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23-05-24 09:3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그 스승에 그 제자


子謂顔淵曰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 有是夫
자위안연왈용지즉 행 사지즉장 유아여이 유시부

『논어』 「술이」의 계속이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공자가 안연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관리로) 쓰면 (그 직 또는 도를) 행하고 버리면 은둔하는 것(을) 오직 나와 너만이 이것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용(用)’은 관리로 임용하는 것이고 ‘사(舍)’는 그 직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다. 공자는 자신과 제자인 안연에게는 세상이 그들을 사용하든 버리든 하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음을 말하고 있다. 행하고 은둔하는 것은 그 처하게 되는 상황을 그들이 편안해 하는 것(行藏 安於所遇, 행장 안어소우)을 말한다. 그러기에 그 두 사람은 나아가고 은둔하게 되는 그 운명이라는 것이 자신들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命不足道也, 명부족도야).
유학의 근본이 수기치인(修己治人)에 있기에 일단 자신을 수양하는 일이 우선이다. 학자가 아무리 자신이 도를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나가서 자신을 알리고 어떤 일을 얻고자 하는 것은 그가 할 일이 못 된다. 그러므로 세상(임금)이 알아서 군자를 등용시키면 마땅히 그곳에 나아가 자신이 익힌 도를 행하는 것이고, 세상이 버리면 묵묵히 물러나서 은둔하면서 다시 도를 행할 방도를 찾는 것이 군자의 몫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공자가 주류천하(周流天下)를 했던 것은 나름 자신이 익힌 도를 실천할 곳을 찾고자 함이었다. 그는 잠시 등용되어 관직을 맡기도 하였다. 그가 그 직임에 충성을 다하며 제도를 정비하는 데 헌신하였지만 결국에는 오래도록 등용되지 못했다. 결국에 그는 자신의 조국인 노나라로 돌아와서 그곳에서 제자들을 교육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공자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던 안연의 행적을 보면서 그의 모습이 자신과 같은 것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만큼 안연은 뛰어났던 인품의 소유자였고 도를 실천하는 행실이 바른 자였다.
공자와 안연의 사제관계는 오늘날의 사제 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도를 닦고 배움을 이루어 간 것이다. 그들의 배움과 실천은 당시에 합당하다고 여겨졌던 하늘의 이치와 사람의 이치를 익히고 행하는 것이었다. 사제 사이에서 이 신뢰가 서로에게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도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의 자신의 도를 가르치고 행해야 하고 학생들 역시 선생님의 도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구주이신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다양하게 맺어지고 있다. 사제관계, 신랑과 신부 관계, 형제관계, 구속주와 죄인으로서의 관계 등등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관계들은 모두 동등하며 전 영역의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로부터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셨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뜻을 어기시지 않았다. 예컨대 신랑과 신부의 관계에서 그리스도는 신랑다우심에서 하나님의 법을 완성하신 것이다. 사제의 관계에서는 선생님으로서의 관계를 완성하셨다. 그는 완전하시고 영원하신 구속주이시다. 형제관계로는 우리의 첫 열매가 되시는 형제시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이러한 다양한 관계들로서 우리들과 연합하시고는 또한 우리가 모두 그 연합에 합당하다고 선언해 주셨다. 그리스도인들은 구주 그리스도와 어떠한 관계도 맺을 수 없는 존재들임에도, 그리스도와 관계 맺을 아무런 자격이 없는 무가치한 자들임에도 그렇게 선포하셨다. 그리고 그 선포에 합당하게 사랑하셨다.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들의 사제관계는 그렇게 맺어졌다. 그것은 영원히 불변한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또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에서 맺고 있는 사제관계도 그러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는다면 그분이 하신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실천하도록 하자.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자. 그리스도께서 나와 네가 하나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한 몸으로 살아보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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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하나. 로마제국 갈망의 게르만족과 중세의 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