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3-07-07 17:0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프로는 아름다워

드라마 <여왕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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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칼라의 검은 정장, 검은 스타킹과 검은 구두,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올 백해 묶은 머리, 일정한 톤의 목소리와 표정 없는 얼굴. 금욕적인 차림의 마야 선생은 한 초등학교 6학년 반의 담임이다.
마야 선생은 개학식 첫 시간부터 시험을 치른다. 시험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성적순대로 자리 배치, 하나는 반장 선출. 반장은 성적이 하위권인 두 명의 학생에게 일임한다. 두 ‘꼴지 반장’이 해야 할 일은 교실과 화장실 청소, 수업 준비, 급식 당번 등이다. 그러한 ‘잡일’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시간 낭비이며, 이 처우가 억울할 경우 다음 번 시험에서 성적을 잘 받으라는 게 마야 선생의 지론. 성적순으로 사람의 등급을 매긴다는 것에 억울해하는 반 아이들의 반항에도 눈 하나 깜빡 안 한다. 피라미드의 상부 구조에 자리한 사람들이 대접을 받고 있고, 그들을 받쳐주는 사람들은 ‘차별’이다, ‘개혁’이 필요하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만 그건 너희 부모님 같은 자들 즉, 패자들이 하는 소리라고, 그러니 공부에 전념하라고, 부당하다 느껴도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거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가혹하리만치 현실을 일깨워주는 그녀의 논리엔 사실 빈틈이 없다. ‘학생=공부’라는 공식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며, 그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도 영리하게 해 준다. 철저한 수업 준비는 기본, 형식적인 행사나 이벤트는 과감히 거부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중대 목표는 시립 중학교에 가는 것, 그리하여 최대한 시립 중학교에 갈 확률을 높이는 것. 그러기 위해 잡다한 것은 버리고 공부에만 몰입시키는 것이 그녀의 ‘좋은 선생’ 즉, 진정한 ‘프로’인 것이다.
일에 있어서도 나 스스로에게도 ‘프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떠한 가치를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욕구에 따라 다르며 그 가치를 선택하기에 앞서 현재 나의 위치와 내가 가진 능력치,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정하는 작업은 분명 선행되어야 한다. 프로패셔널하게 ‘선택과 집중’하기.
선택에는 무엇을 취하고 버리느냐에는 분명 치밀한 분석과 계산이 필요하다. 나를 알고, 놓여진 상황을 알아야 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취합하여 완성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겠지’ 하고 안일하게 버텨왔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언젠간 가수가 될 거야’ 하는 사람과 뭐가 다른가. 물론 아무 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순간순간을 하나님이라는 부적을 붙들고 대충 모면해왔던 건 사실이다. 결국 주어진 시간을 영리하게, 성실히 쓰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계산을 한다는 것이, 실은 하나님 뜻에 반해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닐진대. 무언가를 단단히 착각했던지 아니면 내가 편하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던건지 둘 중의 하나인 듯하다.
마야 선생의 교육과 행동과 언어에는 의미가 있고 구조가 있고 철학이 있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산해서 최대한의 득과 효과를 얻어내려는 프로의 마인드인 것이다. 이 지점을 확실히 인지해야겠다. 내 지혜의 부족을 ‘하나님의 뜻’으로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태도는 프로답지 못하므로. 그리고 나아가, 교회를 세우는 데에도 프로가 되고 싶다. 어영부영하며 출석도장 찍고 대충 말씀 듣고, 대충 친교하는 아마추어가 아닌, 정말 프로패셔널하게 내 일익을 담당하여 교회의 주춧돌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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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로얄>에서 읽은 두 개의 표정
‘의미’의 의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