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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기독교학문연구회 춘계학술대회
‘사회적 갈등과 기독교세계관 : 책임과 회복’ 주제로 열려
장안중앙교회 교회 안내서를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 가져

지난달 31일 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김태황 명지대 교수)와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가 공동 주최하고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주관, 호서대학교, 새로남교회가 후원하는 2025년 기독교학문연구회 춘계학술대회가 ‘사회적 갈등과 기독교세계관 : 책임과 회복’이라는 주제로 호서대학교 아산캠퍼스 조형과학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1부 행사는 박지회 교수(건국대) 사회로 진행됐다. 그리고 주제 강연에 앞서 학회장 김태황 교수는 개회 인사말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사회 격변의 시기를 겪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에서 출발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쟁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의 윤리, 도덕규범이 상당히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변동성이 우리 역사와 사회, 국제관계에 있어서 특이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동성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방향성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주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인류 역사상 전쟁을 제외하고는 노예제도라고 하면서 오늘날도 버금가는 차별, 착취, 인권유린 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학술대회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인간 생명에 대해 돌아보고 우리 사회, 국제사회 갈등과 대립에 대해서 기독교인, 학자들이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주제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2부 주제강연은 권정태 교수(호서대)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자는 ‘이념 분열의 시대, 기독교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주제로 최현진 교수(경희대 정치외교학과)가 나섰다. 최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겪고 있다. 특히 정치 경쟁이 특정 파벌 중심으로 치우치면서, 민주주의 본연의 통합과 화해보다는 배제와 혐오, 차별이 심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면서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분노와 공포를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하며, 이는 사회 내 극단적 분열과 폭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양상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미 확인된 위험 신호로, 유고슬라비아 내전, 이라크의 종파 갈등, 르완다 대학살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벌주의가 심화될수록 정치인은 핵심 지지층에게 특권과 사적 이익을 집중시키고, 이에 소외된 집단의 박탈감은 사회 갈등과 폭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민주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민주주의 후퇴 국가’로 분류되었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정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기독교와 교회가 사회 안정과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면서, 예수님이 활동하던 1세기 유대 사회 역시 다양한 파벌과 특권 구조로 분열되어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 어느 파벌에도 동조하지 않고 죄인과 병자, 세리 등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배제 없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십자가는 특정 집단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향한 화해와 사랑의 상징이며, 사회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신학적 윤리적 원리라고 전했다.
따라서 “기독교는 정치인들이 특정 지지층에 사적 이익을 나누는 ‘사적화’의 분배자가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공공제의 공급자가 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과 교회는 혐오 정치에 단호히 맞서고, 편 가르기와 차별을 넘어 사랑과 화해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 교회가 분열된 사회에서 화해와 통합의 통로가 될 때, 한국 사회는 예수님의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의 길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윤영휘 교수(경북대 사학과)는 ‘윌버포스의 반노예제 운동: 사회적 갈등 해소와 도덕 자본의 정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윤 교수는 “윌버포스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믿음과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한 복음주의자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는 영국의 노예무역 폐지와 노예제 종식을 이끈 중심인물로, 20년에 걸친 의정 활동 끝에 1807년 노예무역 폐지법을, 이어 1833년 노예제 폐지법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윌버포스를 두고 “미화된 초상화와는 달리, 작고 연약한 체구의 인물이었지만 그의 정치적 신념과 공동체적 실천은 그 누구보다 강고했다”라고 평했다.
특히 윌버포스가 25세 무렵 유럽 여행 중 수학자이자 신학자인 아이작 밀너와의 교제를 통해 회심한 일화는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윌버포스는 정치 은퇴를 고민했으나, 존 웨슬리와 존 뉴턴 등의 권면을 받아들이며 ‘노예무역 폐지’와 ‘도덕 개혁’이라는 두 사명을 품고 의정활동에 임하게 됐다고 했다.
윤 교수는 복음주의의 4가지 특징(회심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성경 중심주의, 실천주의)을 소개하며, “복음주의는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와 사회로 나아가 실천적 변화를 추구하는 신앙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앙 실천은 ‘클래펌 공동체’로 구현되었는데, 윌버포스와 그의 동료들은 런던 교외 클래펌에서 함께 거주하며 기도하고 의제 개발에 협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목할 점은 윌버포스가 당파 정치를 거부하고 독립 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윌버포스는 “정치적이되 정파적이지 말자”는 소신을 지키며, 양당제하에서도 신념에 따른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윤 교수는 “이 같은 독립파적 정체성이 있었기에 노예무역 폐지가 여야를 아우르는 전 사회적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발표 말미에 “프랑스 혁명이 단두대의 공포로 상징된다면, 윌버포스와 복음주의자들의 개혁은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이라며 “그 핵심은 신념과 공동체, 그리고 끈질긴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윌버포스의 삶이 “오늘날 기독교 신앙과 사회참여 사이의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행사는 주제 강연자 외에도 대학원생 및 교수 일반 분과 발표, 오전과 오후에 경제/경영, 인문학, 교육학, 기술과학, 사회과학, 신학/철학, 세계관, 보건/의료, 공연/예술, 학제 간 연구 등 다양한 논문 발표가 있었다.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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