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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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23 14:0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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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T School

 방학이 끝나는 마지막 주일 저녁, 강대상에 이십 대 중반쯤 되는 젊은 친구가 올라가 설교를 시작한다. 필자는 우연히 담임목사 옆자리에 앉아 설교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젊은 친구가 설교하는 내내 옆자리에 앉은 담임 목사가 설교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적고 있는 것이었다. 궁금해진 필자는 슬그머니 노트 내용을 엿보았고, 그 내용은 앞에서 말씀을 전하는 젊은 친구의 강의를 하나하나 적어가며 평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는 때론 심각한 표정으로, 때론 누구보다 크게 ‘아멘’을 외치며 설교자의 목소리부터, 태도를 비롯해 전해지는 말씀의 내용까지 세세하게 체크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차세대 지도자를 길러내려는 ‘크라이스트 처치’의 도제식 교육(Apprenticeship Program)문화에 순간적으로 매료되어 이튿날 해당 학생을 만나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았다.
 1) 현재 필자의 교회(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에서는 두 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설교자는 방학으로 인해 성도 수가 적었던 주일을 이용해 설교 실습을 했다. 도제식 교육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진행되며 교회는 그 동안 이들에게 교회 사역의 전 부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학생들은 분기 혹은 반기별로 돌아가며 주일학교, 청소년부, 대학부, 찬양팀 등을 현직 교사들과 함께 직접 지도해 봄으로써 자신의 은사와 약점을 발견하고 교회의 전체적인 운영 시스템을 배운다고 한다.
<도제식 프로그램(Apprenticeship)에 참석하고 있는 학생들>
 2) 필자가 이 프로그램에 대해 묻고자 이들의 오피스에 갔을 때 이 친구들은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신학의 전 범위(성경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 등)에 해당하는 읽기 과제가 매주 한 두 권씩 주어지고, 매주 금요일 오전 이들을 담당하는 목사님과 만나 읽은 내용에 대해 스터디를 한다. 교회는 한 명의 목회자에게 이 친구들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 그 목사님도 십 년 전 이 교회에서 동일하게 도제과정을 거친 후 목회자가 되신 분이다. 이미 같은 과정을 겪으셨기에 이분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그 필요에 따라 때론 아버지처럼 때론 큰 형처럼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이들의 성장을 책임진다고 한다. 교회는 이러한 방식으로 차세대를 이끌 이들에게 교회의 지도자로서 필요한 신학적인 소양을 길러주고 있었다.
<도제 프로그램 중 읽어야 하는 필독서 및 참고자료 중 일부>
3) 매주 수요일이 되면, 교회에는 도제식 교육생들을 위한 특별한 학교<TENT>가 열린다. 교회는 필자의 행정 구역에 속한 성공회 교회의 모든 도제식 교육생들과 남아공의 현실상 정식교육을 받지 못한 채 목회를 하는 가난한 교회들의 지도자들을 교회로 모셔서 무료로 성경 해석에 대한 심도있는 교육을 시킨다. 교회 건물은 달라도 그리스도 안에 하나의 교회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교회는 자신들이 보유한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활용하여 지역 교회들의 지도자 교육까지 책임짐으로 지역의 교회들과 더불어 같이 성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TENT School>
<TENT 교재 중 일부>
4) 이렇게 2년 동안 교회 성도들의 전적인 투자로 길러낸 이들은 모두가 다 목회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 과정을 겪어왔고, 그중 많은 이들은 그간 열심히 배운 진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평신도 사역자로 살기 위해 다시 학업으로 돌아가거나, 취업해서 살아간다. 결코, 교회는 2년 동안 열심히 길러낸 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신학교에 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모두가 목사가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모두 주의 일에 쓰임 받는 전임 사역자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자신이 교회의 지도자로서 사명을 받았다고 확신하는 이들은 교회에서 교인들의 동의를 거쳐 교단 신학교로 보내 3년간 정식으로 신학교육을 시킨다. 이렇게 교회에서는 앞선 지도자들의 헌신과 성도들의 사랑을 먹여 차세대를 책임질 한 명의 교회 지도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범죄의 나라라 비웃음을 당하는 남아공에서 필자가 접한 이러한 지도자 교육 전통은 몇천억을 들여 지은 건물은 자랑하지만 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없어 흔들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자신의 사명과 상관없이 성적과 상황에 따라 신학교를 진학하는 현실과, 젊은 교육전도사를 값싸게 부릴 수 있는 노동자 정도로 여기는 현실과, 말씀만 던져놓으면 알아서 되겠지라며 하나님의 주권을 가장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우리들의 잘못이 떠올라 한없는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16세기 스위스의 ‘제네바 아카데미’에서 양성된 차세대 지도자들은 온 유럽에 퍼져 말씀 중심의 종교개혁을 완수했다. 이 정신을 따라 세워져 차세대를 양성하고 있는 ‘성경신학연구소’가 흔들림 없이 그 역사적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사랑하는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로부터 은혜와 긍휼과 평강이 네게 있을지어다.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으로써 내게 들은 바 바른말을 본받아 지키고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 (디모데후서1:2, 13-14)

변도근 (전 장앙중앙교회 교사/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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