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3-04-14 13:0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해변의 카프카> 읽을 때마다 찾게 되는 색다른 의미


하루키의 책을 읽고 나면 언제나 드는 의문이 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걸까? 이 책을 쓴 의도가 무엇일까?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걸쳐진 세상에서 일어나는 듯한 사건들, 그 사건을 만드는 인물들, 이야기 속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까지.
<해변의 카프카>는 큰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15세 소년이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이 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오랜 시간 도망쳐 도착한 어느 도서관에서 소년은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처럼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를 사랑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도서관을 도피처삼아 생활할 즈음, 잃어버린 하루의 기억 동안 자신이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의 살해. 소년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인)는 문서화된 자신의 기억을 모두 불태운 후 ‘해변의 카프카’라는 그림을 소년에게 선물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소년이 도쿄로 향하는 기차 안의 장면을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주 받은 운명을 저항하거나 거스르지 않고, 그것이 운명임을 명확히 인지하면서 자기 안으로 받아들인 소년에게 그의 또 다른 자아 까마귀 소년이 말한다. 너는 옳은 일을 했다고.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이 되었다고.
또 하나의 이야기에는 노인이 등장한다. 소년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잃어버린 하루의 시간 동안 의문의 사고를 당해 글을 읽고 쓸 줄 모르게 되어버린, 그러나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노인. 보조금을 받으며 가출한 고양이를 찾아주는 것으로 소일하던 그는 고양이를 살해한 후 심장을 먹고 영혼을 수집하여 피리를 만드는 ‘조니 워커’라는 남자를 살해하게 되고 동시에 고양이와의 대화 능력을 상실한다. 그 후 한 청년을 만나 ‘입구의 돌’이라는 것을 찾고 죽음을 맞이하며 입구의 돌을 원래 자리에 놓은 청년이 노인의 입에서 나온 정체모를 괴물체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두 이야기는 분명 관계가 있을 것인데, 연관 지어 읽어도 재미있고 따로 읽어도 말이 되며 또 다른 새로운 의미가 도출된다. 나는 이 노인을 소년의 꿈으로 해석했다. 텍스트에는 ‘꿈속에서 책임은 시작 된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노인의 살인을 소년의 살인과 연결시키고, 노인의 이야기에 등장했던 입구의 돌을 현실세계로 향하는 꿈의 길을 닫는 것으로 연관 지으면 대충 말이 된다. 소년은 끔찍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결정된 운명에 응하지만 의식은 열려있어서 주체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 금기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일은 아무 것도 생기지 않았다는 누이의 위로. 눈을 뜨면 넌 세상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라는 말은 소년의 여정을 다양하게 해석해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이 고통스러운 단계를 거쳐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자신의 운명을 지각하고 있는 한 일원이 되었다는 그래서 세상의 일부가 될 자격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마다 몇 번을 읽어도 재미와 의미 그리고 깊은 뜻이 새롭게 발견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성경 공부를 할 때마다 그러한 신의 의도를 느낀다. 성경에 쓰여진 부활과 영원에 대한 깊은 개념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며 그로 인해 느끼는 재미의 눈금도 올라간다. 단숨에 읽어버리고 끝내는 책이 아닌 것이다. 처음엔 전혀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확 깨닫게 되는 게 아니라 어리면 어린만큼의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그 선에서 발생하는 감동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느 소설들도 이런 식의 심층적인 접근을 통한다면 더 깊은 의미를 도출해낼 순 있으나 성경은 허구가 아니라는 데에 궁극의 우월함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깨달을 때마다 자의적으로 의미를 변형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정확했던 개념들이 삶과 경험과 신앙의 깊이를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한다는 것이다. 하루키의 책이 재미와 삶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면 성경은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가며 주관자인 신을 드러내 보여준다. 신을 볼 줄 아는 눈으로 재미와 인생까지 통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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