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8월 1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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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유 작성일 : 22-05-30 21:34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마흔셋. 세속화와 유럽 교회의 몰락, 다시 성경권위의 부흥으로
1960년부터 1980년까지 유럽 문화에 몰아닥친 바람이 있다. ‘세속화(secularization)’다. 그 세찬 바람이 강타한 대상은 종교 영역이였다. 먼저 교황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드러났다. 다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6세는 성직자의 독신정책 유지와 인공피임 거부를 재천명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유럽과 세계에 일고 있는 거대한 문화적 변혁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유럽의 자유주의 개신교 사상을 주도했던 종교인들은 스스로 탈종교화를 표방하며 종교적 권위에서 일탈하는 데 앞장섰다. 종교 활동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유지하던 수많은 유럽인들이 그 방식에서 앞다투어 벗어나는 당시의 종교 문화적 변화를 ‘세속화’라고 한다. 물론 1970년대와 80년대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했다. 유럽의 이러한 바람은 당시만 해도 대체적으로 주일 성수를 비롯한 종교 활동에 적극적이던 미국 교회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 곳은 전통적인 기독교 가족관계의 해체였다. 결혼과 성(性)은 하나님이 주신 자녀의 출생과 번창의 도구가 더 이상 아니었다. 자녀의 수는 피임을 통해 부부가 조절할 수 있으며 결혼은 창조주의 뜻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성적 쾌락의 지속과 만족이 그 목적이 되었다. 이는 종교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만큼 포상(褒賞)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세속화는 인간 본성의 자유 쟁취를 위한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쟁취한 자유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고 좋은 집을 짓고 자신의 친구들과 좋은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교회 문화를 중심으로 지탱하던 유럽의 가족관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가족 단위의 행복 추구 문화는 당연히 교회 출석률을 강타할 수밖에 없었다. 세속화의 물결은 당시 유럽 교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서도 분명한 징후를 찾아볼 수 있다. 교회학교(Sunday School)의 급감현상이었다. 한국 교회는 유럽보다 10여 년 늦게 진행했지만 급감률은 동일한 현상이었다. 영국의 경우 1900년에 주일학교 출석률이 55%였지만 2000년 4% 이하로 떨어졌다.(416) 한국 교회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서울과 경기 지역 교회에서 교회학교가 없는 곳이 60% 이상이었다. 현재는 아마 더 추락했을 것이다. 세속화의 여파가 통계조차 잡히지 않을 만큼 교회학교의 붕괴를 초래했다는 것은 서구 중심의 기독교 문화의 종말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러한 세속화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을 때 히틀러 암살을 주도했다가 히틀러 정권에 의해 39세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한 독일의 젊은 신학자가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다. 그는 교수형을 기다리면서 서구의 탈 기독교 문화 현상을 다시 한번 올바른 기독교 정립을 위한 계시로 진단했다. 처형되기 전 감옥에서 보낸 편지에 담긴 그의 글이다. “인간은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또한 이 세상을 변화시켜 새롭게 만들 것이다. 이 새로운 종교언어는 인간을 압도하고 놀라게 할 새로운 언어가 될 것이다.”(418) 그의 예견을 서구에 몰아닥친 기독교 문화의 종말을 고하게 한 세속화의 흐름과 관계해서 해석해 보자. 유럽의 언어와 문법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선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본회퍼가 속했던 자신의 나라 독일 신학의 붕괴는 그야말로 독일 계몽주의 철학이 침몰시켰다. 독일 사상의 문법과 논리가 성경의 논리를 매장시켜 버렸다. 그리고 기독교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권력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며 더 이상 객관적 진리라는 최소한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았다. 히틀러를 메시아로 숭배하는 나치당 시절의 독일 기독교연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지경이었다. 독일뿐 아니라 개신교 종교문화 속에 살았던 유럽인들이 유대인 포함 약 1천1백만 명 대학살 ‘홀로코스트(The Holocaust)’를 지켜보며 그들에게는 ‘하나님의 죽음’은 당연해야 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참사였기 때문이다. 본회퍼의 예언을 염두에 둔다면 서구적 감성과 지성의 전개 방식으로는 유럽에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는 더 이상 선포할 수 없다. 세상을 새롭게 변혁할 수 있는 새로운 성경해석을 위한 새로운 종교 문법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데 도구로 사용한 서양의 의식구조와 문법과 논증 방식으로는 기독교 진리를 전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인간을 압도하고 놀라게 할 새로운 종교언어’가 필요하다.

문화적으로 보면 남성중심주의의 가부장적 권위로 기독교 문화를 이제는 이끌어갈 수 없다. 특정한 종교적 소수가 지배적 특권을 사용해 다수의 교인들을 집단적으로 희생시키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방식은 설득력을 상실했다. 서구인들의 우월감이란 결국 기독교 종주국을 자처했던 자신들이 제일 먼저 신을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몰아냈다는 자기 모순적인 바보짓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것이 서구 기독교에 종말을 고한 신의 섭리였다는 점을 본회퍼는 이렇게 요약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없이도 잘 살아가야만 한다는 교훈을 가르쳐 주신다…따라서 하나님은 이 세상 너머 주변으로, 또한 십자가 위로 스스로 자신을 몰아내신다.”(418) 서양 의식 구조와 서양 문법에서 심판주 하나님은 자기 계시에 대한 은총을 접어버렸다는 말일까. 서구에 몰아닥친 세속화의 거센 격랑은, 본회퍼의 진단처럼 된다면, 성경진리가 전파된 다른 나라 중에서 서양 문법이 아닌 가령 ‘동양 방식’의 새로운 종교 언어 수립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교계와 신학계의 비약적 발전은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구 신학의 모방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새로운 종교 문법으로 서구 기독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다시 성경 자체로 돌아가되(Ad Fontes) 탈 서구적 방식이어야 한다. 이 성경권위의 회복이 한국 교회를 통해 바르게 정립될 수 있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뼈아프게 시리지만 아래에 예언된 말씀의 성취는 세속화 흐름과 함께 우선 기독교 문화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 할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본회퍼의 직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면, 이 혹독한 역사를 섭리하시는 살아계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통해 다시 세계 교회를 회복해 주시리라는 소망을 결코 놓지 않고 싶다.


1 네가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2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 교만하며 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3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참소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 아니하며 4 배반하여 팔며 조급하며 자고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5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딤후 3:1-5)




<226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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