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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2-23 09:0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IV)


14. 맛소라 사본: 21세기 성경 본문 비평 프로젝트의 원형

맛소라 학파란 히브리어 성경의 본문과 발음, 억양과 주석 체계를 정립하여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 연구자를 통해 원형 그대로 수호하고 전승하려고 했던 성경 본문 보존자들이다. 가장 권위 있는 맛소라 체계는-벤 아쉐르(Ben Asher) 가문이 속한-티베리아(Tiberias) 학파가 전승한 것이다. 벤 아쉐르 가문은 주후 8-10세기경 팔레스타인 갈릴리 호수 남쪽 티베리아 지역에서 활동한 유명한 맛소라 학자 가문(Masoretic family)이다. 5대에 걸쳐 맛소라 체계를 발전시킨 전승자 가문으로 성경 본문 보존의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다. 가령, 9세기에 모세 벤 아쉐르(Moses ben Asher)는 성경의 모음·악센트 체계를 정립한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제작되었다고 하는 ‘카이로 사본(Cairo Codex of the Prophets, A.D. 895경 제작)’의 교정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본은 가장 오래된 완전한 예언서 맛소라 사본으로, 모음·억양 부호가 정교하며 티베리아식 발음 체계의 초기 형태를 보존하고 있고, 이후 모든 예언서 필사본과 인쇄판의 표준이 되고 있다.

그리고 10세기 아론 벤 아쉐르(Aaron ben Asher)는 티베리아에서 제작한 맛소라 전통의 최종 완성본인 시리아 ‘알레포 사본(Aleppo Codex, A.D. 930경 제작)’의 교정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본은 티베리아→예루살렘→카이로→시리아 알레포 회당→1947년 반유대인 폭동 중 일부 소실 후 이스라엘로 옮겨짐(현재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소장)] 아론 벤 아쉐르는 ‘맛소라의 최후의 완성자’, ‘히브리어 성경의 문법학적 기초를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사본은 구약성경 전체(현존본은 부분 소실)에 걸쳐 모음(Niqqud), 억양(Teʿamim), 여백 주석(Masora Parva/Magna)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최고 수준의 사본이다. 모세의 율법서부터 시편·예언서까지 정확한 철자·억양·주석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후대의 모든 티베리아 사본(특히 레닌그라드 사본)의 모본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아론 벤 아쉐르의 사본은 히브리어 성경 본문 전통의 최고 권위본 즉 ‘표준 맛소라 본문’이 되었으며 (현재 티베리아 맛소라 전통에 근거한 히브리어 성경 비평판이며 현대 성서학·번역·신학의 표준 원문인)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BHS/전 세계 학문·신학·번역의 기준판, 1967–77 제작)와 Biblia Hebraica Quinta(BHQ/차세대 히브리어 성경 원문 표준, 현재 진행 중)의 기초가 되고 있다. [BHS-BHQ는 현재 아직도 진행 중인 최신 주석과 문헌비평 도구를 모두 통합하는 21세기형 성경 비평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그 목표는 원형에 가장 가까운 본문을 학문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유대교 신학과 율법학의 최고 권위자로서 이 전통의 신학적 근거를 수립한 대학자 마이모니데스(Maimonides, 1138–1204)는 이 사본을 ‘가장 정확한 율법서의 모본’이라 칭했다.

티베리아 학파 외에 바빌로니아 학파나 팔레스타인 학파도 있었지만, 후에 티베리아 체계가 표준이 된다. 이유는 티베리아 체계가 보여준 사본의 모든 요건인 언어학적 정밀함과 필사의 정확성 그리고 신학적 신뢰성 때문이다. 언어학적 정밀성 면에서 티베리아 학파는 히브리어 모음과 억양 표기를 과학적으로 발전시켰다. 그 모음 체계는 음성학적으로 가장 자연스럽고 히브리어의 발음 전통을 가장 정확히 반영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모음 음가를 점 하나나 선 하나로 구별하여 표준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필사의 정확성 면에서 티베리아 필사본은 철자와 단어 수와 절 구분을 매우 정밀하게 계산했다.

이와 같이 여백의 맛소라 주석(Masora parva/magna)은 거의 완전한 사본 전승 체계를 만들면서 거의 오류 없는 필사의 모델이 되었다. 즉 여백 메모가 체계적으로 본문을 검사하고 통제할 수 있게 정비했다는 뜻이다. 본문 옆(소맛소라, Masora Parva)에 ‘이 단어는 성경에서 7번만 나온다’, ‘이 절의 가운데 글자는 ○이다’ 식의 짧은 주석을 써서 필사할 때 글자 수나 단어 수가 맞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위아래 여백(대맛소라, Masora Magna)에는 위의 짧은 주석을 자세히 풀어 쓰면서 이 단어가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이 두 체계는 서로 연결되어 필사자가 본문을 옮길 때 오류가 생기면 즉시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단어 수, 철자, 발음 기호, 문장 구조를 완벽히 점검했으며 여러 필사본끼리 비교하더라도 내용을 거의 동일하게 하여 ‘오류 없는 필사’의 모델이 되게 했다. 이렇게 ‘맛소라 여백 주석 체계’는 사람이 필사하지만 오류를 없애겠다는 최고의 점검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알레포 사본(Aleppo Codex, A.D. 930년경 작성)’과 ‘레닌그라드 사본(Leningrad Codex, A.D. 1008년경 작성)’이다. 구약 전체 중 일부가 소실된 채로 작성된 알레포 사본에 비해 레닌그라드 사본은 구약 전체를 완전히 보존했다. 전자가 티베리아 맛소라의 완성본이라면, 후자는 티베리아 맛소라의 전승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자가 히브리어 성경의 정통 표준이 된다면, 후자는 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맛소라 사본으로 BHS·BHQ의 기초가 된다.

그리고 레닌그라드 사본에는 소맛소라(Masora parva)와 대맛소라(Masora magna)와는 구별되는 후미 맛소라(Masora Finalis)가 등장한다. 이는 히브리어 성경 사본에서 책 끝부분이나 권 끝에 부가된 통계·주석 모음이다. 후미 맛소라는 책 끝부분에 통계·단어 수·절 수·중간 단어 위치 등을 정리한 형태로 본문 옆이나 위아래 여백만으로는 기록할 수 없는 종합적인 알파벳식 목록을 담기 위해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레닌그라드 사본(Codex  Leningradensis)에 그 형식이 잘 남아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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