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9-28 14:2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가상현실: 천국에 대한 무모한 테러!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제가 아닌 것을 실제처럼 보이도록 조작한 허구의 세계를 뜻한다. 이 가상현실은 디지털 기호와 기계의 정교한 조합으로 구축한 세계로, 어떤 분명한 현실의 사실과 사건보다 더욱 강력하게 인생 전체는 물론이고 인류의 생각까지 지배하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의 도래는 진리와 거짓의 경계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게 한다. 존재와 비존재의 구분도 별로 의미가 없다. 하나님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사용하던 하나님이 오늘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 ‘설정’해서 ‘Delete’ 키를 누르면 삭제된다. 그리고 또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History’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다.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할 필요도 없고 진리에 목말라서 애태우며 찾을 것도 없다. 손쉽게 너무나도 손쉽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근하여 필요한 것을 쉽게 얻어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기존의 모든 인간 노동력은 자동화 기계로 대체된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편안하게 사용하는 빈도수가 증가하는 만큼 기계에 대한 종속은 그만큼 커진다. 더 심각하게 말하면 기계의 발전은 인간의 자발적이며 자기 의식적인 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생각은 물론 자율적 의지마저도 기계의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해야만 작동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엄청난 상상을 가상현실로 나타내며 우리의 자유를 그만큼 실현했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가상현실에 종속되는 노예화 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의 자동화 시스템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다르게 보면 우리의 몸과 의식은 그 자동 기계의 부속이 된다는 말과도 같다. 삭제 키 한 번만 누르면 모든 인격은 이내 끝장나 버린다.
하나님의 존재 여부는 이제 가상세계의 미디어 프로그램이 담당한다. 이른바 미디어가 신의 존재와 능력을 결정한다. 이른바 ‘미디어신학’(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384쪽)만이 궁극적으로 남는다. 전통 종교가 수행했던 신의 존재 문제나 구원과 고통 해소의 문제 혹은 영원불멸의 문제를 이제 정교한 미디어들이 대신한다. 모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이지 않는 송아지를 만들었던 것보다 더 빠르고 더 화려하게 가상현실에서 만족스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프로그래머가 선택하는 기호나 코드가 결정할 것이다. 신의 죽음과 신의 부활, 신에 의한 세계 지배와 보존 모두 컴퓨팅 하는 자들 곧 수학자, 프로그래머 그리고 디자이너가 결정한다. 이제 신의 존재는 프로그램화한 신 즉 ‘코드화한 신’이다. 이러한 상황의 확산은 문자에 담긴 심오한 의미를 찾아가려는 의지를 점점 말소시킬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현란한 우상 아이콘들이야말로 확실하고 정확한 진리의 원천이며 진리 담지자라고 믿게 할 것이다.     
이렇게 숫자 배열과 연산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상상력으로 합성된 영상물들은 보일 수도 없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형상화할 수 있다고 자만하며 하나님의 천국보다 더 멋진 세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이러한 가상현실의 유혹은 우리 시대에 틀림없이 더욱 확산할 것이며 어느 누구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슬프기는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가상현실이 영원한 하나님의 존재와 하늘나라의 진리를 덮어버릴수록 불변의 영원한 세계는 더욱 선명히 빛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세계는 인간의 지식과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이며 디지털 코드 즉 기계 언어로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세계다. 이 세계는 인간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낮아지도록 하여 경험하게 하는 영원한 세계다. 할렐루야 !

3 내가 이런 이를 아는데,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을 떠나 있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아신다. 4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가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을 들었는데, 곧 사람이 감히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5 내가 이런 이를 위하여 자랑하겠으나, 나 자신을 위하여서는 약한 것들 외에는 자랑하지 않겠다.(고후 12:2~5/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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