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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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14 21:5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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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MAN - UP WEEJ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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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렌보쉬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삼만여 명의 학생들로 마을은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했고, 썰렁했던 교회 또한 고향에서 돌아온 학생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각종 성경공부와 교재 모임들도 다시 시작되어 성도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을 보니 복음의 열기가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남아공에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필자가 속한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in Stellenbosch)는 이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 학기의 첫 신앙 프로그램인 Man-Up Week-end(젊은 남자 성도들 모임, 편의상 ‘수련회’로 칭하도록 하겠다)를 진행했고 필자는 2박 3일간의 여정을 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신선한 충격들을 지면을 통해 짧게나마 나누고자 한다. (여자 성도들의 모임도 Women's convention이란 이름으로 같은 기간 진행되었다.)
 1) 이번 수련회는 2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의 농장에서 진행되었다. 필자에게 이 교회를 소개해준 현지 학생(남아공 소식 1호 참고)의 아버지는 채소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우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농장을 무료로 개방해 주셨고, 덕분에 약 40여 명의 학생들과 목회자를 포함한 7명의 아버지 도우미들이 2박 3일간의 일정을 편안한 곳에서 공부하며 쉬며 교제를 나눌 수 있었다.
<2015 MAN-UP WEEKEND>
 2)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관계’였다. 수련회 기간 동안 ‘하나님과의 관계’, ‘성도들과의 관계’, ‘자매와의 관계(사랑, 성, 결혼)’라는 세 가지 소주제에 대한 주제 발표와 질의·응답 및 토론이 이어졌고, 준비한 목회자들과 경험 많은 아버지들은 진솔하게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복음에 비춘 자신들의 지혜들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단연 ‘자매와의 관계(사랑, 성, 결혼)’였다. 모인 친구들이 혈기가 왕성한 젊은 형제들이기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 주제를 대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교회는 성에대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에 자유를 갈망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로서는 극단적인 반대와 비웃음이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필자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젊은 형제들은 매우 진지하게 이 주제를 대하고 있었고, 누구 하나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거나 장난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없었다. 강한 세속의 물결 속에서 성경에서 권고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에 대해 모두들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주제 토론 중>
3) 오히려 이러한 형제들의 모습을 보니, 말씀을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거창하게 다짐하는 필자의 머릿속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화된 여성상과 사랑-섬김 관계의 가족상이 아닌 지배-복종 관계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굳어져 있었고, 교회로서의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조차 없이 성경이 보여주는 가정교회가 주는 감동을 말로만 떠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어디에서부터 이러한 저급한 세속의 가치관들이 내 안에 스며들어 문제의식 없이 자리를 틀고 있었던 것일까? 그토록 강조했던 하나님의 주권을 내 죄의 소욕을 정당화 하는데만 써먹고 있었던 것 같아 학생들과 축구도 하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는 가운데서도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4)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엔 장작불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는 가운데 같이 참석한 아버지 중 한 분이 자신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분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경험했던 하나님과의 관계와 자매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치과의사를 하며 나름대로 명망이 있는 그분은 아들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어린 학생들 앞에서 꺼내놓았다. 그는 과거 복음을 배척하며 교만했던 이야기,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실수했던 이야기 등 과거 자신의 악한 본성으로 인해 방황하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드러내 주었고 이러한 죄인을 신실하게 하나님과의 교제의 관계로 이끄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였다.
아파르테이트(인종분리법)가 한창일 당시 초라한 형색의 인도인 할아버지가 진료 후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예수님을 아십니까?” 당시는 유색인종으로부터 이 질문을 듣고는 모욕감이 들어 쫓아내다시피 환자를 보냈다. 그런데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니며 예수님을 잘 안다고 생각하며 교만하던 그에게 ‘내가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있는가?’란 질문이 떠나질 않았고 결국 며칠 후 병원 문을 닫고는 그 할아버지의 집까지 찾아가 ‘예수님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그 노인으로부터 성경과 그에 따른 가치관을 배우면서 돈과 성공만을 지향하던 자신의 모든 삶의 방향 자체가 잘못 되어있음을 깨닫고 욕망을 따라 사는 삶을 지양하며 신앙적인 가정을 꾸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먼저 살았던 신앙 선배의 실제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말씀을 통해 한 죄인을 구원하여 가치관과 삶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에 모두 감동하였다. 그런데 감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목사님은 그분을 위해 대표로 기도해 줄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때 그분의 아들인 ‘프랑수아’가 아버지를 위해 감사와 간구의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 도중 아들의 목소리가 잠기자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말씀의 힘이 만들어내는 그리스도의 안의 가정교회란 바로 이런 모습인가! 필자가 보기에 교회 내 곳곳에서 보이는 이같은 가정교회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은 젊은 학생들에게 이성 교제와 결혼에 대한 세속의 가치관이 틈타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었고, 돈으로도 끌어올릴 수 없는 결혼과 출산율을 상승시키는 원동력이었다.
<말씀으로 인해 필자와도 한 가족이 된 아버지와 아들>
수련회가 끝난 주 화요일. 프랑수아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자신이 오늘 여자 친구에게 청혼하고 약혼을 했는데 저녁때 와서 함께 축하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가져간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찾아갔더니 청혼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스(약혼녀 이름), 난 예수님을 위해 복음 전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가려고 해. 분명히 쉽고 편한 길은 아닐 테지만 가장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야. 나의 길에 동참해줄래?”
제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I LOVE JESUS AND YOU! YES, DEFINITELY!”(난 예수님과 당신을 사랑해! 응, 당연히!)
이로써 또 하나의 교회가 설립되었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없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와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에베소서5:25~28)

변도근(전 장안중앙교회 교회학교 교사/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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