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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3-10 09:5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IV)


17. 이문(異文)의 다양성: 성경권위 전승의 나침판(1)

현대의 본문 비평가들은 모든 이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정확하고 믿을 만한 형태로 전해져 왔다는 강한 확신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여러 사본들의 출판을 통해 이문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부정확하고 열등하고 이차적인 독법들이 다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경 원문을 찾고자 하는 본문 비평학에서 ‘이문(textual variant/variant reading, 異文)’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필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이가 성경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본문을 서로 다르게 기록하거나 읽는 방식으로 개방한다는 이문들의 존재는 성경권위 확증의 주관자는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재차 확인해 준다. 인간 어느 누구도 성경 자체에 대해 자기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확신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본 혹은 번역본만 정확무오하다고 고집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앞에서 인용한 구절,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부정확하고 열등하고 이차적인 독법들이 다 제거되었다”는 말은 다양한 이문들이 상호 공존하면서 정확무오한 하나님 말씀의 권위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절대진리 하나님의 말씀은 신적 권위에 의해 분명 보존되고 있으며 동시에 그 권위는 현재 이문들의 개방성과 함께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이러한 성경권위 전수 방향이 견고할 때 역사비평학 등 고등비평의 비판과 질문에 대해서도 분명한 응답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하에는 신약의 본문의 전승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신약 성경의 본문 전승 역사는 고대 문헌 가운데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약 성경은 약 1세기 후반에 기록된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다양한 지역에 전파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본들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헬라어 신약 사본은 약 5,800개에 이르며, 라틴어·시리아어·콥트어 등 고대 번역 사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수만 개에 달한다. 이러한 풍부한 사본 전승은 고대 문헌 가운데 유례없는 규모로 신약 본문의 역사적 신뢰성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신약 사본은 일반적으로 필사 재료와 문자 형태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구분한다. 가장 오래된 사본들은 파피루스(papyrus)에 기록한 것으로 주로 2세기에서 4세기에 이른다. 대표적 예로는 요한복음의 일부를 담고 있는 파피루스 52(P52로 표기)가 그것인데 일반적으로 2세기 전반에 작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밖에도 바울 서신을 포함하는 파피루스 46(P46), 요한복음을 비교적 완전하게 담고 있는 파피루스 66(P66)과 75(P75) 등이 중요한 초기 사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파피루스 사본들은 신약 본문이 매우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전승되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다. 그리고 4세기 이후에는 양피지(pergament)에 기록된 대형 사본들이 등장한다. 특히 신약 본문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른바 대문자 사본(uncial manuscripts)이다. 그중에 시내 사본(Codex Sinaiticus)과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사본(Codex Alexandrinus)은 신약 본문 전승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한다. 이 사본들은 대부분 4세기와 5세기에 만든 것으로, 신약 성경의 상당 부분 혹은 거의 전체를 포함하며 현재의 본문 비평 연구에서 핵심 비교 자료로 사용된다.
이러한 사본들은 동일한 본문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필사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문을 남겨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이문들은 본문의 불확실성을 의미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승의 역사적 흔적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본문 비평가들은 서로 다른 사본들 사이의 읽기를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원래의 본문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형성된 본문 전통들이 발견되는데, 이를 일반적으로 ‘본문 유형(text-type)’이라고 부른다. 신약 본문 연구에서는 전통적으로 알렉산드리아형, 서방형, 비잔틴형 등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또한 신약 본문 전승은 헬라어 사본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신약 성경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언어로 번역했으며, 이러한 번역 전통 역시 본문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라틴어 번역 전통은 서방 교회에서 널리 사용하였으며, 시리아어 페쉬타(Peshitta) 번역은 동방 교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콥트어, 아르메니아어, 조지아어 등의 번역 사본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자료들은 신약 본문이 다양한 문화권 속에서 함께 전승되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이 남긴 성경 인용 역시 본문 전승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의 정통 교리를 수호한 이레니우스(Irenaeus, 약 130–202), 라틴 신학의 선구자로 칭하는 터툴리안(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 약 155–220), 초기 본문비평과 주석학을 발전시켰다는 오리게네스(Origenes Adamantius, 약 185–254) 그리고 서방 교회 신학 체계를 확립했다는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354–430)와 같은 교부들은 신약 성경을 광범위하게 인용하였으며, 이들의 저작을 통해 당시 교회에서 사용한 성경 본문의 형태들은 어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교부들의 인용문을 종합하면 신약 성경의 상당 부분을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자료가 남아 있다.
이처럼 신약 본문은 다양한 사본과 번역 전통, 그리고 교부들의 인용을 통해 복합적인 방식으로 전승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승의 역사는 단지 다양한 번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절대 진리인 영생의 말씀을 각 문화권에 다양한 양식으로 전해 주시고 깨닫게 하시고 기록하여 전승하게도 하셨다는 사실을 확증해 준다. 다양한 사본과 이문의 전승은 마치 화려한 색채가 빛의 투영 속에서 찬란한 스펙트럼을 만들 듯이 역사 속의 서로 다른 증언들이 모여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 더욱 분명하고 밝게 드러나도록 한다.
본문 비평은 다양한 이문들을 비교하고 분석함으로써 본래의 본문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재구성하려는 학문적 노력이며, 성경권위를 확정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본문 비평에 더욱 충실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문의 완전 개방 없는 성경권위 전승은 공허하기까지 하다. 매우 다양한 사본과 번역 전통의 공존은 하나님의 말씀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교회 역사가 생생하게 증언한다. 교회사는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이 계시되는 ‘사건’이며, 이 사건은 이문의 개방화가 주도하는 본문 비평의 전승 역사가 그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문 개방화의 의도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훼손하는 데 두지 않아야 하며, 정반대로 여호와 하나님께서 역사 속에서 말씀을 계시하고 보존하면서 교회의 유일 지표인 하나님 말씀이 교회를 통치하신다는 정교한 검증 장치임을 공유하는 데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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