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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0-21 15:2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12문 12돌에 새겨질 이름들


세상의 모든 이름이 잊혀져도, 하나님의 성안에 새겨진 이름들은 영원하다. 요한계시록 21장은 새 하늘과 새 땅 위에 내려온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묘사하며 두 가지 이름의 새김을 보여준다. 열두 문 위에는 “이스라엘 자손 열두 지파”의 이름이, 성곽의 열두 기초석에는 “어린 양의 열두 사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증언한다.

“그 문들 위에 이스라엘 자손 열두 지파의 이름이 쓰여 있더라.”(계 21:12)
“그 성의 성곽에는 열두 기초석이 있고 그 위에는 어린 양의 열두 사도의 열두 이름이 있더라.”(계 21:14)

이 말씀은 단순한 건축 설계가 아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누구의 이름을 기억하시며, 어떤 자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속했는지, 그리고 그 문을 누구를 통해 들어가는지를 말해주는 영원한 언약의 서사이자 구속사의 완결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새겨질 이름들은 과연 누구일까?


열두 문에 새겨진 이름들: 이스라엘 자손의 열두 지파

‘열두 문’은 새 예루살렘성의 출입구다. 그 위에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열두 지파’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구성원이 달라진다.
창세기에서는 야곱의 열두 아들이 기준이고, 가나안 땅 분배 시에는 레위 지파는 제외되고, 요셉의 두 아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이 포함된다. 요한계시록 7장에서는 단 지파가 빠지고 레위 지파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성경의 ‘12지파’는 단순한 민족 구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상징적 표현이다. 그렇다면 왜 단 지파는 빠지고 레위는 포함되었을까? 단 지파는 사사기 18장에서 우상 숭배의 중심이 되어버린 지파다. 미가의 집에서 제사장을 고용하고, 그 집안 우상을 탈취해 그들만의 제사 체계를 만들었다. 이후 북이스라엘의 국교적 우상 숭배의 시발점이 되었고, 영적으로 몰락한다.
반면 레위는 출애굽기 32장에서 금송아지 사건 후 하나님의 편에 서서 우상 숭배자들을 처단한 지파로 칭찬받는다. 이후 성막 봉사와 제사장 직무를 맡으며 하나님 앞에 구별된 백성이 된다. 이 거룩의 기억이 그 이름을 새 예루살렘의 문 위에 새기게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열두 문에 새겨질 이름은 혈통이나 출생 순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충성과 거룩함으로 결정된다.


열두 기초석에 새겨진 이름들: 어린 양의 열두 사도

성곽의 기초석은 도시의 기초, 즉 기반을 상징한다. 그 위에 새겨진 이름은 “어린 양의 열두 사도”다. 그렇다면 이 열두 사도는 누구인가?
가룟 유다는 예수님께 선택받은 열두 제자 중 하나였지만, 주님을 배반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그 자리를 버리고 제 곳으로 간 자”(행 1:25)로 기록된다. 그 자리는 사도행전 1장에서 맛디아로 교체된다.
“그가 이 직무를 버리고 제 곳으로 갔나이다... 누가 이 직무와 사도의 직분을 대신할 자인가”(행 1:20-22)

따라서 열두 기초석에 새겨질 이름은 가룟 유다가 아니라 맛디아일 가능성이 크다. 바울은 포함될까? 신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도는 단연 사도 바울이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의 공생애 중 직접 부름 받지 않았고, 스스로를 “만삭되지 못해 난 자”(고전 15:8)로 고백하며, 자신이 열두 사도와는 구별되는 사도직을 받았음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계시록 21장에 나타난 기초석의 열두 사도에는 바울이 아니라 맛디아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문맥에 합당하다.


이름이 새겨진다는 것의 의미

성경에서 ‘이름’은 단순한 식별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 기억, 사명을 담는다. 하나님께서 그 이름을 새기신다는 것은 곧, 그를 영원히 기억하시겠다는 언약의 표현이다.
레위는 하나님께 충성함으로 그 이름이 문 위에 새겨졌다.
가룟 유다는 배반함으로 그 이름이 사라졌다.
단 지파는 우상 숭배로 인해 배제되었고,
맛디아는 충성으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진리는 우리에게 누가 하나님 나라에 기억될 사람인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님께서 이름을 새기신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인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 10:20)

또한 계시록은 반복적으로 생명책에 기록된 자만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계 20:15).
요한계시록 21장의 새 예루살렘은 보석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성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기억과 언약이 새겨진 성이다. 문 위에는 이스라엘의 거룩한 지파들, 기초석 위에는 어린 양을 따르며 충성된 사도들, 그 위에는 어린 양의 피로 구속받은 성도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이 성은 단지 “누구였는가”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나님 앞에서 어떤 존재였는가, 누구를 따랐는가,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왔는가에 따라 새겨질 이름이 결정된다.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이름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택하고 있는가?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여인갑 장로 (지구촌교회 / (주) 시스코프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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