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문화

 
작성일 : 13-10-19 15:0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

영화 <컨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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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공포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영화 전반에 묘사된 사실들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하도 수선을 피워대기에 과감히 선택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이 컸다. 기대치가 높아서 한 실망이 아니라 영화의 퀄리티 자체에 대한 한숨이었다. <컨저링>은 꼭 <파라노말 엑티비티>와 <엑소시스트>를 짜깁기한 영화 같았다. 분위기 조성은 그럴듯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 오래된 저택이 주는 흉흉하고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영화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1971년 로드아일랜드. 페론 가족은 꿈에 그리던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 송장이 썩는 냄새가 나고, 시계는 새벽 3시 7분에서 모두 멈추며, 5자매의 가장 막내는 집에 서식(?)하는 귀신과 대화를 나눈다. 그뿐 아니다. 엄마의 온 몸에 주먹만한 피멍이 생기기 시작하고, 가족 같던 개가 죽음을 당하며 지하실로 가는 문이 바람도 없는데 혼자 세게 닫힌다. 누가 치는지 알 수 없는 박수 소리까지. 귀신은 그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식구들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잠든 아이의 발목을 당기고 무시무시한 저주를 속삭이는 등. 결국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 잠을 자야 할 만큼 생활에도 큰 지장이 생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부모는 초자연 현상의 전문가인 워렌 부부를 찾아간다.
워렌부부는 악마를 퇴치하는 일을 하기 전부터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고 수집하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자택에는 악마나 귀신이 씌였던 물건들을 보관해두는 방이 따로 있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중 자신을 찾아온 페론을 만나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 저택에서 아주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령에 사로잡힌 엄마가 자기 자식을 살해했고 자신도 죽었으며 그 이후, 이 집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마다 저주가 씌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들 말이다. 그 악령이 품고 있는 원혼이 너무나 강력해 결코 쉽게 페론가족을 놓아주지 않을 걸 안 워렌부부는 본격적인 퇴마술을 시행한다. 여기서부터가 영화의 하이라이트지만, 본격적으로 ‘유치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상정하는 ‘선’은 신, 신부, 가족, 윤리 도덕적인 어떤 것. ‘악’은 그 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비윤리적인 짓을 저지른 자가 악이고, 그 자의 혼령이 사탄이 된다. 그러니까 결국 신은, 선한 것은 윤리 도덕적으로 선량한 존재를 의미한다. 이 얼마나 얕고 빤한 정의인가.
엑소시즘을 행하는 장면도 만화 같았다. 집에 장식해놓은 십자가상들이 픽픽 쓰러지질 않나, 엑소시즘을 당하는 자의 얼굴이 악마의 형상으로 변하질 않나.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존재는 ‘신부’라는 것도 웃겼고, 십자가라는 형상 자체로 악마를 봉인하고 이상한 주문 따위를 외우는 것도 우스웠다. 결국 악령은 사라지고 페론네 식구들은 평화를 되찾게 된다는 이야기.
하지만, 우습다고 넘길 수만은 없었던 게 이 모든 일들이 실화라는 사실이다. 실제 퇴마의식을 행했던 부부나 이 일을 겪었던 사람들도 모두 실제 인물이다. 나에겐 유치하고 거짓말 같은 얘기들이 누군가에겐 실질적인 위협이자 공포였던 것이다.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공포에 맞닥뜨렸을 때, 그 사건의 의미도 해결 방안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식의 고통을 받고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하나님이 자녀로 삼아주시지 않았다면 그들처럼 아파했을지도 모른다. 현재와 같은 건강한 감사와 평안을 누리는 건, 내가 아닌 하나님이 나를 선택해주신 결과.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있다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단순히 윤리 도덕적으로 선한 신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이 세상의 만사와 만물을 주관하는 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속편한’ 일인지. 겁도 많고 무서운 꿈도 잘 꾸는 나는, 웬일인지 컨저링은 혼자 관람하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미련 없이 잊어버릴 만큼 강해졌(?)다. 나는 이게 순전한 하나님 덕택이라 믿는다. 근본을 알고 현상을 안다는 건 모든 것을 아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을 아는 지혜는, 하나님을 아는 지혜와 마찬가지이며 마음과 심령을 모두 다스리고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것이다. 그래서 귀신보다 더 무섭고 더 대단한 것.
작게는 잡귀신 나부랭이에게 시달리지 않도록 하게 해주신 것, 크게는 하나님을 아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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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뭡니까
멈추지 않는다. 사라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