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5-02-08 14:4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부드럽고 연하게 살아보세!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는 부드럽고 연하다. 몸 안의 모든 기관들도 부드럽고 연하다. 몸 밖의 조직이나 몸 안의 기관들이 따뜻하고 살갑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몸은 딱딱하고 굳다.
만물도 초목도 살아 있을 때는 연하여 무르다. 하지만 죽게 되어서는 물기가 마르고 비틀리게 된다.
그래서 딱딱하고 강한 것들은 죽음의 길 또는 죽음의 무리(노자 50장에서는 ‘生之徒’로 쓰였다)라 한다. 부드럽고 연한 것들은 생명의 길 또는 생명의 무리라 한다.
이런 이유에서 군대가 강하기만 해서는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굳세기만 해서는 잘리고 만다.
나무에서 딱딱하고 큰 것은 밑으로 내려가고 부드럽고 연한 것들은 위로 올라간다.

본장에서도 노자의 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유약’이나 ‘유취’가 ‘견강’이나 ‘강대’보다 낫다. 유약이나 유취는 허 또는 도를 의미한다. 견강이나 강대는 유 또는 명을 의미한다. 유취(연하여 무름)과 고고(말라비틀어짐)가 대조를 이룬다. 결론적으로 노자 76장은 딱딱하고 강한 것들은 밑에 있어서 천하게 여겨질 뿐이고, 부드럽고 연약한 것들은 위에 있으면서 평안과 존경을 받게 됨을 말하고 있다. 딱딱함이나 강함이 문제가 되는 것은 부드러움과 연함이라는 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도는 철저하게 부드러움과 연함에 있다.

기독인에게 부드럽고 연함은 성경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 첫째는 ‘살아있음’이다. 기독인에게 살아있음은 ‘예수 안에 있음’이다. 또한 하나님은 예수님과 함께 계셨다. 하나님은 우리와도 함께 계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임마누엘 하나님이시다. 기독인에게 부드럽고 연함이란 예수님과 함께,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있음이다. 그것이 ‘살아있음’ 곧 생명이다.
둘째는 예수의 순한 모습을 본받는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 앞에서 자라날 때에 연한 순 같았으며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같이 부들부들하고 생명력이 있었다(이사야53:2). 그분은 사도 요한의 고백대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분”(요1:14)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모욕과 저주 속에서 죽음을 당해야 할 자로 여겨졌을 뿐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뜻을 그대로 이루기 위해 순종하셨다. 예수는 하나님의 구원의 성취를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멸시와 모욕과 죽음까지를 참으셨다. 이것이 부드러움이요 연약함의 진수다.
셋째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그 누구와 그 무엇과 함께 하고 있든지 하늘의 평안함을 누릴 줄 아는 것이다. 베드로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라고 외쳤다는 이유로 수갑에 채워져 감옥 안에 갇혀 있었지만 평안히 잠들 수 있었다. 바울과 실라는 같은 이유에서 실컷 매를 맞고 투옥되어 있으면서도 기쁨의 찬양을 드릴 수 있었다. 수갑에 채워지고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고 하더라도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믿으며 기뻐하는 것이 기독인의 부드러움이요 연약함이요 그것들의 실천이다.

기독인에게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노자의 그것과는 달리 기독인의 강함이자 굳셈이 된다. 예수의 순함이 죽음조차 감당할 수 있었다. 그의 부드러움과 연함은 세상의 모든 멸시와 조롱과 수치를 이겼으며, 죽음을 이겼으며, 마침내 부활의 새 길을 열 수 있었다. 우주 전체로 보더라도 이보다 더 강함이 이보다 더 굳셈이 있을 수 있는가.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그 강하고 크신 하나님은 오직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라는 단 한 줄의 말로밖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부드러우심과 연약하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한의 기독인들이여! 예수 안에서 연약해지고 부드러워지자. 부모로서 자녀에게 부드럽고 살갑게 다가가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부드럽고 살갑게 다가가자.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연약하고 살갑게 다가가도록 하자. 그래야 강하고 굳셀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와 나라와 학교와 가정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백석대 외래교수)

병통만을 병통으로 여길 수 있어야
억지로 하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