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신학

 
작성일 : 23-02-28 21:11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박윤선 박사의 칼 바르트 로마서 주석 비평


박윤선 박사(正巖 朴允善, 1905-1988)는 1931년에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에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했다. 1934년에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로 유학했다. 1934년 8월 중순경에 미국으로 갈 여비가 부족할 때 호주장로교 선교사 왕길지가 이를 충당해주었다. 미국으로 가는 배편 17일 동안에 요한계시록을 18장까지 암송했다고 한다. 1936년에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평양장로회신학교에서 성경원어를 교육하며 교수로 활동했다. 박윤선 박사는 신학연구 초기부터 칼 바르트에 대한 비평을 가졌다. 1937년 <신학지남>19권에 “칼 빨트의 계시관에 대한 비평”을 게재했다. 그리고 1938년에 다시 도미해서 밴틸 교수 지도로 변증학과 성경원어를 연구했다. 1940년에 귀국해서 만주 지역에서 사역하다가, 해방된 뒤 고려신학교로 취임했다. 1946년 고려신학교의 교지에 “正統神學에서 본 빨트와 뿌룬너의 危機神學”을 발표했다. 그리고 꾸준하게 칼 바르트 신학에 대해서 비평을 전개했다. 박윤선 박사는 마지막까지 칼 바르트 신학 비평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살펴볼 박윤선 박사의 칼 바르트 비평은 박 박사가 마지막 <로마서> 강의록을 편찬한 것이다. <박윤선 박사, 로마서 강의>(영음사, 2013)는 박윤선 박사가 강의한 로마서 강의인데 9장까지 20강을 수행한 것이다. 이때 박윤선 박사는 로마서 4장 부분에서 “바르트 로마서 주석 비평”을 3회에 걸쳐서 진행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한국 교회의 중요한 신학 자산인 박윤선 박사가 연구 마지막까지 칼 바르트를 비평한 모습과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칼 바르트에 대한 비평은 성경관에 대한 부분이 주요한데, 로마서 주석에서는 좀 다른 면에서 바르트 비평이 등장한다.
박윤선 박사는 칼 바르트가 신앙은 시공간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분석했다(박윤선: 2013, 131). 바르트는 믿음을 하나님의 이적(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제시했다(박윤선: 2013, 132). 이러한 바르트의 신학 체계는 키에르케고르에게서 온 도약(leap)에 해당될 수 있다(참고. 정태홍, <도약반대론>, PRT, 2019). 박 박사는 바르트가 신앙을 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시간 세계에서 모순 관계라고 분석했다(박윤선: 2013, 133). 이적이 시간 세계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박사는 성경에서 치유의 이적은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실재 사건으로 본 것이다. 바르트에게는 시공간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박사는 바르트의 신학을 위기신학(theology of crisis)으로 평가했다. 위기신학을 위태로움, 안전성이 없음으로 평가했다(박윤선: 2013, 134). 메이천 박사는 위기신학을 The "crisis" or "decision" that is meant in this title is the one that is forced upon a man when he is placed before the dreadful antinomy between time and eternity, the world and God.으로 정의했다. “영원과 시간, 세계와 신이 적대감에 놓여 있게 된 상황”이다. 박 박사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바르트의 이적 개념을 위기로 평가했다.
박 박사는 바울의 성령에 대해 바르트가 이해한 성령 이해에 대한 부당성을 제시했다(박윤선: 2013, 135). 사도는 위기신학이나 변증법적 사상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령이 그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박사는 스펄전과 칼 바르트가 다른 개념임을 제시했다. 박 박사는 바르트의 초기 작품인 로마서 주석에 대해서 바르트가 마지막까지 수정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로마서 주석의 제시가 바르트의 마지막 사상으로 밝혔다. 박 박사는 바르트 비평(1)에서는 ‘이적’에 대해서 평가했다.
그리고 박 박사는 바르트가 “신앙을 진공이라고 한 것”으로 분석했다. 진공(Ein Hohlraum, vacuum)은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공심주의와 비슷하다고 평가하면서, 신비주의자 마담 귀용(Madame Guyon, 1648-1717)과 연결시켰다. 공심주의(空心主義)는 쉽지 않은 어휘인데, 박 박사는 정적주의(Quietism)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공심주의는 마음을 비우는 영성 훈련이다. 그 비워진 마음에 신이 마음에 들어온다는 체계이다. 박 박사는 칼 바르트가 마음을 비우는 상태, 진공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보면서, 부당하다고 제시했다. 박 박사는 이러한 바르트의 사상에 대해서 역사적 성격과 심리적 성격을 부정한다고 평가했다.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 비평(2).

박 박사는 바르트의 진공주의가 초절주의로 그릇된 의견으로 평가했다(박윤선: 2013, 148). 접촉과 비접촉에서 비접촉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믿음을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원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원역사적 사건은 아마도 게쉬히테적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박사는 두 번째 비평에서는 바르트의 초절주의에 대해서 비평을 진행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바르트의 신관을 “행동하는 하나님”이라고 분석하고, 존재하는 하나님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있다(김성삼, “행동하시는 하나님, 존재하시는 하나님: 바르트와 칼빈의 하나님론”, 총신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05). 박 박사는 초절주의의 한 예로 사가(saga)에 대해서 제시했다. 이것은 성경이 계시인 것을 수정하고 사가로 대체시킨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 1-3장까지는 시간 세계에 들어온 계시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박 박사는 바르트의 성경관을 비평했다(박윤선: 2013, 153). 바르트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기도 하고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고도 했다. 즉 성경에 계시가 담겨있지 않다고 한 것을 비평했다(박윤선: 2013, 155).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바르트의 로마서 주석 비평(3)

박 박사는 바르트가 믿음이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부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초절세계, 원역사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꾸준하게 신앙이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은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평하는 것이 “동시성 개념”이다(박윤선: 2013, 162). Gleichzeitigkeit, 동시성은 simultaneity로 번역되는데, 박 박사는 contemporaneous로 사용했다. 동시성은 두 개 이상의 사건이 중첩되는 현상이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박 박사는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라고 제언했다(박윤선: 2013, 162). 박 박사의 제언이 정당하지만, 인간의 복잡성에서는 현재에 과거가 중첩되는 사례가 상당하다. 바르트는 이러한 순간(찰라)을 영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필자는 이해한다.

박윤선 박사는 바르트가 주장한 비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서 비평했다. 우리가 받은 칭의는 역사, 시간과 공간 안에서 발생한 실재라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초역사성은 실재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박 박사는 바르트의 사상이 성경적이 아니며, 인본주의이며 주관주의라고 규정하면서 로마서 4장에서 비평을 마쳤다(박윤선: 2013, 169-167).

박윤선 박사가 신학 초기부터 꾸준하게 칼 바르트를 비평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다.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도 반틸 박사의 뒤를 따라서 칼 바르트 비평을 수행하지 않았고, 현대신학 비평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예가 한국교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박형룡 박사, 박윤선 박사가 비평했던 칼 바르트 신학에 대한 비평을 계속하지 않는 것이다. 서철원 박사가 수행했지만, 은퇴한 뒤에 신학교에서 칼 바르트 신학을 비평하는 연구자는 보이지 않는다. 반틸 박사나 박윤선 박사나 서철원 박사와 동일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칼 바르트 비평을 중단하는 것은 교회에 울리는 경종을 중단하는 것이다. 더 첨예화된 신학을 비평하지 못할지라도 칼 바르트 신학에 대한 경종이 쉬지 않기를 기대하며, 칼 바르트 신학에 대한 구체적인 해제가 등장해서 더 첨예화된 신학까지 비평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한다.

(참고, 고경태, <칼 바르트 비평적 읽기 I/2, §. 15>, “칼 바르트의 성육신은 정통 신학과 다르다”,(우리시대, 2022). 크리스천신문에 투고한 내용을 정리해서 교보문고에 POD로 출판함)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고경태 목사 (주님의교회 / 형람서원)
이메일 : ktyhb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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