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8-10-23 19:5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공자의 음악세계


子語魯太師樂 曰樂其可知也 始作翕如也 從之純如也 曒如也 繹如也 以成.
자어노태사악 왈악기가지야  시작흡여야 종지순여야 교여야 역여야 이성.
『논어』 팔일장의 계속이다. 그 해석은 이렇다.

공자가 노나라 태사(악사)에게 음악에 대하여 말했다. “음악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연합해야 하고, 풀어 놓을 때는 조화를 이루게 하고, (마디마디를) 분명하게 하고, 이어져서 완성시키는 것이다.”

공자 시대 중국의 음악은 시경의 장르인 풍(風)·아(雅)·송(頌)의 악식(樂式)을 기본패턴으로 하고 있었다. 그때가 청동기 시대여서 종이나 징 형태의 악기가 많이 발달해 있었다. 피리 역시 이 당시의 중요한 악기였다. 이러한 악기의 특성에 따라 당시의 음악은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 일정 길이의 피리가 내는 소리를 ‘궁’으로 하고 손익에 따라 그 외의 음을 정한다)에 따라 오음(五音, 궁상각치우)을 정하고 12율(황종 이하 12개의 음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론 공자는 당대 음악의 대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태사(太師)’는 노나라의 음악 관리를 말한다. 공자가 보기에 당시 노나라의 음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는 음악담당 관리에게 훈시를 하고 있는 셈이다. ‘흡(翕)’은 합하는 것이다. 한 음악을 시작할 때 (궁상각치우의) 다섯 음을 합하여 한 음(악)이 되게 한다. ‘종(從)’은 ‘놓음’ 또는 ‘풀음(放)’이다. 즉 시작된 오음의 연합을 놓거나 풀어서 다양한 음의 변화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악기를 통해 연주되는 오음과 율이 분명하게 들릴 수 있게 작곡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연속으로 이어져서 하나의 악(장)을 이루어지게 (종결)한다.

한자어 ‘음악’은 그 뜻으로 보면 ‘음(소리)의 즐거움’이다. 소리를 즐기는 것이다. 동양에서 음악은 주로 왕가의 제례에서 사용되었다. 서양에서 음악을 나타내는 용어는 ‘music’이다. 그 뜻은 ‘the art of Muse’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뮤즈들은 산에서 노래하고 시를 읊었다. 그래서 뮤즈는 산을 어근으로 하면서 뮤즈들의 놀이 예술이 음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음악은 노랫말이나 그 음악을 가능하게 하는 실제 생활 등을 바탕으로 해서 그 상황들을 표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시경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풍·아·송 등의 서사시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거나 철저하게 삶을 통해 직접 경험한 자에 의해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공자의 경우 외할아버지가 무속(인)이었다. 외할아버지나 어머니가 하는 굿 등을 통해서 공자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익혀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었기에 생활을 위해서 공자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이겨내고 순간의 즐거움도 표현하고 하는 방식으로 음과 율을 익혀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공자는 육예(禮·樂·射·御·書·數)에 능통하게 되었다. 그는 제사 등의 예, 음악, 활쏘기, 말 몰기, 글쓰기, 계산하는 법들을 익혔던 것이다.

이 고단한 삶에서도 공자는 모든 악기와 소리가 어울려서 하나의 연합체로 시작되는 음악을 즐겼다. 연합으로 시작된 음악은 그 이후 풀어(전개)가는 가운데 서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음악의 색조나 박자 등이 명쾌해야 했다. 연합으로의 시작과 각 음이 개성을 지니면서 조화를 이루고 밝게 흐르는 과정의 연속으로 한 악(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공자는 비록 가난하고 흙수저 출신이지만 늘 연합과 조화를 추구하며 그렇게 이어져가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음악은 자신이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찬양하는 방식이자 자신의 고난과 즐거움을 노래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이 기억해야 할 음악으로는 예수님의 탄생 때에 울려 퍼진 축하곡과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를 끝마치고 동산을 나가시며 부른 찬송 등을 들 수 있다. 이 음악들은 구원의 음악이자 죽음을 이기는 음악이었다. 바울이 실라와 함께 감옥에서 이뤄낸 음악은 그 주변 세계에 변화를 가져왔고 무엇보다도 그 밤에 간수와 그의 가족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대한의 선한 그리스도인이여!! 소리의 즐거움을 누리자. 힘들 때에도 슬플 때에도 분쟁의 때에도 절망의 때에도 소망의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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