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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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01 21:38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설교 사이버 쇼핑몰’의 작태로 본 우리 교계의 부끄러운 민낯


몇만 원 지불하면 설교 수천 편이 내 손에 들어오는 세상이다. 저작권 위배되는 설교 자료가 매매되고 있고 차명 계좌 이용으로 금융실명법도 위반하면서 설교 자료 뱅크는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 날 메일함을 열면 ‘좋은 목회 자료를 소개합니다’하는 메일이 도착해 있다. 개인 계정임에도 ‘존경하는 목사님 안녕하세요. 감사드립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메일은 2GB 분량의 각종 설교 자료를 5만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보내는 사람이 ‘총회’로 되어 있기 때문에 큰 의심이 가지도 않는다.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의 설교, 예화, 신학 자료, 성경 연구 자료, 성경 공부 교재 모음을 메일로 보내 준다는 광고 메일이다. 그리고 반복해서 보내는 메일을 보면 처음 제시한 가격보다 점점 내려간다. 한마디로 ‘성경말씀을 할인해 준다’는 광고다. 2만 5천원을 계좌로 송금하면 2GB 분량의 설교 자료를 대용량 메일로 보내 준다.

각 파일에는 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문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곽선희·김삼환·김동호·이동원·홍정길·김상복 등 한국 교회에서 명성을 누리는 설교가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 각 권별 성경 장만 입력하면 관련 설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교회 행사나 절기에 맞춘 설교와 특별 새벽 기도는 교회에서 흔히 하는 7일·20일·40일 단위로 분류하여 목적에 맞는 성경 말씀과 설교 전문을 탑재했고 새신자용, 결석교인에게 편지하는 문서도 있다.

‘기독교 관련 논문’ 폴더에는 신학·선교·목회·역사·교육·성경 폴더로 분류하여 유명한 교회의 성장사가 담긴 글을 비롯해 영어로 쓰인 논문, 목회학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논문도 한 마디로 ‘기독교 설교 구매 사이버 쇼핑몰’이다. 남의 연구를 무작위로 긁어모아 돈을 받고 파는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설교·논문·책은 모두 어문 저작물로 분류하며 저작권 보호를 생존 동안은 물론이고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친고죄’로 직접 고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상습적 위법 행위를 할 때는 처벌 대상이 된다.

<자료 참고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3565>


목회자의 설교 표절 문제는 해묵은 문제이며 이러한 ‘설교 도둑질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다시 말해 어떤 다른 곳도 아닌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에서 오랫동안 그것도 벌건 대낮에 대놓고 저지르는 ‘강도짓’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표절을 해서 설교 강단에서 외친다고 해도 일반 성도들은 그것에 별 관심도 없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도둑질한 장물(贓物)을 가지고 마치 자기 것인 양 사용하고 있는 데도 성도들은 별 감각이 없다. 왜 그 예배당에 왔는지 정말 의아하고 의심스럽다. 목적이 물질의 축복을 받고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하는 것에만 관심 있는 성도라면, 설교자가 무슨 짓을 한들 남의 일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을 뿐만 아니라 문제 제기도 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성경진리를 진지하게 깊이 연구하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키면서 영원히 살아계셔서 삶의 모든 영역을 주권적으로 섭리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 우리 교회와 신학과 신앙의 얼굴이 아닐까?

교회 성도지만 교회에는 안 나간다는 ‘가나안 교인’ 100만 명 시대, 설교 강단을 외면한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남의 설교 도용 현실을 볼 때, 설교자나 성경 교사의 자기 고민 없이 쉽게 훔친 것으로 자기 것인 양 포장하여 그것으로 성도들의 영혼을 또한 괴롭히고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퍼붓기 때문에 ‘안 나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성도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관심과 큰 문제없이 그리고 성경을 통해 신앙성숙을 꾀하지 않는 신앙생활의 마지막 피해는 바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성경말씀 혹은 좋은 가르침을 도둑질하는 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피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과 경계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는 장물의 공범이 될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채영남 총회장)은 2015년 100회 총회를 맞아 앞의 문제와 관련해서 ‘목회자 윤리 강령’을 발표했다.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제발 우선 스스로 ‘번영신학’하지 말고 ‘성경신학’부터 하자!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곡성’(哭聲, 2016): 부재(不在)하는 신에 대한 곡소리!
‘신천지’가 드러낸 교회의 민낯: 무지한, 너무 무지한 한국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