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8일 (금) 

> 학술 > 철학 > 성경신학으로 보는 니체 평설 〈12〉
기사공유 작성일 : 20-07-23 19:43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플라톤의 『국가』 : 교육 절대화의 철학자 통치 국가
결혼 제도는 폐기됩니다. 완전한 해방입니다. 그러나 성대한 결혼이 있어야 하고, 이 결혼들은 가능한 성스러워야 합니다. 배우자의 주의 깊은 선택, 가장 아름답고 용감한 남성들은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로 보답받고, 성적 교류의 신성함이 확정됩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 어머니한테서 떨어지고 쓸모없는 아이들은 제거됩니다.-그리고 반은 철학적으로, 반은 전투적으로 교육된 전사 계급, 튼튼한 사지, 더욱 큰 유연성, 저돌적·격정적인 감정이 특징이고 동시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호의적인 사람일 것 (……)
영혼의 균형은 오로지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욕망의 마귀를 자극하는 모든 것, 예를 들어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 신들의 정사(情事)에 관한 이야기와 같은 것들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어떤 죽음의 공포도 심지 않기 위해 저승 하데스나 황천 코키토스의 형상들도 피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입니다. 음악은 동성에 대한 사랑의 격정을 고양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동성애에는 특별한 임무가 부여됩니다. 그것은 명예욕을 부추겨, 다른 경우에는 성문법에 의해 이르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대치해야 합니다. 이 경우 엄격한 품위가 지켜져야 합니다. 소리의 예술과 사랑은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하고, 지나치면 체육에 방해가 됩니다.
그러한 동지들과 함께할 때에야 진정한 철학자가 살 수 있습니다. (……) 대중은, 어두운 지하 동굴 속에서 목과 발목에 쇠고랑이 채워진 채 오로지 그림자만을 보는 자들과 같은 데 반해, 철인은 빛 속에 살며 이데아를 봅니다. 그는 교육을 통해 감성의 모든 굴레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체육, 음악, 수학적 연구, 변증술이 교육의 내용입니다(변증술을 통해 그는 감각의 도움 없이 이데아를 인식합니다). 35세로 변증술 연구는 종결됩니다. 이제 그는 생활로 돌아와 국가 부서의 행정을 돌보게 됩니다. 견습 시간은 15년간 지속됩니다. 50세가 되면 그들은 성숙하여 자신이 공부한 바에 따른 삶을 영위해도 좋은데, 집권은 번갈아가며 해야 합니다.

긴 인용은 플라톤의 저서 『국가』를 니체가 정리한 내용의 일부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지만 현대의 상식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주전 380-370년경 플라톤이 50세 전후에 집필했다는 이 『국가』는 서양 사상의 바탕이 되는 바이블이라고 한다. 정치철학은 물론이고 교육철학에 대한 고전이기도 하다. 니체는 이러한 플라톤의 구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니체의 플라톤 비판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플라톤이 구상하는 ‘철학자 통치국가’의 기괴한 내용을 따라가 보자.
본문에는 자유로운 결혼 제도의 폐지, 출산정책, 교육, 음악, 철학자 필수 교양 과목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이 책의 기록 시기로 보면 주전 4세기 페르시아 제국이 지중해를 통치할 무렵이다. 성경의 역사적 배경이라면 구약 성경 마지막 기록인 ‘말라기’ 이후쯤 될 것이다. 지중해 여러 곳을 여행하며 수학한 후 철학자가 지배하는 철인(哲人) 왕국을 구상하여 이상하지만 확고한 자신의 국가론을 제시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플라톤은 인간이 모여서 살아가야만 하는 대규모 집단, 국가에 대한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해 수단이 될 수 없는 국가, 개인보다 반드시 공공의 유익이 앞서는 국가, 국가 존립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감수해야 하는 국가, 결국 소수에 의한 전체주의 체제를 강요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철학자의 통치로 극복하려는 국가, 그러한 국가를 플라톤은 염원했다.
이 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연애결혼은 금지된다. 하지만 분명 결혼은 가장 성대한 의식을 동반해 성스럽게 거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튼튼하고 강한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은 국가 구성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어미한테서 분리하지만 국가 건립에 쓸모없는 경우 아이는 제거된다. 현대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것을 국가 이론이라고 하면 플라톤은 분명 ‘정신 나간 미친 놈’이다. 고대의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상황을 상상해서 이해하려고 해도 인간 자체에 대한 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우리 시각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플라톤은 자신이 의도했던 분명한 국가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 준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는 반은 철학자 교육을 시켜야 하고 반은 특출한 싸움꾼인 전사(戰士)로 키워야 한다. 전사의 중요성은 국방력을 생각하면 그 해답이 있다. 그런데 반은 철학자 교육을 시킨다는 점이 특이하다. 철학자는 ‘영혼의 균형’을 맞추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영혼의 균형이란 사익을 추구하는 ‘욕망의 마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신화에 나타난 난잡한 잡신들의 정사(情事)에 관한 이야기는 엄격히 금하도록 했다. 절반 정도를 철학자로 교육한다는 것을 보면 행정가와 무사 계급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매우 강조한 과목이 있다. 바로 음악인데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음악이 ‘동성애’를 고취시켜 성문법(成文法) 즉 국가 운영의 통치 규범을 수립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여자와 성사된 결혼은 튼튼한 종족 보존이 목적이라면, 동성애는 종족 번식 목적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 운영의 신뢰할만한 파트너 발굴과 사귐이 명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예술과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체육 즉 몸 관리 능력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 음악을 즐기고 동성애 파트너와 연락(宴樂)을 즐기지만 몸에 유익한 정도까지만 허용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통치자인 철학자로 성장한다. 항상 초월적 세계인 빛의 ‘이데아’를 지향하며 감성의 굴레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앞서 말한 동성애는 감성 충족이 아닌 감성 절제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일어났던 동성애는 상대에 대한 교육적인 무한 책임을 강조했다. 이는 해당 국가 폴리스의 운영과 존립 문제와 관련해서 동성애를 정당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더 세밀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철학자는 체육, 음악, 수학적 연구, 변증술을 익히는데, 35세로 변증술 연구는 종결되고 해당 국가 부서에서 국가를 돌봐야 한다. 견습 시간은 15년간 지속되며 50세가 되면 자신이 공부한 바에 따라 통치에 관여하지만 집권은 순번제로 돌아가야 한다.

이상의 내용은 플라톤이 이데아론에 바탕을 두고 구상한 철학자 통치 국가의 그림이며 그 운영 방안이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자는 우리가 말하는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과목을 공부하되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진 교육과정을 모두 섭렵한 자를 말한다. 플라톤의 이러한 구상은 향후 유대교에 그리고 초대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도 정치철학을 말할 때 플라톤의 이러한 취지의 발상은 근거가 되거나 참고 자료가 된다. 니체가 분석하고 있는 이러한 플라톤의 국가 철학을 따라가 본다는 것은 ‘성경적 국가관’ 내지 ‘하늘나라의 통치론’을 고민할 때 유익한 배경이 되리라고 본다. 나아가 우리는 이데아론에 토대를 둔 세속적 국가론과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 속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말씀에 의한 천국론 수립에 더 진력해야 할 것이다.

3 우리가 육체에 있어 행하나 육체대로 싸우지 아니하노니 4 우리의 싸우는 병기는 육체에 속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라 5 모든 이론을 파하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파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케 하니 6 너희의 복종이 온전히 될 때에 모든 복종치 않는 것을 벌하려고 예비하는 중에 있노라(고후 10:3-6)

<195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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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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