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부치는 일곱번째 편지
재미는 없었는데 의미는 있었다던 기묘한(!) 수련회
무더운 여름의 한 중간. 에어컨도 잘 나오지 않는 두란노 아카데미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델리 임마누엘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은 아마 지루한 방학에 정점을 찍어줄 흥미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짐을 풀고 땀을 닦는 아이들을 곧바로 두 팀으로 나누어 책을 한 권씩 던져주었습니다. 각 팀별로 ‘믿음’, ‘구원’이라는 주제를 열심히 읽고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너희가 해왔던 것과는 다른, 공부하는 수련회로 갈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었기에 아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현실을 받아들이더군요.
저녁 식사 후 조별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참고했던 책(‘무엇인가’/박용기)은 접근성이 쉬운 책은 아니었기에 저 역시 별 기대가 없었지요. 그러나 하나 둘씩 교대로 발표하는 내용을 듣고 있자니 꼬았던 다리가 저절로 풀어지고 의자를 당겨 앉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이미 창세 전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하나님을 믿게 된 시점에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행위나 의지가 아닌 하나님의 절대 주권 섭리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아이들은 또박또박 설명했습니다. 믿음 역시 택하기로 작정한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 우리가 열심히 믿어서 구원을 얻는 게 아니라, 이미 택함 받은 자에게 믿음을 주셔서 구원에 이르게 하신다는 사실도요. 아이들의 발표를 정리해주는데, 빨려들 듯 강의에 집중하는 눈동자들을 보니 전율이 일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성령께서 하심을 알겠더라구요. 아이들의 신앙수준과 성경적 지식, 각각의 분량에 따라 들리게 하고 이해하게 하고 깨닫게 하시는 모습이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열심히 필기를 하는데 그 사랑스러움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제 입으로 저를 선생이라 일컫는 것은 어딘가 면구스럽지만 녀석들을 제자라고 일컫는 덴 스스럼이 없어지더라구요. 아 정말, 이쁜 제자들이지 말입니다.
성경공부 시간에 했던 작은 농담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는 녀석들은 마치 백지장 같아서 정말 제대로 된 신 관념을 올바로 심어주지 않으면 평생 이분법적이고 규범에 얽매인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또한 쏟아지는 질문들의 수준 역시 상당한 것이어서 당혹스런 기쁨을 느끼기도 했구요.
끈끈하고 후덥한 공기 속에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둘째 날 공부할 내용은 다양한 종교들의 비교. 이름하여 ‘비교 종교학’ 수업이었지요. 이번에는 개인전(!)으로 한 사람당 한 종교씩을 맡게 했습니다. 천주교, 이슬람교, 유대교, 힌두교, 유교, 불교, 무속신앙 그리고 기독교를 비교했는데요. 이방종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주창자, 경전, 핵심 교리 등을 비교하여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방종교는 공간의 제약을 받고, 인간이 먼저 신을 찾아가며, 고행을 하고, 경전의 신빙성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는 공간이나 장소에 한정되지 않으며 신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고 성경 66권에 하나의 통일성과 논리성이 있어 그것이 정말 신의 말씀임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니 너희들은 너희가 믿는 종교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고, 너희를 창세 전 자녀로 삼아주신 하나님에 대해서는 더더욱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었습니다.
1박 2일을 지내면서 서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롤링 페이퍼에 적어주고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것으로 수련회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신나는 게임이나 여흥을 기대했던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너희가 그 날 그 장소에 모인 것은, 그때에 특별하게 들을 말씀이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라고 위로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소중하고 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건 이 진리를 알고 나누고 함께 지켜가야 할 사람들이라서라구요. 한 녀석이 여태까지의 수련회들처럼 놀이와 교제 중심이 아니었기에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흑흑) 얻어가는 게 많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빈정대는 것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제겐 기분 좋은 말이었습니다. 인도에 있는 짧은 시간동안, 할 수 있는 한 많이 알려주고 심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 마음이, 욕심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지요. 수련회를 무사히 잘 마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