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01일 (목) 

> 오피니언 > 시론 > 종교개혁 정신의 원형찾기 XXXIV
기사공유 작성일 : 20-05-21 19:38  글자크기 크게글자크기 작게 기사 출력하기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천국 비밀론 1
26 또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이 씨를 땅에 뿌림과 같으니 27 저가 밤낮 자고 깨고 하는 중에 씨가 나서 자라되 그 어떻게 된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28 땅이 스스로 열매를 맺되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그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 29 열매가 익으면 곧 낫을 대나니 이는 추수 때가 이르렀음이니라(막 4:26-29)


위 성경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나라를 씨 뿌림의 비유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거하는 내용이다. 씨를 뿌린 사람은 씨앗이 발아하여 싹이 나고 이삭이 자라는 것 그리고 열매를 맺어 알곡이 되고 추수하기까지 그 과정을 알 수 없다고 하신다. 씨앗이 완전히 썩으면서 그곳에서 싹이 나고 마침내 알곡을 추수하지만 씨 뿌리고 추수하는 자는 정작 그 과정이 어떻게 그렇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알곡을 거두는 추수 때가 분명히 있지만 농부가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열매 맺는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가르침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 나라의 열매가 맺히는 과정에 결코 공개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자와 하나님 나라의 결실을 맺는 일은 전혀 별개의 사안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통상 씨 뿌리는 농부가 씨앗의 주인이고 식물의 관리자이고 추수의 적임자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의 이러한 상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가 인간 세계에 임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선택받은 자라고 해서 자신 속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하나님 나라의 결실 과정은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충만한 곡식이 열려서 추수하지만 그 시기가 정확하게 언제인지 추수하는 자가 계산해서 결정할 수는 없다. 씨 뿌린 농부가 자기 스스로 곡식을 보면서 추수 시기를 짐작하고 추수한다고 하지만 그 시기를 결코 농부가 조절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은 물론 하나님 나라의 유일한 주인이 하나님의 아들이신 바로 자신임을 증거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열매 맺는 비밀에 대한 강조 또한 세상에 임한 하나님 나라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과는 결코 혼합될 수 없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통치 국가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통치하는 하나님 나라는 항상 이 세상에서 마지막 추수하는 끝날까지 열매를 맺고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떠한지, 잘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고 할지라도 쉽게 판단하고 짐작할 수는 없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정한 뜻에 따라 확정해 놓으신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서 반드시 성취되어 분명히 충실한 결실을 본다. 하지만 그 결실이 확실한 만큼 인간의 경험적 판단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비밀’로 유지되면서 추수 때까지 열매를 맺는다.

하나님 나라의 가장 구체적 증거는 이 땅에 설립된 머리 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신령한 연합체인 교회다. 하나님 백성의 경우 육신을 입고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님 나라의 열매인 교회가 시작된다. 우리는 이 교회를 ‘가정교회’라고 부른다. 이른바 우리는 ‘모태(母胎) 신앙’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신앙을 가진 부모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 그 자녀가 자기 신앙을 일컬을 때 이 말을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가정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배우기에 매우 다행스럽고 유리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말은 어디까지나 하나님 나라의 결실을 맺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거듭나는 사건은 부모와 맺은 혈통과 무관한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삼대(三代)를 잇고 있고 내 자녀의 경우로 보면 사대(四代)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혈통이 이어진다고 하나님 나라가 자동 계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2천 년 동안 메시아 만나길 고대했던 유대인들에게게 메시아가 오셔서 동족(同族)을 버리게 하는 무서운 심판을 단행하신 사건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정교회’의 구성원은 혈통을 넘어서는 차원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가 되듯이, 가정교회의 열매는 불신앙의 이웃과 가정에 반드시 다시 뿌려져 그 결실을 맺어갈 것이다. 씨가 어떤 모양으로 자라고 열매 맺는지 우리는 정작 모른 채 말이다.

하나님 나라의 열매는 우리의 판단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밀로 꽉 차 있다. 눈에 겨우 보이는 겨자씨 한 알이 자라 공중의 새가 깃드는 커다란 나무가 되는 비밀을 간직한 것이 하나님 나라, 주님의 몸 된 교회에 담긴 비밀이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분명한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번영 논리는 우리에게는 비밀로 유지된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다는 사실을 이 세상 이익집단들의 번영하는 모습과 등치시켜서 평가한다. 대형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더 많이 실현하는 곳이며, 소형교회나 가정교회는 작디작은 규모라고 오판(誤判)하는 오류에 빠진다. 이런 점에서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비밀스러운 신비는 바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가정교회’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가정교회는 겨자씨 한 알 속에 거목(巨木)을 품고 있는 바로 비밀의 방이기 때문이다.

30 또 가라사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꼬 31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32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나물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막 4: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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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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