가진 리더양육 시스템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캠프에서 리더가 되길 원하는 이들은 반드시 리더훈련생(Trainee)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캠프 기간 동안 훈련생들은 담당 리더들과 지정 목회자의 도움 아래 팀을 이끄는 훈련, 성경해석 훈련, 봉사훈련 등을 거치며 다음 해를 책임질 리더로 양육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더훈련생 과정에 대한 내용은 다음 호에>
리더훈련생 과정을 거쳐 리더로 봉사하고 있는 이들은 보통 한국 교회에서 전도사를 비롯한 목회자들이 맡아서 할 만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주 임무는 맡겨진 팀원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15번에 걸친 사무엘서와 베드로후서의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토론을 이끌고, 매일 아침과 저녁 성경 묵상 시간(Quality Time)에는 성경을 읽고 보는 법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고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나,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선택강의가 있었는데 이 또한 리더들이 준비해서 진행한다. 이십 대 초중반인 리더들이 기독교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예, 동성애, 진화론, 종교화합, 성경관 등)에 대해 어린 학생들에게 답을 제시해줄 만큼 깊이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사실에 필자는 이 캠프가 지닌 힘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리더들이 60명이나 모였으니 같이 웃고 떠드는 순간마저도 아이들에겐 큰 영향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필자는 5년째 리더로 섬기고 있는 ‘마이클’이라는 친구와 같은 조가 되어 보조역할을 하게 되었고, 중학교 2~3학년으로 구성된 11명의 학생을 맡았다.
필자는 리더인 마이클이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며 나이는 어리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는데, 그중 필자가 가슴이 뭉클했던 순간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 팀원 중에 ‘아론’이란 학생이 있었다. 사춘기여서 인지 첫 만남에서부터 건들거리며 많은 시선을 끌던 학생이었는데 둘째 날 밤이 되자 리더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내용인즉슨 자기가 교회에서 좋아하던 이성 친구가 있었는데, 캠프에 와서는 자기는 피하는 것 같고 다른 남학생들과 즐겁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질투심이 생기고 화도 나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며 진지하게 묻는다.
아론의 질문을 들으며 필자는 속으로 웃었다. ‘유치한 녀석, 네가 그렇게 관심병 환자같이 건들거리니깐 그렇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질문을 들은 마이클과 옆에 같이 있던 두 명의 리더들은 깊이 공감하고 아론만큼이나 진지하게 대해준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리더들은 자신들의 지난 연애 이야기와 실수들을 솔직하게 말해주며 기독교인으로서의 건전한 이성 교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주자 필자의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아론이 진지하게 공감하기 시작한다. 솔직한 대화가 1시간을 넘게 이어지는 동안 비웃거나 농담을 던지는 리더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단순한 고민을 이용해 어린 학생에게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줄 뿐 아니라 진지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고민하게 해준 리더들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이 젊은 친구들의 기독교인으로서 진지하고 성숙한 태도 자체가 필자에겐 충격적이었다. 


상담이 마무리될 무렵, 아론이 자기가 기도하며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나님 아버지, 제 안의 못난 이기심과 질투심을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친구를 하나님의 자녀로 대할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아론의 떨리는 기도를 들으며 우리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리더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전한 기독교 진리가 겉멋에 취해있던 아이를 내면을 볼 줄 아는 성숙함으로 인도해가고 있던 것이다.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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