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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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9-01 19:4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논평_교황의 방한은 성공적이다?


“1년 만에 세상을 바꾼 사람”
지난 2013년 3월 13일 취임한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에게 붙은 수식어다. 취임 후 파격적인 행보를 계속해 온 교황은 그 행보로 인해 미국 타임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인물이 되었고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가히 전세계가 교황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우리나라 역시 프란치스코에게 열광했다. 대통령이 직접 영접했다. 소형차를 타고 이동했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KTX를 이용했다. 카 퍼레이드는 방탄차가 아닌 일반 오픈카를 이용해 경호원들은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으며, 유례없이 순교자들의 땅에 직접 방문해 그들을 복자로 명명하는 시복식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언론들은 연일 중계에 가깝도록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작은 행동들이라도 이전의 교황과는 달리 격의 없고 소탈한 것임을 예의 강조했다. 교황은 장애인을 만나거나 어린아이를 들어 올릴 때 언제나 인자한 미소와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패를 일삼은 정치인들의 뉴스가 뒤를 따른다. 세속적 이익에 눈이 어두운 이들로 치부된 한국 사회의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이 교황의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이들의 머리 속에 예외 없이 오버랩 되었음은 짐작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더욱 ‘큰 사람’으로 사람들의 머리 속에 남게 된다.

교황이 방한을 마치고 돌아간 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80% 이상이 교황의 격의 없는 행보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위로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교황의 방한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교황은 소탈한 행보와 소외된 자 특히 세월호 유족이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고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대단한 종교 지도자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들은 그저 교황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나 하는 문제이다. 그가 우리의 일들에 관여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을 표명한 것일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관심을 보였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관심을 보였으며,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아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그 어떠한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언행을 하지도 않았다. 그가 현실에 참여한 것은 그저 관심을 보인 것 뿐인 것이다. 그저 보여준 것이지 개입한 것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종교지도자가 현실적인 사안들에 대해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지도자로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종교적인 그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대한 메시지 등은 전혀 없었거나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그가 개입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그는 가고 만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상징적인 도움이 된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교황 방한의 목적이란 말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종교지도자라면 자신의 종교에 입각한 세계관이나 가치관으로 어떠한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서 그의 종교적 신념이 바르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 본연의 일인 종교적인 활동이나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자신이 개입하기 어려운 일들에 대한 관심의 표명만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그저 보여주기 위한 것, 혹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인기 영합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자신이 ‘좋은 사람’ 혹은 ‘큰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많은 행동들을 했고 그것은 대한민국과 세계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성공적이다. 만약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하나님의 존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알리고 그러한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저 합리적인 종교지도자 프란치스코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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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편집팀

논평_종교다원주의, 인기영합주의 그리고 복음에 합당한 생활
논평_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