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5-11-16 22:4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지 않기

영화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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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자신의 성정을 갖기까지는 많은 상황과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개인에게 골고루 내재한 기쁨, 슬픔, 분노, 우울, 긴장 등의 감정은 눈앞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고조되거나 잦아든다. 그 감정들의 덩어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축되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기억들은 삭제되거나,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강화 혹은 따로 보관되어 성격을 형성해 간다. 이것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골자다. 좀 비약해보자면, 결국 개인 내면에 심어진 필터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믿는 자들'은 그 필터가 상당히 튼튼해서 남들보단 다소나마 편한 시작을 할 수 있다 하겠다.
뜬금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다. 마음을 건드리기 위해선 수많은 '진짜'들이 모여야 한다. 감독, 대본, 배우의 연기, 의상, 소품, 촬영 장소, 카메라 앵글, 컬러, 내러티브. 이 모든 것들이 진짜여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진짜는, 허구나 상상에 대비되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니까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요구되는, 사소하지만 논리적이고 가장 '적합한' 그 어떤 것을 말한다. 즉,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 그 디테일들과 나머지의 것들이 모여 힘차게 조화를 이룰 때 멋진 영화가 만들어진다.
삶도 그러한 것 같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자신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 사람의 삶은 다르다. 물질적 보상에서건 혹은 그 개인의 발전에서건 분명 다른 모습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는 허투루 여겨 조각조각 버려두었던 시간이 누군가에게 켜켜이 쌓이면 완성도가 생겨난다.
여행을 다닐 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우습게도) 의식주에 대한 것이었다. 하루 중 가장 오래 혹은 중요한 시간에 머무는 공간인 집의 쾌적함, 가격과는 상관없이 아끼는 옷들을 입을 때의 기분, 싱싱하고 신선한 먹거리가 펼쳐진 식탁. 이런 하나들이 모여 그때 그때의 기분을 만들고 그 기분에 따라 내 다음 시간이 좌우되며 그것이 하루를 결정하고 슬프지만, 곧 삶의 질과도 연결되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삶이란 건 얼마나 단순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속이기 쉬운지) 어찌 됐건 이렇게 보면 결국 사소한 게 사소한 것이 아닌 것이다.
나는 그동안 사소한 것들을 참 많이 간과하였다. 가장 중요한 성경을 무시했고, '하나님이 하신다'는 위험한 대전제로 다 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닥친 일들에는 어떻게든 솔루션을 찾으려 전전긍긍하면서 다른 일들은 다 하나님이 하시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교회 모임이나 행사도, 오히려 기존 교회를 다녔다면 더 열심을 갖고 임했을 것을 심드렁하게 여겼다. 더 애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보여도 놔뒀다. 도대체 어떤 기제가, 어떤 장치가 나를 망가뜨려 놓았을까 생각하면 무척 가슴이 아프다.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은 대전제다. 대전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건 마치 내가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딸이자 누나이자 아내란 호칭을 달고 있고,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2이고, 생물학적 여성의 징후를 가지고 있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일일이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니까', '여자이므로', '여자라서'를 정신 나간 것처럼 반복해 떠들어대는 것과 같다. 당연한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이 하신다'는 건 당연하다. 교회 일만, 혹은 특정한 어떤 사건만 개입하시는 게 아니다. 세상 만물의 모든 섭리가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하나님이 그 대전제 위에 어떠한 사건들을 어떻게 배치해 놓으셨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신 중심으로 해석할 것인지 또 두 팔을 걷어붙여 맹렬하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그러려면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사물, 시간 그 모든 것들을 '진짜'로 만들어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고 지나온 것들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한 것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삶의 태도, 하나님을 향한 영민한 믿음이 있을 때 시작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아 (장안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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