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2-05-17 11:1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더 큰 모순을 수용하라 ?-가장 큰 착각 !


니체의 죽음(1900년) 후 유럽 사회는 그의 예언대로 가치의 대혼란을 맞이했다. 30여 년 간 벌어진 두 차례의 전쟁(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과 1939~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은 장차 모든 가치가 쓰레기가 될 것이라는 니체의 말을 확증이라도 한 듯하다. 신을 죽이고 쟁취한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결국 수천만 명의 참혹한 인류 살상으로 일단락을 지었기 때문이다.

  가치의 대혼란 앞에 니체가 희망으로 열어둔 가치 창조자가 있다. 바로 ‘초인(超人, overman)’이다. 가치 전복(顚覆)이 더 빠르고 격(激)하게 진행할수록 초인은 새로운 가치를 그만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인의 조건이 있다. 자신이 만든 가치가 절대적이며 불변한 것으로 고집하면 안 된다. 모든 정력을 다해 창조하되 한 순간 무가치한 것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어놓아야 한다. 단지 창조의 동력만이 쉼없이 반복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가설에서 창조력은 반드시 자기 소멸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창조력은 곧 파괴력’이다.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려면 반드시 이제까지 모든 가치를 파괴해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이룩한 가치들은 동시에 반드시 파괴될 것을 열어놓아야 한다. 창조한 자기 형상들은 더 처참한 자기 파괴와 멸망을 불러오는 계기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모순을 통한 자기극복’의 논리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진리를 낙관하는 변증법은 니체가 볼 때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소멸이 곧 자기 창조인 구조에서 남는 것은 단지 정체성이 모호한 ‘의지’밖에 없다.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물질인지 정신인지, 실재인지 환상인지 규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영역이 가치가 창조되는 곳이라고 한다. 불투명한 이 공간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고 마치 인간의 가능성으로 조작하면 그곳은 단순 가설이 아닌 가치 창조의 ‘무한한 원동력’이 된다.    어떤 개념의 체계가 그 사회를 인식할 수 있는 기반이 될 때 우리는 ‘세계관’ 혹은 ‘철학’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관을 특정집단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만 이용할 때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니체의 관점에서 보면 건전한 세계관과 사악한 이데올로기의 기준은 없다.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세계관의 구조가 생성된다. 생성된 세계관과 더불어 가치가 발생하고 그 당시의 의미도 부여된다.

  현대를 가치관의 부재라고 하는 말은 세계관 정립이 존재할 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로 충돌하는 가치들을 한 체계 속에 배열하기 위해 반드시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런데 극한 대립을 보이는 다양한 가치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배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미셸 푸코의 말처럼 언어를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 예술이론가들은 이러한 한계에 직면하여 문학과 예술을 통해 모순을 담는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이른바 ‘모순을 수용하는 구조’를 기획한다. 이미 니체가 개인으로 시도한 바 있지만 하나의 사상적 조류를 형성한 일이 있어났다. 동유럽 ‘프라하 구조주의’가 그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의미 구조의 독창적 혁신은 반드시 모순에 의존한다. ‘어떤 예술적 구조에서 모순이 적게 나타날수록 그 구조는 그만큼 개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의하면 모순을 담지 않는 예술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한 예술 작품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가치 체계의 관점에서 해석하기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그만큼 더 그 작품의 독자적인 미적 가치는 증대되고 지속성을 얻는다.’ 이러한 미적 가치의 강조에는 인간이 대립과 갈등, 모순과 투쟁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뿌리박혀 있다. 그러나 니체의 말을 빌리면 가능성은 이내 무기력과 무가치가 될 것이다. 그래서 ‘더 큰 모순을 수용하라 !’는 말은 가장 큰 거짓말이 된다.     

  사도 바울에 따르면 모순은 반드시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리스도는 자기 백성을 대립과 갈등을 넘어 반드시 자유로 이끈다고 고백한다.   

고후 6:8~10  8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9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10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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