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5-10-08 23:3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바울 사도 죽이기: 니체 무리들의 광란 시대


니체 스스로 자신이 쓴 ‘성경’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주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복음서의 본 주어와 술어 구성 방식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 했다’로 바꾸고, 이것을 ‘다섯 번째 복음서’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넓게 본다면 2천 년 서양 철학사가 바로 성경과의 대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럽의 정신역사는 다양한 문체의 글씨기 전략을 통해 성경계시의 완전성과 절대성에 맞서기 위한 집요하고도 끈질긴 글쓰기 전쟁의 역사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서양 글쓰기 역사에서 성경이 갖는 신적 계시의 권위에 대한 종언을 고하겠다고 하며, 성경은 ‘가장 질 나쁜 책’이며 그래서 자신이 진짜 성경 같은 성경(?)을 써서 보여주겠다고 한 철학자가 바로 니체다. 니체는 자신이 쓴 이 책이 ‘영원 한 복음’이 될 것을 갈구하고 있다. “천 년 동안 내 이름에 엄숙한 선서를 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 재인용, 슬로터다이크, 『인간농장을 위한 규칙』, 이진우·박미애 옮김, 서울: 한길사, 2004, 957쪽 마치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하나님의 말씀 성경을 앞에 두고 대통령으로서 백성을 위한 자신의 소임을 맹세하듯이, 니체는 자신의 책이 그러한 성경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니체는 사복음서를 권력의 야욕에 불타는 종교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대중적 저널리스트가 되어 일반인들에게 ‘강한 자’에 대한 원한감정을 사주(使嗾)한 증거물로 본다. 그래서 니체가 의도한 것은 네 번째 다음에 등장하는 단순한 다섯 번째 책이 아니다. 니체의 저술 동기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내용에서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중요성으로 보면 네 번째 복음서의 영향력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만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니체는 어느 경우에라도 결코 성경을 볼 수 없게, 아니 볼 필요가 없게 만드는 과업(?) 완수를 위해 피 말리는 글쓰기를 전개한 철학자다.
그런데 니체는 복음서를 통한 왜곡보다 사도 바울의 서신서가 더욱 질 나쁜 불량 문서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신의 말씀인 성경의 기자들 특히 사도 바울의 서신서를 향한 그의 반감은 이렇게 드러난다. “구세주 유형, 가르침, 실천, 죽음, 죽음의 의미, 심지어는 죽음 이후까지도-어느 것도 그냥 놔두지 않았으며,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라도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바울은 그러한 삶 전체의 중심을 간단히 이 세계적인 삶의 배후로-‘부활’한 예수에 대한 거짓말 안으로 옮겨 버렸다.” * 니체, 『안티크리스트』, 백승영 옮김, 니체전집 15, 273~4쪽
부활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니체에게 사도 바울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거짓말을 날조한 인물이다. 삶을 긍정하기에 너무나 유약한 자를 부추겨 눈감으면서도 이승을 편하게 떠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교묘한 종교지도자가 사도 바울이라고 한다. 니체는 기독교인들을 삶을 긍정할 수 없는 유약하고 불행한 자들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불행의 원인을 타인 특히 강한 자들에게 돌리는 비열한 성격을 소유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자기 긍정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는 니체에게 바울 사도처럼 이생에 대한 보상은 사후의 세계에서 받는다는 말은 가장 사악한 거짓말이다.
부활 교리는 생명의 영원한 반복을 확신하는 니체에게 현재의 삶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독약과 같은 종교 이론이다. 그래서 니체는 이러한 독극물에 중독된 병든 떼거리 환자들의 역사가 서양 기독교라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니체에 따르면, 강한자 를 ‘악한자’로, 유약한 자신을 ‘선한 자’로 여기도록 종교적 이론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사도 바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바울 사도가 쓴 편지들이 유럽 지성사를 병들게 했기 때문에 니체는 바울을 “모든 복수의 사도 중 최고였다” * 앞의 책, 281쪽고 비판한다.
신약 계시의 많은 부분을 기록한 사도 바울에 대한 니체 비판은 니체 본인의 예고처럼 당대에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으나, 또 다른 그의 예고처럼 현대 사상가들의 ‘경전’이 되고 있다. 니체 독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하나님의 계시 성경은 그만큼 처절하게 난도질당한다. 이제는 분명 성경을 하나님의 계시 진리로 믿고자 하는 자가 점점 웃음거리가 되어 간다. 계시에 대한 니체의 광란적 발상이 세계를 지배하는 만큼 여전히 성경 진리는 영원히 살아계신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역발상을 해 보며, 사도 바울이 이천 년 전 붙잡았던 진리를 같이 잡고자 성령의 능력에 의존하며 애절하고도 다급한 간구를 할 수밖에 없다.
너희는 내 안에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이것들을 행하여라. 그러면 평강의 하나님께서 너희와 함께 계실 것이다.
(바른성경/ 빌 4:9)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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