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25-06-04 09:2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여호와 호칭’과 잠언의 주권성 (2)


<지난 호에 이어서>

2. 잠언의 통일 구조에 계시된 주권성

구약의 시가서 중 잠언은 시문학적인 표현을 통해 ‘여호와의 주권성’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선 기고 ‘잠언 구조의 통일성’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잠언은 외적 구조와 내적 구조 모두에서 시가서는 물론 성경 전체와도 논리적인 연관성을 지닌 통일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곧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창세전에 작정하신 뜻에 따른 언약을 절대주권적 섭리를 통해 성취하시므로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의 영광을 선포하신다는 뜻이다. 이러한 선포는 언약 백성들의 찬양을 통해 계시 되며, 그 찬양의 내용이 바로 잠언에서 나타나는 여호와의 주권성에 대한 찬양이다.
이처럼 잠언을 통해 증거되는 ‘여호와의 주권성 찬양’은 일반적인 도덕적 교훈을 넘어서, 구약 역사서를 배경으로 한 여호와 계시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과 인류 시조 아담을 창조하신 후, 아담에게 실체적인 삼대언약을 세우신다. 이 언약은 아담이 타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성취해 주신다는 확증으로 이스라엘 열조에게 모형적인 삼대언약을 세우시고 그 언약을 이스라엘 역사섭리를 통해 이루어 주심으로써 자신의 주권적 속성을 계시하신다. 그런데 이러한 여호와 주권성 찬양이 담겨 있는 잠언은 여호와께서 자신의 방법대로 나라를 세우고 다스리도록 지혜와 명철과 지식을 주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박용기, 『성경강론 8』(서울: 진리의말씀사 2002. 4323-4324 참조]
따라서 본 기고에서는 여호와께서 주시는 지혜·명철·지식을 통해 나라를 세우시는 여호와의 주권적 속성을 잠언의 통일 구조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주권성 찬양의 원리: 지혜와 명철, 지식과 훈계

솔로몬 잠언은 언약대로 성취하시는 여호와의 주권성 찬양에 대한 전제가 잘 나타나 있다. 솔로몬은 기브온에서 꿈에 나타난 여호와를 만나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여호와의 질문에 자신은 아직 어리므로 백성을 재판할 수 있는 ‘지혜’를 구했다. 여호와 주권성 찬양을 통해 메시아를 언약하는 잠언은 구성상 이처럼 ‘지혜(智慧)’에서 출발한다. 지혜란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영존하시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면 올바른 재판을 할 수가 없다. 성경신학 주창자는 지혜를 “여호와께서 작정하신 뜻에 따라 언약하신 말씀대로 섭리하시는 만사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선악을 분별하는 재치 있는 마음의 상태”로 규정한다.(박용기, 『성경강론 8』 4102. 참조) 창세전 언약대로 성취하시는 여호와의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은 피조물로부터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혜라는 마음의 상태는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만 가능하다. 영존하시는 여호와의 선악을 분별하는 마음의 상태인 지혜는 또한 ‘명철(明哲)’의 근거 역할을 하며 마음의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여호와의 은혜다. 그래서 명철이란 “언약대로 이루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깨달아 앎으로 인하여 만사만물을 정하신 뜻대로 섭리하시는 총체적인 여호와의 경륜을 밝히 이해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지혜와 다른 점은 피조세계에서 총체적인 여호와의 경륜에 대해 마음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시간 역사 속에서 언약대로 성취하시는 여호와의 섭리에 대해 여호와 기준의 선과 악이 무엇인지 실제로 깨닫는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혜와 명철이 주권성 찬양의 창세전 근거와 창조 후 언약 자손의 마음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주권성을 찬양하게 하는 논리적으로 연관된 두 원천이라면, 이 두 근거는 실제로 순간순간 여호와의 주권성을 찬양하는 ‘지식’의 근거가 된다. 지식이란 “총체적인 만사만물에 대한 부분적 경험에 의한 직관적(直觀的) 인식의 결과”이다. 곧 여호와께서 주권성을 찬양할 수 있도록 주시는 지식은 경험적 지식 차원에서 그때마다 깨닫도록 공급해 주시는 구체적인 정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상의 모든 여호와 주권성 찬양의 핵심 요소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 그것이 바로 ‘훈계(訓戒)’(잠 1:2-3 참조)다. 지혜에 기초한 훈계는 창세전 여호와 하나님께서 정하신 선과 악을 깨닫도록 할 뿐 아니라 명철과 지식을 창세전 지혜와 로고스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다르게 말하면 이스라엘 국가 체제를 섭리하시는 여호와의 주권성을 찬양하게 하는 주체가 전적으로 여호와이심을 강조하도록 하는 개념이 ‘훈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언약대로 이스라엘 국가 체제를 수립하게 하여 존속시키는 여호와의 주권성을 찬양하게 하시는 언약 섭리는 지혜와 명철, 지식과 훈계에 기초함을 알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여호와의 주권성 계시의 전제를 통해 상세하게 지혜와 명철 그리고 지식을 통해 어떻게 여호와의 주권성을 찬양하게 하시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 선악 분별의 지혜와 근신: 주권성의 원천

솔로몬은 창세전 여호와의 선과 악을 아는 마음의 상태인 지혜를 얻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먼저 여호와가 준비하신 ‘재앙’이 임하고 ‘유혹’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 체제에 대한 재앙이 외부에서 오는 위협이라면 유혹은 국가 내부 역량을 혼미하게 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재앙과 유혹은 모든 국가에 언제나 발생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재앙과 유혹을 통해 ‘여호와를 경외할 수 있는 지혜(잠 1:9; 9:10; 15:33)’를 얻을 수 있느냐이다. 여호와의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자는 두려운 재앙을 통해 여호와의 주권성을 알게 되는 평안함을 얻는다. 그뿐 아니라 여호와의 선과 악을 혼미하게 유혹하는 음녀의 사술(邪術)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능하며 비록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멸망하지 않고 약속된 축복과 영혼의 생명을 얻게 된다. 이러한 지혜를 얻은 자만 여호와의 주권을 찬양하는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있으며 선과 악을 분별하는 의인의 통치를 할 수 있다. 사특한 자의 불의와 술잔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는 오직 언약대로 성취하시는 여호와께서 오래전 이스라엘 열조에게 세우신 삼대언약에 기초를 둔 것이지 인간 왕의 자기 지혜가 출중하기 때문은 아니다.
또한 여호와의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를 준수하는 묘책을 솔로몬에게 깨닫게 하는 데 바로 ‘근신(謹愼)’(잠 2:11; 3:21; 5:2)이 그것이다. 근신은 입술을 함부로 놀려 피조물의 기준대로 선과 악을 판단하는 악행을 범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이 그 원천이다. 생각과 판단과 입술을 모두 지켜야 가능한 근신이므로 근신도 창세전 여호와의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가 훈계를 통해 주어져야 가능하다. 이스라엘 국가 체제를 위협하는 주위의 음녀와 같은 세력으로부터 오직 여호와의 율례를 준수할 수 있는 원천은 지혜로부터 오는 근신이다. 그래서 솔로몬은 음녀의 길을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언약 자손의 왕국인 다윗 왕가를 이탈한 여로보암의 길로 간 모든 왕들을 가리킨다. 사마리아에 예루살렘 성전처럼 신전(神殿)을 짓고 제사장을 뽑아 절기를 지켜보면 겉보기에 남 유다보다 더 강한 나라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모두 일시적 허상과 허구에 불과했다. 이 허상과 허구를 분별하여 하나님의 선한 뜻대로 자기 백성을 통치할 수 있는 주권은 오직 지혜로부터 온 근신을 통해 가능하다. 만물이 창조되기 전부터 그리고 만물이 창조될 때 창조주와 항상 함께한 ‘지혜’를 통해서만 여호와의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고 명철이 가능하며, 그때그때마다 주시는 직관적 지식을 통해 ‘근신’으로 인도할 때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통치자가 될 수 있다. 자기 영혼을 해하는 어리석은 왕은 넓은 영토, 많은 재산, 수많은 처첩이 통치의 상징이 되지만, 여호와의 지혜를 얻어 근신하는 왕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삼는다. 이것이 지혜와 근신을 통해 찬양하게 되는 여호와의 주권성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한경진 목사 (산수서광교회 / 광주 성경신학학술)

‘여호와 호칭’과 잠언의 주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