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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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5-27 19:0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한국교회 예배당 대형화 문제 진단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날때 교회는 파멸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 위에 세워지며, 지도자는 맡겨진 사명에만 충실해야”


중세교회의 몰락 원인 가운데 하나는 외형적인 건물과 치장에 있었다. 웅장한 교회 건물의 상징인 로마 베드로 성당은 확실한 선례가 된다. 예배의 장소로서 불편함이 없으면 되는 곳을 신전(神殿)으로 미화시켜 온갖 화상(畵像)과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예수께서는 소박한 회당이나 들판 등지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경만을 가르쳤다.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도 없었으며, 복잡한 절차의 예배의식도 없었다. 도리어 예루살렘 성전이 허물어 질 것을 예언하셨고, 예루살렘의 성전(聖殿)중심 제사에서 탈피할 것을 권고하셨다.

초대교회에서는 교회의 개념을 ‘성도의 모임’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장소의 규모나 형태에 연연하지 않았으며 장소만 허락되면 어디에서든지 모였다. 그 당시에는 교회당 건축이 성행되지 않았는데, 주로 가정집에서 모이다 비좁으면 내부시설을 개선하는 정도였다. 물론 지금과 같이 수만 명 또는 수십만 명이 운집하지는 않았다.

건물 중심의 예배는 4세기 콘스탄틴에 의해서 유래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교회건물 건축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이전한 뒤 그곳에 10여개의 성전을 건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교회당을 거룩한 성전(聖殿)으로 명명했고, 신성(神聖)시 했으며, 내부를 신전(神殿)으로 꾸미기 위해서 다양한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하였다.

이후부터 교회당은 회당(會堂)에서 성전으로 변모했으며, 성경을 공부하며 교제하는 장소의 기능을 벗어나 신(神)에게 제사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교회당은 미사(missa)나 제사를 집전하는 곳이 아니라 성경을 가르치는 교육의 전당이다. 중국에서는 교당(敎堂)으로 칭하는데, 교당이란 용어가 훨씬 복음적이며 성경적이다.

세간에 대형교회 건축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다. 금싸라기 땅 강남에 2,100억짜리 대형 건물을 건축하여 교당(敎堂)으로 쓰려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강남에 건축해야 되는 것은 강남에서 시작된 지역교회이기 때문이며, 대형으로 건축해야 되는 것은 성도수가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고, 대형교회의 당위성은 초대교회 당시보다 지금은 더 큰 일을 할 것이라는 예수의 예언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지역교회이기 때문에 강남을 떠날 수 없다면 복음이 교회당에 매이는 격이 된다. 물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복음은 지역을 초월해서 운동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확산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땅 끝에 이르기까지 운동하며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지역교회이기 때문에 금싸라기 땅에다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교회당을 건축한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학생 수가 많아져서 교실을 증축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규모와 액수는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마땅한 일이라면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건물의 크기나 형태에 치우치기 보다는 복음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개교회의 문제로 단언해 버릴 수 있지만, 이미 그 교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공인으로서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큰 일’은 교인의 수를 많이 모아서 대형교회를 건축한다는 말이 아닐 것이다. 교회는 무한성장의 메가처치(Mega-Church)지만, 외형적인 크기나 숫자에 의한 성장이 아니다. 진리의 말씀에 의한 성도들의 내면적인 성숙을 뜻한다. 대규모 교회가 진정한 성장이라면 예수께서도 수십만 명의 성도들을 운집시켰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수만 명의 군중이 모였을 때 도리어 그들이 알아듣지 못하게 비유로 말씀하신바 있다.
과연 1주일에 서너 번 활용하기 위해서, 지역 사회를 위해서, 성도들의 교육활동을 위해서,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교회당을 건축할 필요가 있겠는가? 복음전파를 위해서 목숨을 담보로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궁핍함과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산재해있는 현실에서 복음전파를 목표로 하는 하나님의 교회가 화려함과 웅장함의 표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지혜자가 있는 교회라면 무엇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임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주변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예배의 본질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롬12:1-3), 그리스도와 성도간의 교통(交通)하는 것에 있다. 교회의 중요 과제는 복음의 내용에 충실하며, 연구하며,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견고히 세운 진리를 보존하고 전파하며 계승하는데 있다.

서구교회의 몰락은 성경적인 복음진리의 체계를 확립하고 계승하지 못했고, 교리 싸움과 개혁정신이 퇴색되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유럽의 교회들은 화려하고 웅장했던 건축물만이 앙상하게 남았으며, 관광명소로 전락했다. 그들의 신학은 이미 인간 중심화 되었으며, 철학의 시녀가 되어버렸다. 복음의 본질에서 이탈되면 아무리 왕성한 교회라도 한 세대를 지나지 못하고 몰락한다.

한국교회도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성도들을 기만하거나 유린해서도 안 되며, 목사의 일인독재체제에 의해서 치리권, 재정권, 강도권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오직 초대교회의 복음주의적인 정신에 입각해서 성경만을 성경대로 가르쳐야 한다. 교회는 구원의 분배기관이 아니며, 축복의 전당도 아니다. 목사는 중보자가 아니며, 축복과 저주를 주관하는 신적(神的) 대리인이 아니다. 교회당은 말씀을 가르치는 회당이지, 신(神)을 모시거나 제사를 드리는 신전(神殿)이 아니다.

한국교회를 리드하는 교회와 지도자들은 하나님께서 부르신 이유와 목적을 바로 알아야 한다.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 위에 세워지며, 지도자는 맡겨진 사명에만 충실해야 한다. 이제는 허세와 허탄한 자랑에서 돌이켜야 한다. 교회의 파멸은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칠 때, 하나님 보다 사람들을 의식할 때, 절대적인 진리보다 보편적인 이론에 유념할 때, 목적보다 수단에 치중할 때 초래됨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승일 목사/미디어국장 (웅장한 교회건물의 상징인 로마 바티칸 베드로 성당. 온갖 화려한 미술품과 장신구로 치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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