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09-06-23 19:0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욕망과 사랑의 이중주 <마더> 그리고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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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피 <박쥐> : 상현은 병원에서 일하는 신부다. 그는 해외에서 극비리에 진행 중인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한다. 전염병 환자의 소굴로 들어가 병에 걸려 죽어갈 즈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소생한다. 그 덕분에 상현은 사람의 피를 섭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흡혈귀가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을 방문하고 기도해준다. 그 때 만난 것이 제 친구의 아내인 태주이다. 태주는 비정상적인 식구들과 비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위태로이 살아가는 여자다. 그녀의 억눌려있던 욕망은 상현에게 머리를 돌리고 상현 역시 신부이기를 포기할 만큼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상현은 그녀의 남편이자 자신의 친구인 강우를 살해하지만 그녀에게 속아 무고한 살인을 저질렀음을 깨닫고 분노한다. 그리고 제 손으로 태주를 죽인다. 그녀가 숨이 끊길 즈음, 상현은 고통스런 망설임 끝에 자신의 피를 먹여준다. 그리하여 그녀 또한 상현과 같은 불멸의 흡혈귀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까지는 팽팽 당겨진 실 같은 긴장의 분위기로 보는 이의 입술을 마르게 한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 영화는 ‘막’ 달린다. 마치 정점까지 올라간 청룡열차가 순식간에 내려와 버리듯. 긴장감은 사라지고 혈흔으로 점철된 난투극이 스크린을 북적하게 메운다.
박찬욱 감독은 '장르적 성격이 강한 오락영화'라고 스스로 평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도 박쥐는 정말 오락 영화가 맞다. 종교적인 메시지, 관계의 불합리함, 죄의식- 이런 재료들이 잘 첨가되고 버무려진 오락 영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하지만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그가 배치해놓은 박찬욱 식 유머 역시 신경을 묘하게 거슬렀다. 시종일관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불쑥 튀어나오는 잔인함에 놀라지 않기 위해 가슴을 졸여야 했다. 영화 자체는 '재미진' 작품이었지만 재밌게 보았느냐고 물으면 재깍 대답하진 못할 것 같다. 명백하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글쎄, 피가 나오는 부분만 잘라내고 재편집을 한다면야 모르겠지만.

사랑의 광기 <마더> : 도준은 동네 바보다. 생긴 것만 멀쩡한, 지능이 떨어지는 바보. 도준에게는 엄마 혜자가 있다. 엄마의 인생은 도준을 품고 있고 엄마의 더듬이는 늘 도준을 향해 곤두서있다. 그런 도준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인생을 종칠(?) 위기에 봉착한다. 엄마는 눈이 뒤집힐 지경이다. 용한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경찰을 협박하기도 하고 억울하다는 내용의 전단지까지 제작해 배포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리고 혜자는 결심한다. 자신의 손으로 범인을 직접 잡아내기로. <마더>는 이러한 엄마의 외로운 투쟁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상으로는 반전이 있고 충격적인 결과가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설령 반전을 안다고 해도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 영화는 스토리라인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엄마 김혜자의 연기와 표정을 관찰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더>를 보면서 과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그 사람들의 관계가 모자(母子)라고 할 때 엄마가 아들을 위해 얼마만큼 광적이고 표독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봉준호가 정말 물이 올랐다. 영화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했고, 재탕 삼탕도 아쉽지 않은 쌈박한 작품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심리극처럼 조여 오는 긴장과 인물들의 기묘한 표정, 의미심장한 대사. <마더>는 스릴러물이 쉽게 껴안을 수 없는 대중의 애정을 한 품에 안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으며 재미와 감동의 균형을 잘 맞춘 영리한 영화다.

그리고 이 두 편의 오락 영화는 신앙인인 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이번 주에 들은 말씀처럼, 육체의 옷을 입고 있지만 육체의 소욕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집착과 광기를 부리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남편을 놔두고 불륜을 저지를 자신도 없고, 내 자식의 누명을 벗기려고 사람을 때려죽일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ㅠㅁ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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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현실화하는 진실의 힘 <빅피쉬>
‘명분’이 무엇이기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