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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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22 10:3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소중한 유산, 위대한 유산”


찬장을 들여다보니 이 빠지고 궂은 때 낀 그릇들이 가득합니다.
수납장을 열고 깊숙한 곳에서 식기 한 세트와 도자기 수저통울 꺼냈습니다. 
딸애가 시집가면 주려고 아꼈던 겁니다.
딸애는 얼마 전 호주로 갔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니 그냥 내가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그릇들도 꺼내어 써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만사 모두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으니 딸애의 결혼에 대해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시월드라는 부담스러운 신조어도 생기고 또 자연환경도 복잡해서 꼭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다그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음이 조급해져 왔습니다. 
나이 들고 부모 세상 떠나면 저 혼자 많이 외롭겠지?
저축도 없는 것 같고 그래서 가끔씩 잔소리를 했습니다.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 좀 해라. 돈이 있어야 형제들한테 신세지지 않고 노후도 편히 보낼 수 있지 않겠니?” 
그리고는 딸애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신앙의 선배로서, 아니 권사로서 이 무슨 충고란 말인가?
만사를 작정하시고 섭리하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를 두고 이 무슨 염려란 말인가?

어느 날 딸애한테 말했습니다.
“너네에게 물려주려고 혼신 다해 재물을 모았지만 하나님이 허물어 버리셨으니 이젠 물려줄 유산이 없구나.
근데 너에게 물려 줄 진짜 소중한 유산이 있더라구.” 
그게 무어냐는 듯 딸애가 쳐다보았습니다.
“그건 말이지 바로 하나님 말씀, 성경말씀이야.
성경을 배우고 깨달으면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어.  다윗의 지팡이처럼 하나님 말씀이 네 인생의 지팡이가 되길 바란다. 언제나 너를 지켜줄 거니까”  딸애는 조용히 말을 들었습니다.

그 후 딸애는 신설된 대학부 예과반에 등록하여 성경개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딸애는 하나님의 작정섭리를 믿는 믿음이 자라났습니다.
세상사를 자기 기준에 맞추려니 직장생활이 오죽 힘들고 갈등이 많았을까?
그런데 딸애는 자기포기를 배우고 동료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유롭고 평안한 일상을 갖는 모습이었어요.
오히려 갈등을 겪는 동료에게 하나님의 작정을 설명하고 이해와 배려를 권면 한다는 거였습니다.
기독교인 동료들이 “어디서 그런 말씀을 배웠어요?”라고 했다며 기뻐했어요.

그렇게 성경공부 2년을 하고 딸애는 떠났습니다.
딸애는 이방생활이 불안하지 않고 담담하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와병으로 고생하는 나를 안스러워하며 “좋게 하시는 하나님이니까 엄마, 힘내” 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고단함이 사라지고 힘이 솟아납니다.
우리 딸이 참 대견해 보입니다.
나는 딸애가 위대한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잘 지켜나가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아주 버릴 수 없는 한 가지 미련 “하나님, 작정해 두신 우리 딸의 반려자를 빨리 좀 만나게 해 주세요 얼른요” 를 조용히 외쳐봅니다. ㅋㅋ


                                                  慧 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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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은 나에게 고난이자,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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