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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신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신학은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질문이며, 시대의 상황 속에서 해석된 믿음의 언어다. 단지 변하지 않는 교리를 반복하는 학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와 계시를 시대적 언어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지적이고 영적인 여정이다. 따라서 철학이 시대에 따라 다양한 사조로 발전해 왔듯, 신학도 시대적 도전에 응답하며 끊임없이 갱신되어 왔다.
시대에 따라 번역된 신학 사조들
신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역사의 맥락 속에서 형성된 신앙의 해석 체계다. 주요 시대별 신학 흐름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초대 교부시대: 사도들의 가르침을 정리하며, 어거스틴이나 아타나시우스 등 이단에 대항하는 정통 교리를 확립. 신앙의 철학적 해석이 시작됨.
중세 신학: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추구한 스콜라주의.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통해 체계적 신학을 정립.
종교개혁 신학: 루터와 칼뱅은 성경 중심, 은혜 중심, 신앙 중심을 강조하며 기존 권위에 도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직접적 관계 회복을 지향.
근대 신학: 계몽주의 이후, 이성과 인간 중심의 자유주의 신학이 등장. 동시에 경건주의와 복음주의, 신정통주의 등의 반작용도 일어남.
현대 신학: 해방신학, 여성신학, 흑인신학, 생태신학 등 현실 문제와 결합한 다양한 신학적 흐름이 나타나며, ‘하나님은 오늘 우리 현실에 어떻게 말씀하시는가’를 묻는 질문이 중심으로 부상.
이러한 흐름은 단일한 신학적 정답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시대에 따라 새롭게 번역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도전과 지능정보신학의 필요성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사회(Intelligence Information Society)에 살고 있다. 인간의 결정, 판단, 창작, 교육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AI가 개입하며, 신학 역시 이러한 변화 앞에 새로운 질문을 맞이하고 있다.
AI 시대의 신학적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은 무엇인가? 인간만이 이 형상을 지니는가?
AI가 창작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창조성과 도덕성은 인간만의 특권인가?
영혼은 무엇이며, 그것은 인공지능에게도 부여될 수 있는가?
기계의 자율성과 의사결정이 증가하는 시대에 인간의 책임과 죄의식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이러한 질문은 기존의 교리와 신학적 정의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지능정보신학(知能情報神學, Intelligence & Information Theology)’이라는 새로운 사유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지능정보신학의 개요와 방향
지능정보신학은 AI 시대의 인간 이해, 창조론, 구원론, 종말론 등을 정보기술과 디지털 존재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신학적 흐름으로, 그 핵심 영역은 다음과 같다.
인간론: 인간은 단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관계적 존재, 하나님과 연결된 존재임을 회복해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연산하지만, 인간은 기도하고 사랑하며 회개할 수 있는 존재다.
창조론: 창조는 인간만이 아니라 정보와 알고리즘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AI도 인간이 만든 창조 행위의 일부로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창조적 활동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
윤리와 책임: AI의 판단과 결정은 인간이 위임한 것이므로, 윤리적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인간은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기술을 선용할 책임이 있다.
공동체와 예배: 온라인 예배, 메타버스 교회, AI 설교 등의 현실 속에서 ‘참된 공동체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임재는 디지털 공간에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신학적으로 답변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신학적 준비
지금은 단순한 디지털 시대가 아니라, ‘인간 이후(Post human)’를 향한 문턱이다. 인간 능력을 기술로 확장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존재가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신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창조 질서에 대한 재해석: 유전자 편집, 사이보그, 인공지능 등으로 인간 정체성이 재정의되는 시대에,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신 창조의 질서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영혼과 구원의 재질문: 포스트휴먼 존재에게도 구원이 적용되는가? 구원은 유기체에게만 해당되는가? 영혼의 정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로운 존재론 위에서 성찰해야 한다.
성육신과 인격의 신비 회복: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육체 안에 오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성육신의 원리를 되새기며, 어떤 시대에도 ‘몸을 가진 관계적 인격’으로서의 인간을 지켜야 한다.
기술의 시대, 은혜의 언어를 회복하자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존재의 경계를 허물어가고 있지만, 하나님의 형상은 여전히 사랑하고 회개하고 믿는 존재 안에서 빛난다. AI가 시를 쓰고 설교를 분석할 수 있어도, 기도하고 용서하고 십자가를 지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지능정보신학은 단지 기술을 해석하는 신학이 아니다. 기술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성찰하며, 새 시대 속에서 복음을 새롭게 선포하고 전달하는 신학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히브리서 13:8)
이 불변의 진리를 오늘, 변화의 중심에서 다시 새롭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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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여인갑 장로 (지구촌교회 / (주) 시스코프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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