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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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10 13:3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원어 성경과 번역 성경


앞에 두 글에서 일반계시에 속한 문사철과 저마다 처지를 살피면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언제나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모두를 포기하고 부인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를 내맡기고 크리스토스 뒤를 저마다에게 주신 나무틀[십자가]를 걸머지고 따라야 한다. 성령님 은혜로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되 저마다 믿음을 떠보면서 구원을 확증해야 한다. 동서양의 문사철을 철저히 섭렵한다 해도 그것으로부터 줏대 있게 홀로 서야만 한다. 죄인 중 우두머리로서 날마다 죽는다는 고백이 넘치도록 성령님이 이끄셔야 한다. 서론으로 할 말이 무척 많지만, 차츰 곁들이기로 하고 특별계시인 원어 성경과 번역 성경에 직결한 문제를 우선 다룬다.

성경을 놓고 보면 들은풍월도 많고 저마다 한가락 한다고 스스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성경관이 뿌리째 망가졌고 뒤틀린 때를 맞았다. 교리에서 다루는 성경론을 앵무새처럼 외워보아야 아무것도 아니다. 신학을 몇 년 했고 딴 나라에 가서 신학 공부를 했다 해도 성경관 특히 원어 성경관과 번역 성경관을 보면 오리무중이다. 누가 원어로 성경 전체를 정독해보았는가? 그것도 바른 성경관을 전제로 읽되 일반은총으로 우리 문사철을 갈고 닦아서 균형 있게 살폈는가? 나아가 우리말 역본들을 전통 원어 성경으로 낱낱이 견주어 보았는가? 성경으로 신학이 이루어지기에 원본과 역본에 비추어 다시금 검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우리는 원어 성경 그러면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이 생각이 번역 성경에 직결하기에 솔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제가 원어를 공부한 때가 벌써 40년이 넘는다. 그동안 우리 신학계를 보면 원어 방면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퇴보했다. 그 사이에 공회들과 개인들이 번역한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자유주의 비평신학에서 원어 분야를 석권했는데 우리말 성경을 제대로 번역했겠는가? 얼른 생각하면 박사들이 했으니 더 잘 손질했겠지 하겠지만 새로운 판이 나올수록 엉망이다. 이것을 아는 이 또한 드물다. 문제점을 감을 잡는다 해도 해결에 속수무책이라. 세계 신학계에서 원어 성경 분야는 들러리 정도로 전락했다.

일반언어학 처지에서 보아도 수준 이하로 원어에 다가선다. 부패한 세상 언어이론 조차 분간 못 하고 그저 서양 언어로 다룬 원어관에 머무른다. 그러다보니 우리말이 더욱 망가진다. 사람 잡는 선무당 같은 이들이 혹세무민한다. 이른바 현대히브리어를 내세운다든가 유대 신비주의 방식으로 속이는 일에 몰려든다니 어찌할꼬? 원어 성경을 배울 때 반드시 원어 성경 자체에서 해결해야 한다. 거기에 우리 말글을 반드시 올바로 갖추어야 하는데 이것을 업신여기면 원어를 하나 마나이다. 사탄이 원어 방면에서 속이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첫걸음부터 제대로 들어서야만 한다. 말글의 원칙과 얼개가 지닌 뜻을 알아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

서양 언어의 원조가 헬라어라면 헬라어의 원조는 히브리어이다. 세속언어발달사 같은 것도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다. 원어 성경을 앞서 연구한 유대인과 서구인들 언어관으로 성경 원어를 가려잡기 어렵다. 말글의 틀이 훨씬 엉성하고 모자라서 도무지 담아내기 어렵다. 이를테면 언어의 속성도 시간이 흐를수록 망가진다. 이른바 인도유럽어족의 처지에서 보아도 자음 언어인 히브리어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헬라어도 다른 나라 알파벳에서 시간을 두고 모음을 받아들인다든가 했기에 갑갑하다. 다시 말하면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할 문자가 부족하다. 이것을 극복하려다 보니 모음 구조에 변화가 생겨 복잡해지고 문법이론이 두꺼워졌다

현대 히브리어가 만들어진 지 100년 안팎이고 성경 히브리어랑 전혀 무관하다.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판 유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로마가톨릭과 더불어 원어 성경을 장악했다. 세계성경공회도 그들이 주무른다. 번역 성경의 성향을 보면 단박에 안다. 성경과 신학이 일치해야 맞다. 원어 성경을 보면 본문에 편집 때 덧붙인 여러 표시와 특히 발음규칙 따위도 지나치면 안 된다. 하위 언어들인 서양 언어들로는 한계를 못 벗어난다. 겉보기에 헬라어를 조금 아는 듯해도 히브리어를 헤맨다. 세속언어학과 철학 따위로 엉성한 이론체계를 세운 것뿐이다. 뭔가 전문용어들로 도배하지만 백해무익이다. 원어 방면에 개혁이 시급하다

원어 성경 분야가 이럴진대 번역 성경 분야는 어떻겠는가? 더 심각해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아득하다. 원어 성경을 갖고 직접 우리말 번역 성경을 다루기 어렵다. 16세기 개혁자들이 자국어로 성경 번역한 것을 으뜸 삼아야 한다. 이 열매를 알되 제대로 뒤를 친 역본만 가려 잡아서 참고해야 한다. 더 중요한 일은 우리말 문제이다. 적어도 1910년부터 본격으로 우리 말글이 철저히 망가졌다. 그 뒤 조선어사전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철자법칙부터 맞춤법규정에 이르기까지 훈민정음을 망가뜨렸다. 전혀 다른 말로 바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우리 한자까지 없앴고 일본 한자를 쓰게 했으며 마침내 1938년 조선어사용 자체를 금지했다.

자세한 것은 필요하면 자연스레 언급하겠다. 1887년에 만주에서 펴낸 신약인 예수셩교젼셔와 경술왜란 다음 해인 1911년에 나온 구역 한글 성경에 견주면 전혀 다른 판이다. 신학의 처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말 부림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말투에다가 서양 문법으로 뒤바뀐 이른바 “한글”로 뒤친 성경이다. 흔히 말하는 성경 가감이니 하는 것을 뒤로 미루더라도 우리 말글이 뿌리째 뒤틀렸다. 지금 쓰는 한글맞춤법이 바로 일본 강점기 때 정해진 것 그대로이다. 우리말 성경 번역을 보면 1,911판 이후 개정 때마다 한글 전용을 빌미로 일본 한자 말투가 많아졌고 자유주의 비평신학에 매인 낱말들이 기어들어 왔다. 이것을 잘 알아야만 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리종연 목사 (서울 진명교회)

『의미분석 성경개론』 히브리어판 (An outline of the Bible, by Rev. Yong-Ki Park)
하나. 특집을 시작하면서: 말씀의 운동력과 중세의 몰락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