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 (Ⅳ)
11. ‘고등비평’에 내려진 성경의 절대적 권위(1)
성경의 사본(寫本)을 통해 원문(原文)을 찾아가는 과정을 ‘본문 비평(textual criticism)’이라고 한다. 필사본을 비교하면서 사본의 오류를 교정하여 원문을 복원하려는 본문 비평은 통상 성경의 영감성과 기록에 담긴 신적 권위를 존중한다. 그런데 성경을 신적 특별계시 기록이기보다 인간의 기록이며 역사적 산물로 접근하는 ‘고등비평(higher criticism)’과 차별화하기 위해 본문 비평을 ‘하등비평(lower criticism)’이라고도 한다. 하등비평은 ‘가장 정확한 원문은 무엇인가’에 답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고등비평은 ‘이 문서는 언제, 누가, 왜 이렇게 기록했느냐’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하등비평은 본문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사본을 통해 원문을 보완하고 또한 정정하면서 정경을 확증하고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존하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먼저 고등비평이 어떤 탐구 방식으로 어떤 단계를 밟으면서 말씀의 권위에서 멀어지는지 그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그다음으로 본문비평의 유익함과 한계가 무엇인지도 살펴볼 것이다.
고등비평은 성경 발생의 역사적 배경을 추적하면서 비합리적 기록을 신화(神話)로 분류하면서 성경의 권위에서 스스로 멀어진다. 이는 처음부터 성경의 신적 권위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러한 고등비평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시도하는데, 문서비평과 자료비평, 편집비평과 전승비평 분야로 나누어 접근한다. 문서비평(Documentary Criticism)의 초점을 질문으로 나타내면 ‘어떤 문서들을 합쳤는가’에 관한 물음이 핵심이다. 특히 모세오경 연구에서 J(야훼), E(엘로힘), D(신명기), P(제사장 문서)로 분류하는 ‘JEDP 가설’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서비평에서는 성경은 한 원저자가 특정 시기에 단번에 쓴 것이 아니라 여러 문서가 후대에 합쳐진 복합문서라고 주장한다. 자료비평(Source Criticism)의 목적은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가’를 밝히려고 한다. 현재 성경보다 앞서 더 오래된 구전이나 문서 자료가 있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기자를 감동시켜 기록했다는 기록 영감설을 부정하려는 질문이다. 대표적 예가 ‘복음서의 Q 자료 가설’이다. 즉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예수의 말씀 중 마가복음에는 없는 부분들이 있으며, 그런데 그 부분들은 사라진 ‘예수 어록 문서(Q. Quelle=독일어로 출처)’에서 온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학문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편집비평(Redaction Criticism)은 ‘저자는 본문을 왜 그런 순서와 구조로 배열했느냐’는 질문에 그 의도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기록자(또는 편집자)는 기존 자료를 어떻게 선별하여 재편집을 거듭했으며 무엇을 강조하고자 했는가에 탐구를 집중한다. 예를 들면 같은 사건이 마태와 마가에서 구조적 맥락과 표현의 강조 그리고 신학적 메시지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전승비평(Form/Tradition Criticism)은 ‘본문은 그 당시 교회 공동체에게 어떻게 사용되었는가’의 물음을 역사적으로 탐문한다. 정경 확정 이전의 구전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려는 비평이다. 예를 들면 기독교 초기 공동체의 예배 방식, 말씀 선포 양식들, 교리 교육 등에서 전승되었던 형태들을 추적한다.
그렇다면 앞의 네 가지 비평들은 각각 어떤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살펴보자. 문서비평(Documentary Criticism)의 결정적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보다 그 주장이 검증 불가능한 추정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데서 드러난다. J·E·D·P 같은 문서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역사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비판의 경우를 보면 ‘문체가 다르다. 그러므로 다른 문서일 것이다’라는 수준에서 순환 논리에 빠질 뿐이다. 이는 가상의 문서를 실체처럼 전제하고 있으며 성경 전체를 재해석하는 심각한 오류를 반복하는 처사가 된다. 신적 계시성을 전면 부정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이러한 시도는 결국 성경 권위, 구조적 진리의 통일성 나아가 기록의 실재성까지 부정하게 된다.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기록하여 편집한 문서가 성경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성경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곧 ‘살았고 운동력 있는 말씀의 권위’에 의한 심판의 가장 명백한 증거임을 상기하게 된다.
자료비평(Source Criticism)의 한계는 무엇보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 위에 바탕을 두겠다는 어리석은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Q 문서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있었다’고 상정하는 허구성에 매몰당한 경우라고 본다. 단지 역사적으로 추정하는 수준에 머무르며 지나치게 가설 의존적이다. 여기에는 성경의 신적 계시성과 영감성을 처음부터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가령 예수님이 실제로 말씀하신 것과 후대 공동체의 고백을 인위적으로 분리한다. 이로써 복음서 기록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정경의 통일성도 훼손한다. 본문의 통일성과 신학적 메시지를 파편화하는 자료비평은 성경 형성의 역사적 층위가 무엇인지를 추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그 물음에서 자기 역할을 멈추어야 한다.
편집비평(Redaction Criticism)은 우선 편집자의 의도를 과잉 해석할 위험성을 보여준다. 본문에 나타나는 작은 구조 차이까지 인간 편집자의 특정한 신학적 의도라고 단정하고, 과도한 신학적 해석을 부과하는 오류를 자초한다는 점이다. 예수님이 실제로 말씀하신 내용 연구에 천착하기보다 인간 편집자의 재해석에 무게를 두는 오류에 매몰된다. 성경 기록의 본래 계시된 ‘의미’보다 공동체의 해석 산물 내지 편집자 자기 사상의 결과임을 강조함으로써 복음서의 역사성과 계시성을 훼손한다. 또한 성경 본문 편집은 성령의 감동과는 무관한 사건으로 인간 편집자의 임의적 구성으로 본다.
전승비평은 기독교 초기 시대에 교회들이 간직한 신앙 전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실증하지 못하는 가정(assumption) 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 본문은 아마 원래 예배에서 쓰였을 것이다’와 같은 확인 불가능한 추정을 진리 전승사에 개입시킨다는 사실이다. 또한 예수님이 실제로 말씀한 것과 공동체의 재해석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문제다. 이는 복음서의 실재성과 권위 약화를 야기하며 급기야 예수님의 말씀을 교회가 조작하고 가공했다고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성령 감동으로 기록한 하나님 말씀의 권위에 대해 전승비평은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텍스트로 간주한다. 성경이 지금 말하는 의미보다 ‘당시 공동체가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는 당연히 실제 기록된 본문이 주고자 하는 계시적 메시지를 흐리게 하거나 진리의 본래 의미를 부정하는 불신앙을 자초하게 된다. 이렇게 전승비평은 실증되지 않은 가정 위에 본문을 재구성하여 성경의 계시성과 역사성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본문 자체보다 추정된 배경 상황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위험에 처한다.
문서비평과 자료비평, 편집비평과 전승비평은 모두 성경의 형성과 그 배경을 탐구하려는 기독교적 시도라고 하지만 동시에 모두 같은 근본 한계와 오류를 드러낸다. 성경의 신적 계시성과 영감성을 출발부터 배제한다. 가설에 의존하고 검증 불가능한 상상력을 성경진리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국 전체 기록은 종교적 공동체의 산물로만 축소함으로써 신적 계시의 권위를 믿지 않는다는 선언을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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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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