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 (Ⅷ)
9. 정경 완성을 위한 세속 모든 문헌의 방편화
성경에 보면 세속의 문헌들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민 21:14; 수 10:13; 삼하 1:18; 왕하 1:18; 대상 29:29; 행 17:28; 고전 15:33(고대 그리스 신희극작가 메난드로스의 ‘타이스’의 구절); 딛 1:12-13; 유 1:9,14(유대교 전통의 외경 「모세의 승천」, 「에녹서」로 추정)] 그런가 하면 잠언 22:17-23:14의 내용들은 주전 11세기경 기록된 이집트 지혜문학서 애굽왕 『아메네모페의 지혜』와 유사한 병행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성경의 본문 조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나님의 말씀이 어떻게 세속과 이방의 문헌들을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가? 성경의 신적 권위는 성경 원저자이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스스로 쓰신 내용이어야 하지 않는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혼돈과 공허 그리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땅을 하나님의 신이 수면에서 통치하시듯’(창 1:2 참조),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문자 정보나 문학 작품들을 모두 주권적으로 관리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완성해 가셨다.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쓰고자 지으셨듯이’(잠 16:4 참조) 여호와 하나님은 세속의 많은 기록들을 엄선하여 사용하는가 하면 동시에 ‘배설물’처럼 폐기하면서(빌 3:8 참조) 절대 진리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게 하신다.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의 권위’가 이 세상의 문헌들을 통제·관리하면서 신적 권위를 확정하면서 절대 진리를 완결하신 것이다.
그런데 세속의 자료를 정확하게 얼마만큼 어떻게 사용했는지 인간의 시각으로 모두 판정할 수는 없는 근본 한계가 있다. 기록할 그때마다 성령 하나님은 분명 기자를 통해 엄선하여 사용하게 하셨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우리의 합리적 판단력 이상의 신적 지혜가 말씀에 강력하게 임하셨기 때문이다.(고전 2:13; 요 14:26 참조) 이런 점에서 합리적 이성을 과신(過信)하며 인간의 이성을 최고 법정(法廷)으로 생각하는 칸트류의 문헌학자들이 세속의 많은 기록들을 추적하면서, 성경의 원천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가 전부가 아니라 인간의 지식과 상상력의 산물도 들어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 ‘미련한 자들이 멸망 받도록 걸려 넘어지게 하는 십자가 도의 심판’(고전 1:18–20 참조)이 임한 것이다. 이에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을 수 있는 무한한 축복(살전 2:13; 고전 2:13; 요 17:8 참조)을 받은 우리는 성경 진리의 신적 권위와 완벽성과 정확·무오성 강조를 어떤 특정 종파의 이념이나 구호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모든 교회가 무엇보다 준수해야 하는 교회의 절대 사명이어야 한다.
세속의 모든 역사와 모든 기록을 섭리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은 성경의 원저자로 1,600여 년 동안 인간의 문자를 사용해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자들을 통해 절대 진리의 말씀을 완성하신다. 이하에서는 이른바 성경을 문학작품으로 보려는 ‘성경문학(Biblical Literature)’ 혹은 ‘문학으로서 성경(the-Bible-as literature)’ 탐구 분야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살았고 운동력 있는 말씀의 권위를 확증하시는지 살피고자 한다. 구약과 신학의 내용과 구조, 장르와 문체 그리고 각각의 문학적 특징들은 분명 그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반대로 성경의 신적 권위가 모든 시대의 모든 문학 작품들의 성격을 결정했다고 보아야 한다.(시 119:89; 사 40:8; 마 24:35 참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성경 본문에 세속의 문헌들을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성경이 근거를 세속 작품에 두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의 권위가 세속의 작품을 수단으로 필요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뜻이다. 가령 성경을 역사서, 율법서, 예언서, 시가서, 지혜문학, 복음서, 서신서, 묵시문학 등으로 분류할 때, 우리는 성경의 신적 권위가 일체의 문학 장르를 지배하고 있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문학 형식인 평행법, 시적 구조, 비유, 상징, 반복, 구두 전승 형식이나 내러티브 구조(이야기 구조), 본문 구성(플롯), 문체나 화법 혹은 세세한 수사학적 기법 등도 성경의 신적 권위가 문학 작품의 다양한 장르와 표현 장치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성경 진리를 확정하기에 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학 작품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 시대의 수많은 역사적 배경도 당연히 하나님의 섭리 아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시대의 역사적 대사건을 배경으로 특정 문학 작품이 탄생한 것은 성경 말씀의 신적 권위 확정을 위해 도구로서 활용된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을 특별히 계시한 성경은 그 시대의 모든 문학적 특수성을 지배하면서 그 시대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가 ‘진리의 기둥과 터’가 되게 하신다.(딤전 3:15 참조)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될 때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작품들을 당대 기록되는 성경의 권위 확증을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더하거나 뺄 수 없는 절대 진리 하나님의 말씀(계 22:18-19 참조)의 완결 즉 정경의 확정은 모든 문학 작품들의 수단과 방편의 용도가 종결하고 있다는 선언의 뜻도 갖는다.(사 40:8; 빌 3:8)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솔로몬의 경우에서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솔로몬은 잠언은 3,000편, 시가 1,005편 그리고 자연학 탐구 논문(식물·동물 관찰 기록) 다수를 기록했다.(왕상 4:32-33 참조). 하지만 성경의 원저자 여호와 하나님은 신적 영감을 기준으로 그중 일부(시편 72편과 127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만 엄선하신다. 솔로몬은 이러한 과정에 대한 최종 평가를 전도서 결론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9 전도자가 지혜로움으로 여전히 백성에게 지식을 가르쳤고 또 묵상하고 궁구하여 잠언을 많이 지었으며 10 전도자가 힘써 아름다운 말을 구하였나니 기록한 것은 정직하여 진리의 말씀이니라.”(잠 12:9-10) 전도자는 백성들에게 진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깊고 넓게 묵상하고 지식의 구조와 문체와 수사학을 통해 아름다운 말을 선별하고자 애썼다. 즉 고도의 문학적 표현들인 비유와 시 그리고 격언 등을 어떻게 취사선택할지 골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문학적 기법을 오직 하나님 말씀의 완결 도구로 활용하게 하신다. ‘기록된 것은 정직하여 진리의 말씀’으로 완결될 때 그가 사용했던 모든 문학 작품의 도구적 역할도 종결했던 것이다.
앞서 잠언 12장 10절에서 솔로몬이 ‘아름다운 말을 구하였다’에서 보듯이 지혜자 솔로몬은 성전과 자신의 궁궐을 잘 짓기 위해 몰두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이 기록하는 글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는 경우 가장 뛰어난 어휘를 선별하고 문장을 구성하고 단락의 호흡을 만들었을 것이다. 글의 기본 구조인 ‘발단-전개-종결’은 물론이고 ‘서론-본론-결론’ 혹은 ‘대전제-소전제-결론’이라는 단단한 논리적 구성력도 엄밀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예증이나 반어법은 그리고 은유법, 직유법, 의인법, 돈호법[부재하거나 추상적인 대상을 직접 불러내어 감정과 의미를 강화하는 수사법]이나 과장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애가(哀歌)의 내용을 담은 찬양은 다섯 가지 요소가 일정한 패턴을 이룬다. 즉 “호출, 위기에 대한 불평 혹은 설명, 탄원, 하나님께 대한 확신에 대한 진술, 하나님을 찬양하겠다는 맹세” 구조를 만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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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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