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 (V)
<지난 호에 이어서>
6. 보혜사 성령의 사역으로서 정경 확정의 역사 (1)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요 14:26) 앞의 말씀은 구약의 언약대로 오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십자가 죽음과 부활·승천하기 전에 성령을 약속하신 내용이다. 보혜사(保惠師, Paraklētos) 성령의 사역 가운데 가장 큰일은 사도들에게 예수께서 전하신 말씀을 깨닫게 하시고 전파하고 또한 기록하게 하신 사역이다. 특히 사도 시대 이후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설립과 양육에서 교회의 절대표지인 기록한 말씀의 신적 권위 곧 성경의 ‘정경성’ 확정에서 보혜사 성령의 사역은 그야말로 절대 주권적 능력의 영광을 보여주신다. 이하에서는 보혜사 성령께서 어떻게 기록한 말씀을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신약을 정경으로 완성시키는지 역사적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피고자 한다.
사도들의 가르침과 기록의 주관자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으로 보내신 보혜사 성령이다. 보혜사 성령은 사도들이 기록한 문자 기록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게’ 하신다. 밀턴 피셔(Milton C. Fisher, 1926-2014)는 이러한 사실을 이렇게 요약한다. “어떤 글이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것은 그 글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쓰였을 때뿐이다.” 하나님의 영감(靈感) 곧 성령의 감동은 기록한 문자 정보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절대 진리로 변화시키는 신묘막측(神妙莫測)한 신적 권능이다. 그런데 문자 기록의 영적 실체화를 주관하는 성령의 사역은 단독 사역이 아니라 반드시 아버지와 아들의 ‘통일’ 혹은 ‘연합’ 안에서 일어나는 영적 사건이며 이는 인간 내재적이며 동시에 인간 초월적 사건으로 택한 사역자들을 사용하신다. 가령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자의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듣는 것을 말하시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요 16:13)고 할 때,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인간의 말로 이해되며 문자 기록으로 알려진다는 약속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 문자와 정보의 집합은 이 땅의 차원을 초월한 ‘하늘’에 속한 신성(神性)함이 그 본질이다.(시 119:89 참조)
그런데 95년경 요한계시록을 마지막으로 신약을 완성하도록 한 후 기록된 말씀이 교회의 유일한 표지로서 영원한 절대 진리로 확정되는 정경화 과정은 그야말로 보혜사 성령의 주권적 섭리가 이끌어간다. 신약 성경의 정경화 과정은 한마디로 “격렬한 검증과 적절한 증명”의 과정을 겪는다. ‘신약’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교부는 3세기 초 터툴리안(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 주후 155년경-220년)이다. 그리고 ‘구약’은 누가 명칭화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오리게네스(Origen, c. 185–254) 이후 일반화하였다고 하며, 문헌학적으로 또한 제도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우구스티누스 시대(4세기 후반)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구약과 신약이라는 명칭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두 책에 대한 동등한 가치가 교회와 성도들에게 자리 잡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신약도 구약과 동일한 하나님의 영감(靈感)을 받은 신적 권위의 절대 진리라는 사실 확정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성립의 확고한 토대와 표지가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이 결과 이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사명은 구약과 신약을 동일한 절대 진리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닫고 그 진리를 수호하고 전파하는 일로 구체화한다.(마 28:19–20; 유 1:3; 딤전 3:15 참조) 그래서 정경 확정 과정은 보혜사 성령의 성경 기록이 완결되었음을 방증하며 동시에 완성된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히 4:12)이 있어 각 시대마다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과 위엄과 권력과 권세”(유 1:25)를 선포하신다.
사도 시대부터 구약 성경에 대한 신적 권위와 관련해 전통적으로 받아들인 역사적 사실이 있다. 구약의 정경성은 “언약적 문서”라는 사실에 토대를 둔다는 점이다. 메시아 언약으로서 구약(요 5:39)의 권위는 신약을 자연스럽게 ‘성취’라는 사실을 신적 권위로 연관 짓도록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메시아) 성취’의 권위로서 신약의 기록 무대는, 1세기 중반부터 말기까지 50여 년 남짓 지역 기준으로 보면 구약보다 훨씬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소아시아 지역부터 로마까지 유럽 전역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신약의 정경 확정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의 섭리는 정경 확정 과정을 말씀의 권위로 거짓과 비진리를 심판하는 과정(히 4:13 참조)을 보여주신다.
그 과정을 더 세밀하게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1세기는 정경 기록 시기이며 필사본의 전파 시기다. 2세기 전반기는 성경을 신적 권위의 절대 진리로 삼아 신학적 주장의 근거로 삼는 시기가 된다. 2세기 후반기에는 구약의 권위처럼 신약도 동등한 신적 권위가 있음을 확정함과 함께 성경을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가 하면 성경 주석도 등장하는 시기다. 3세기는 정경 27권 선별 과정으로 위문서(僞文書)를 분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4세기는 교회에 의해 구약 39권과 함께 신약 27권이 정경으로 확정된 시기로서 큰 의의를 갖는다.
1세기 정경 기록 때부터 성경 권위는 이미 말씀 자체에 잘 나타나 있다. “만일 누구든지 자기를 선지자나 혹은 신령한 자로 생각하거든 내가 너희에게 편지하는 이 글이 주의 명령인 줄 알라”(고전 14:37) 사도 바울은 자신의 편지를 주의 명령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내가 주를 힘입어 너희를 명하노니 모든 형제에게 이 편지를 읽어 주라”(살전 5:27)는 말씀을 볼 때, 교회들의 사도 편지 교환 여부가 정경 확인과 확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록한 말씀을 교회들이 서로 교환하는 과정은 여호와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의 위대한 계시 사건이 된다. 가령 바울 서신을 개인 사상의 표현으로 보느냐, 성령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느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하에 있다. 이러한 서신 교환을 통한 교회들의 정경 확인은 자연스럽게 필사본 작성으로 이어졌다. 요한계시록이 완성된 시기를 주후 95년경이라고 볼 때, 2세기부터 서신 교환을 위해 성경 필사본이 보편화한다. 예를 들면 이집트에서 발견된 필사본으로 125년경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는 ‘존 리랜드즈 파피루스’(요한복음의 일부분)가 이러한 사실을 인상 깊게 보여준다. 또한 2세기 교부들(클레멘트, 폴리캅, 이그나티우스)은 성경을 해석함으로써 성경의 신적 권위를 증거한다. 성경을 ‘해석했다’는 것은 당시 교부들이 정경의 신적 권위를 철저히 의식했다는 뜻이다. 말씀의 정경화 과정은 보혜사 성령께서 교회들에게 문자 기록이 절대 진리가 ‘되도록’ 하는 사건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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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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