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12-28 18:3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하늘의 도는 스스로 물러남이거늘


持而盈之, 不如其已    붙잡고 있으면서 가득 채우는 것은 그 버림만 못하며
지이영지, 불여기이

췌而銳之, 不可長保    갈고 갈아 날카롭게 하는 것은 오래 보존할 수 없다
췌이예지, 불가장보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하면 능히 지키기가 어렵고
금옥만당, 막지능수

富貴而驕, 自遣其咎    부유하고 존귀해져 교만하고 말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부귀이교, 자견기구

功遂身退, 天之道        공덕을 이루거든 스스로 물러갈지니 (그것이) 하늘의 도이다.
공덕신퇴, 천지도

(老子 9章)




붙잡고서 가득 채우는 것은 그 버림만 못하다. 예컨대 사람이 물동이를 두 손으로 안고 있으면서 거기에 물을 가득 부어 끝까지 갖고자 하는 것은 그것을 버려버리는 것만 못한 것이다. 노자는 특히 ‘기’자를 넣어서 ‘그 버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췌’는 칼이나 무기를 갈아대는 것을 말한다. 칼을 자꾸 갈아서 날카롭게 하면 그것을 날카로운 상태로 오래 보존하기는 어렵다. 누군가가 자신의 적을 해하기 위해서 무기를 준비하여 갈고 갈아서 날카롭게 만드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토록 날카롭게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그 무기는 무뎌질 뿐이다.
금이나 옥이 집안에 가득하면 보존하기 어렵다. 집안사람이 금과 옥의 많음으로 해서 그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되거나 헤프게 사용할 것이다. 또한, 금과 옥이 많으면 다른 사람들이 몰래 가져갈 수도 있다. 그래서 지키기 어렵다.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자는 교만하기 쉽다. 만약에 정말로 교만하게 산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남기게 될 뿐이다. 
이와는 달리 도를 따라 사는 사람은 무언가 공덕을 이루게 되면 스스로 물러선다. 이 물러남이 하늘이 가는 길이다.

노자 9장은 도가 스스로 그만둠(其已)이오, 오래 보존함(長保)이오, 능히 지킬 수 있음(能守)이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물동이를 가득 채워 들고 있으려고 하는 것, 상대를 해하기 위해 무기를 날카롭게 하여 보관하려 하는 것, 보물을 집안에 가득 채워서 지키려는 것, 그리고 재산을 늘리고 지위를 높여서 교만하게 살려고 하는 것은 모두 도에 따라 살지 못하는 삶들이다. 이따위 일들은 모두 그만두는 것만 못하고 오래 지킬 수도 간수할 수도 없으며 오직 자신의 허물만을 남기게 하는 치졸한 것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도에 따라 사는 사람이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에 공덕을 이루며 살아가되 반드시 스스로 알아서 그 일로부터 물러가는 삶을 사는 것이다. 모든 인생은 한편에서는 세상을 위해 일하되 다른 한편에서는 그 완수된 일로부터 자신을 비우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삶이 인생의 길이 되어 반복되어 가는 자체가 하늘의 도(길)이다.

기독인이 노자 9장의 가르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두 가지 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버림의 교훈이고, 다른 하나는 따름의 교훈이다.
먼저 버림의 교훈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독인이라면 물동이를 가득 채워 갖고 있으려 하기보다는 함께 나누어 마시는 것이 옳다. 기독인이 무엇인가를 또는 자신을 예리하고 똑똑하게 해서 남을 해하려 한다면 그것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많은 재물, 높은 지위 등도 주어지면 거기서부터 물러날 뿐이지 지키고자 한다면 자신의 허물을 남기게 될 뿐이다. 다 버려야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말씀하셨다(마 6:19~21). 보물은 사실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의미한다. 자연만물도 나의 몸과 마음도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도 다 하나님께로부터 왔다. 이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으려 하면 섞어지고 부패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드리는 것이다. 재물을 아껴서 하늘에 쌓고 몸을 아껴서 하늘에 쌓고 자연을 아껴서 하늘에 쌓는 것이다. 모든 기독인은 각자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하나님이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록 쓰고 버리고 바치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독인에게 버리는 것은 곧 모든 것을 하늘에 쌓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제는 따름의 교훈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독인은 무슨 일을 이루든지 그 일로부터 물러나야 한다. 그(그녀)는 자신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기독인에게 물러남이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25)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자신이 주체적이고 독단적인 생명체이자 스스로 생명을 이루어가는 자로 생각지 않음을 말한다. 즉 기독인에게 인생은 자신이 지고가야 할 십자가이다. 이 십자가를 지고 있는 모든 인생이 서로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들을 따라가는 것에는 도의 실천이 이루어질 수 없다. 기독인의 인생은 그래서 예수를 따르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회들이여! 대한의 기독인들이여! 이제부터는 물질이든 부요함이든 존귀함이든 모든 하나님께 받은 보물을 세상에서는 깨끗이 버려버리고 하늘에 쌓아가기로 하자.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쫓아가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박사(교육학박사), 백석대 외래교수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
도는 다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