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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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4-11 21:4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자기 가족의 큰 범죄를 참회하는 한 교우(校友)의 회개


“저는 그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죄라고 생각했어요. 전두환 일가의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광주에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은 분들에게 상처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묘지에 가서 참배를 드릴 때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입고 있던 것 중 가장 좋은 게 코트였고, 코트를 사용해서 다 닦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보다 더 좋은 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걸 사용해서 닦았을 거예요.”

앞의 고백은 2021년에 죽은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한 말이다. 198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벌어진 군인들에 의한 광주 시민 학살 사건과 관련해 이 손자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칭했다. 손자가 할아버지를 이러한 말로 규정하는 것은, 비록 학살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일견 쉽게 용납할 수 없다. 남들이 자신의 할아버지를 그렇게 부르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에서 그쳐도 될 법한데, 손자가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발언한 데는 그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함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해 말부터 교회에 나가며 따뜻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하는 이 손자는 교회에서 가족들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을 받았으며, 자신도 어린아이를 돕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는데, 오히려 순수한 아이들이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짧은 몇 달 동안의 변화된 삶을 보면서 그 손자는 가족사를 이렇게 정리하듯 고백했다. “그렇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받으면서 저의 가족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자신도 객관적으로 보고, 그러니까 죄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이더라고요.”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규정하는 손자에게는 짧은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을 궁지에 몰기 위해 방송사 인터뷰를 하고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손자의 말대로, 학살자 전두환 일가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광주 묘지에 간 이제 갓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어린 신자인 그 손자는 자신이 그때 소유했던 가장 좋은 것이었다는 코트로 할아버지에 의해 희생당했던 사람의 비석을 닦았다. 학살에 연루된 할아버지를 비롯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단지 용서해 달라고 비석을 닦지는 않았다고 본다. ‘주일이 제일 행복하고 주일에 제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이제 성도의 삶을 시작하는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서 이 손자는 성경 공부를 하고 말씀을 들으며 자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한 기독교인으로서 그는 자신이 공개적인 행보를 하는 이유를 지금 전도사로 사역하고 신학교를 다니면서 목회자 사역을 준비하는 자기 아버지의 이중적 삶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상하기조차 불가능한 비자금을 사용하면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 남들에게 전도를 한다는 것은 같은 신앙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볼 때도 묵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과 불의의 토대 위에서 가식적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설교를 듣게 하고 싶지 않다는 슬프고도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한 성도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보가 적어도 거짓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전씨 일가의 다른 형제들이나 가족 혹은 친척들처럼 (추징금만 2천 2백억 원이었던) 천문학적 비자금으로 호가호위하며 평생 부를 만끽하며 살 수도 있던 환경을 거부하고 가족들의 치부와 할아버지 비자금 금고가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는 정보까지 제공하는 그 손자의 공개적 고백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신앙의 힘을 항상 고백하는 필자로서도 그 용기와 고백의 진정성과 호소하는 그 태도에 머리를 숙이게 된다. 가족이 그 손자에게 우울증 혐의를 만들어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하겠다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주일을 기다리며 가족과 친척들에게도 암묵적으로 함께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자는 메시지처럼 들리는 그의 고백은 애처롭지만 귀하게 보이며, 불쌍하고 다급한 처지에 놓였지만 당당하고 고결해 보인다.

광주 학살의 피해자 유족들이 그에게 보여준 용서와 위로에 대해 그 손자는 5.18 민주묘지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이십니다.”라고 기록했다.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사죄를 구하고 감사함으로 표하는 문장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러한 그의 고백에 진정성을 더하는 것은 어린 신자에게 신앙의 확신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떠올려야 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광주에 도착해 처참한 비극을 겪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돌을 던지기는 커녕 함께 울어주며 따듯하게 안아주는 유족들에게 당신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영웅이라는 그 손자의 보답도 이제 시작하는 그의 신앙생활의 고귀함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그 손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고 이 세상을 살아 있는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그 죄를 그냥 방관하고 조용히 하고 있는 게 죄악”이라고 고백했다. 앞으로 상처받은 분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가족의 해코지 불안에 매일매일 두렵고 무섭다는 이 손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살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의 한을 푸는 데 무엇보다 애쓰겠다고 한다. 아름다운 그 손자의 기도가 진리의 말씀 안에서 더 견고해지길 기도한다.

부자간 혈육 관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고 친구를 자기 생명처럼 사랑한 사건이 구약 성경에 나온다. 바로 다윗과 사울왕의 아들 요나단의 관계다. 아버지는 자신을 도와 다윗을 죽이는 일에 함께하지 못하는 아들 요나단에게 이런 저주를 퍼붓는다. “사울이 요나단에게 노를 발하고 그에게 이르되 패역부도 계집의 소생아 네가 이새의 아들을 택한 것이 네 수치와 네 어미의 벌거벗은 수치 됨을 내가 어찌 알지 못하랴”(삼상 20:30) 하지만 요나단의 마음은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하는 다윗에게 더 향하며 아버지의 다윗 살해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함께하는 다윗을 더 사랑한다.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여 더불어 언약을 맺었으며 (……) 요나단이 다윗을 사랑하므로 그로 다시 맹세케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삼상 18: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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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진원지, 배타적 사악성을 조장하는 사회와 이기적 가족중심주의
왜 우리 사회가 인면수심인 사이비 교주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