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오피니언

 
작성일 : 17-10-17 19:1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표절 설교, 한국교회 몰락의 징후인가


한국의 대표적 장로교 교단 총회가 끝나면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문제가 있다. 바로 표절 설교가 일상화하고 있다는 보고다. 지난 5월 뉴욕 소재 한인교회에서는 설교 표절 논란으로 담임목사가 사임하는 일이 일어났다. 사실 설교 표절에 대한 심각성은 아는 사람은 거의 아는 얘기지만 이러한 문제가 이제 사회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많은 목사의 설교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검색 엔진으로 자료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설교 표절의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설교 자료를 헐값으로 판매한다는 인터넷 광고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설교 표절이 일어날 것도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7년 장로교 총회에서는 ‘예장고신’이 가장 심각하게 설교 표절을 문제로 지적하고 대책도 내놓았다. 무단으로 하는 설교 표절은 단순 절도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계시 이해의 은사를 훔치는 종교적으로 치명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더 나쁜 것은 몇 개의 설교를 짜깁기하여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결과인 것처럼 많은 성도들을 속이는 경우다. 진리의 전당이어야 할 교회당을 거짓과 도적의 소굴로 타락시킨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계시 이해의 특별한 은총을 목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용함으로써 결국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적그리스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리는 곳이 다름 아닌 한국의 교회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설교 표절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고신 총회는 행정과 모임 참석 때문에 연구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 말을 다시 톺아보면 교회당이 성경진리를 연구하고 진리를 보수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적절하게 관리하여 자기 목회를 확장하여 안정화시키고 미래보장의 사업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경우가 된다. 이 경우 만약 성경연구 시간을 준다고 해도 처음부터 목적이 목회 성공이었기 때문에 표절 자체는 방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교회 설립의 본래 목적이어야 할 성경진리의 보존과 전수를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근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전주 모교회의 목사는 2016년 49회 설교에 43번 표절을 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추가적인 증언도 나왔다. 이러한 표절은 이미 2013년부터 계속했으며 당회원과 부교역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예장고신과 예정합동 그리고 예장통합 가릴 것 없이 동일한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 총회마다 설교 표절 목사에 대해 엄중하게 문책하고 징계를 내리겠으며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한 결의를 보면서도 이내 답답함을 금치 못한다. 왜냐하면 주요 교단들은 모두 목회와 신학을 위한 전문신학원 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우선 지적하자면 총회 차원에서 징계하기 전에 장로교 전통 소속의 이 총회신학교들이 과연 제대로 교육했느냐 하는 점이다. 과연 성경과 신학을 강단에서 강의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자로 제대로 교육하고 제대로 검증해서 교회당으로 보냈냐는 것이다. 설교학 과정은 기껏해야 한두 학기로 끝났다. 여기서 수십 년의 진리 선포의 토대가 놓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많은 신학 과목을 힘겹게 이수하고 바쁘게 학점 챙겨서 허겁지겁 강도사 고시 보고 목사 안수 받아 교회당 강단에 섰을 때, 얼마나 준비되어있는지 목회자 스스로가 너무 잘 안다. 어쩌면 설교 표절을 보면서 적발된 사람들은 운이 없어 그렇게 되었다고 하며 적발된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표절하지 않으면 교회 강단을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은 목사 스스로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회 현장을 너무나 잘 아는 많은 기독교 원로들이 목사 재교육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것도 보면 더 답답해진다. 누가 무엇으로 재교육한다는 말인가? 장로교 보수 교단들의 정통신학과 성경진리에 대한 견고한 뿌리가 흔들리는 마당에 목사 재교육한다고 모아서 무엇으로 목사들을 재충전할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원로들의 인생 경험이나 교회 운영을 위한 축적된 처세술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과연 목사들이 졸업했던 소속 총회 신학의 전문교육과정에 지금 당장 참석해서 교육을 받으면 양질의 신학과 성경진리의 명확함을 얻어 만족스럽게 교회당으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현행 바쁜 목회일정으로 짜여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얼마 동안을 재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설교가 아니라 ‘성경강론’으로 가야 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마치 주문과 같은 기복적 행위 권고를 삼가야 한다. 자신의 목회 계획의 판을 미리 짜놓고 온갖 잡설의 무더기를 쌓아가는 세속의 교양 문화 강좌보다 못한 설교를 당장 접어야 한다. 총회가 앞장서서 이러한 정체불명의 설교를 삼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오직 성경만’을 교회의 절대표지로 삼도록 개혁운동과 성경진리 회복 운동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하나님 말씀 성경진리의 권위를 제쳐놓고 교회 강단에서 이것저것 아무 소리나 발설할 수 있는 행태부터 없애야 한다. 목회에 유리한 소리를 다른 목사의 입을 빌려서 하기 위해 강단을 서로 오가며 벌이는 수백 만 원 혹은 수천 만 원의 돈잔치를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토양에서는 성경진리를 지키고자 하는 작은 싹마저도 피어나질 않을 것이다. 성경진리를 함께 연구하며 좋은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공개강좌를 통해,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서 많은 동역자들과 사역한 것처럼, 성경강론 중심의 강단 교류가 일어나는 수준 높은 교회문화를 열어가야 한다.
한국 교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설교 표절의 범죄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내린 마지막 경고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선포라는 하나님께 받은 은사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수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인간의 업무나 사업이 결코 아니다. 보혜사 성령께서 주관하시는 신령하고 영적인 엄격한 하나님의 일이다. 이를 간과하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 무책임하게 자기 고민과 연구 업적인양 과시하고 성도를 속인다면, 이는 예수님을 유혹하기 위해 사단 스스로 결코 믿을 수 없는 성경진리를 기막히게 인용했던 것(마 4:6)과 같은 불법과 범죄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적그리스도의 불법이 바로 설교 표절의 본질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
2017 한국 장로교 총회, 중세몰락의 재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